[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kt wiz 좌완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는 올 시즌 리그를 압도하는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피어밴드는 지난해 웨이버 공시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투수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호투하고 있다. 올 시즌 22경기에 나와 18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이 부문 공동 1위에 올라 있고 평균자책점 2.94로 리그 유일의 2점대이자 평균자책점 1위다. 그러나 승리는 7번으로 공동 23위, 반대로 패전은 9번으로 공동 4위다.
피어밴드는 지난 22일 수원 한화전에서도 6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으나 팀의 2-3 패배로 시즌 9패째를 안았다. 6월 3일 롯데전 이후 12경기에 나와 8번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지만 무승 5패에 그쳤다. 최하위 팀에서 고군분투하면서도 80일째 승리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는 '눈물의 에이스'다.
kt에서 2년째를 맞고 있는 피어밴드는 지난해도 7승13패로 불운하긴 했어도 평균자책점이 4.45로 높은 편이었다. 너클 커브가 발전한 올해 그는 더 낮은 평균자책점으로 호투하고 있지만 두자릿수 패배가 곧 눈앞에 있다. 그런데 사실 피어밴드가 역대급 불운 투수라고 하기에는 더 많은 눈물을 흘린 투수들이 있다.
1984년 13승20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3.30을 기록한 장명부(삼미)의 이야기를 차치하더라도, 선발 분업화가 장착된 2000년 이후 최다 패전인 18패를 기록한 2007년 윤석민(KIA)은 '불운'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투수다. 당시 기록은 28경기(선발 26경기) 7승18패 평균자책점 3.78. 퀄리티 스타트는 14번이었다.
2012년 류현진(당시 한화) 역시 27경기에 나와 182⅔이닝 9승9패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하며 많은 승수를 얻지 못했다. 2016년 켈리(SK)는 31경기 200⅓이닝 9승8패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 퀄리티 스타트 20번을 하고도 9승에 그쳤다. 1995년 정민태(태평양, 8승14패 평균자책점 3.69), 1998년 염종석(롯데, 7승15패 평균자책점 3.90)도 각각 불운 투수로 꼽힌다.
피어밴드와 같이 평균자책점 1위로 두자릿수 패배를 기록한 투수들도 있다. 1994년 정민철(한화)은 28경기(선발 27경기)에서 14승10패 평균자책점 2.15로 불운했다. 평균자책점 1위로 두자릿수 승리를 하지 못한 투수도 또 있다. 1995년 조계현(해태)은 19경기에 나와 9승6패 평균자책점 1.71을 기록했다.
순수 선발 조건을 빼면 1983년 하기룡(MBC)은 36경기 중 16경기에 선발로 나와 10승11패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했다. 2001년 박석진(롯데)는 47경기(선발 10경기) 4승10패 14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98로 팀 마당쇠 역할을 하며 규정 이닝까지 채웠지만 패전만 많이 안았다.
최근 들어 선발들의 승리는 팀의 고과 산정에서 그 중요성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선발승을 날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이닝, 평균자책점 등 다른 기록으로 선발들의 고과를 보전해주고 있다는 것이 구단들의 전언. 피어밴드 역시 최하위 팀의 1선발로 마운드 안팎에서 모범이 되고 있다. 승패 기록만으로 피어밴드의 공헌도를 낮게 평가해서는 안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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