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범호의 300홈런은 언제 나올까.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광주, 김건일 기자] 아홉수. '9, 19, 29와 같이 아홉이 든 수'가 사전적 정의다. 부정적인 성격이 짙다. 기록이 쌓이는 스포츠에선 더욱 그렇다. 1986년 김봉연은 KBO 리그 최초 개인 통산 100홈런에 1개를 남겨 두고 아홉수에 걸려 그해 이만수에게 개인 통산 첫 100호 홈런 타이틀을 내줬다. 올 시즌 박세웅은 9승을 올리고 8번째 도전에서야 시즌 10승을 만들었다.

23일 현재 선두 KIA를 괴롭히는 숫자가 9다. 이범호는 KBO 역대 9번째 300홈런을, KIA는 현재 69승으로 70승 선점을 노린다. 역대 70승을 선점한 팀의 정규 시즌 우승 확률이 77.8%이었단 점을 고려했을 때 의미가 있는 숫자다. 하지만 이범호도, KIA도 9를 0으로 못 바꾸고 있다. 마지막 홈런 1개와 1승에 묶여 있다.

이범호는 지난 8월 3일 수원 kt전에서 통산 299번째 홈런을 쳤다. 2000년 프로에 데뷔하고 나서 17시즌 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결과다. 7월에 홈런 9개를 쏘아올리는 등 페이스가 좋았기에 기록 달성은 시간 문제로 보였다. 그런데 300번째 홈런이 나오지 않는다. 지난 4일 한화와 경기를 시작으로 22일 롯데전까지 12경기에서 홈런이 없다. 홈런은 커녕 타격감도 떨어졌다. 이 기간 동안 타율이 0.135에 그친다.

공교롭게도 이범호의 타격 부진이 KIA에도 영향을 끼친다. 지난 16일 NC를 4-3으로 누른 KIA는 22일 광주 롯데전까지 4경기를 내리 졌다. 4경기에서 6득점에 그쳤을 정도로 공격력이 빈곤했다. 후반기로 범위를 넓히면 12승 1무 12패로 5할 승률이다. 23일 현재 어느덧 2위 두산에 4경기 반 차이로 쫓기고 있다. 69승에서 아홉수가 길어지자 여유 만만했던 KIA 선수들에게도 위기 의식이 감돈다. 김 감독은 22일 경기를 앞두고 이범호 등 주력 타자들의 타격 부진에 대해 "체력이 떨어질 시점이다. 다들 지쳐있다. 하지만 지금껏 잘해온 선수들을 믿는다"며 타순에 큰 변화 없이 기존에 뛰던 선수들을 기용했다.

야구인들은 아홉수에 묶여 있을 때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베테랑도 예외가 없다. 투수든 타자든 평소보다 힘이 들어가 밸런스를 잡기 어려워 한다. 2007년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홈런(755) 타이 기록을 세운 배리 본즈는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도전이었다. 마치 병이날 것 같았다"고 기록에 대한 중압감을 이야기했다. 이범호는 지난해부터 "300홈런을 넘겨보고 싶다"고 말해왔다. 의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아홉수에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단 경험자들의 말에 따르면 심리적인 부담은 확실하게 작용한다. 이범호든 KIA든 먼저 아홉수를 끊으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KIA나 이범호가 바라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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