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외국인투수 아리엘 미란다(왼쪽)와 고(故) 최동원. ⓒ곽혜미 기자,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고봉준 기자] 올 시즌 KBO리그에선 뜻깊은 이정표가 하나 세워졌다. 단일 시즌 역대 최다 탈삼진의 주인공이 바뀌었다. 무려 37년 묵은 기록의 경신이었다.

주인공은 두산 베어스 외국인투수 아리엘 미란다(32·쿠바)였다. 올 시즌 내내 압도적인 구위를 뽐낸 미란다는 10월 24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탈삼진 4개를 더해 KBO리그 역대 단일 시즌 최다인 225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미란다가 뛰어넘은 이는 ‘불세출의 영웅’ 고(故) 최동원이었다. 최동원은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있던 1984년 51경기를 뛰며 27승 13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2.40이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올렸다. 이와 더불어 223개의 탈삼진이라는, 30년 넘게 깨지지 않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남겼다.

최동원 이후 존재했던 수많은 파이어볼러들조차 넘지 못했던 223탈삼진. 그러나 올 시즌 KBO리그로 뛰어든 미란다가 이를 넘어서면서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가 쓰이게 됐다.

다만 대기록 경신의 후유증은 컸다. 올 시즌 28경기에서 173⅔이닝을 소화한 미란다는 마지막 LG전 등판을 끝으로 휴식을 취했다. 이어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서 모두 결장했다. 이유는 어깨 통증이었다.

미란다가 빠진 두산은 어렵게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이 기간 마운드의 과부하는 심해졌고, 두산으로선 미란다의 극적 복귀가 절실해졌다.

사령탑조차 반신반의했던 에이스의 컴백. 모두가 미란다의 상태를 예의주시했던 가운데 마침내 미란다는 kt 위즈와 한국시리즈를 통해 돌아오게 됐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에디에서 “미란다는 선발로 쓴다. 3선발로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 불펜 투구를 한 번 소화한 뒤 몸 상태가 괜찮으면 3선발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두산으로선 천군만만다. 이미 워커 로켓이 부상으로 빠진 상태에서 미란다마저 이탈하면서 선발진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가을야구에선 이영하와 홍건희 등 핵심 롱릴리프들의 활약으로 버티긴 했지만, 7전4선승제인 한국시리즈에선 선발진의 분전이 필요하다.

공교롭게도 미란다가 뛰어넘은 최동원은 1984년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에서 영화 같은 업적을 남겼다. 무려 5경기를 나와 4승1패를 기록했다. 롯데가 이긴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기며 롯데의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등판 내용은 더욱 경이적이었다. 1차전 완봉승과 3차전 완투승, 5차전 완투패, 4차전 구원승 그리고 마지막 7차전 완투승의 주인공이 모두 최동원이었다. 당시 활약상은 223탈삼진의 대기록을 잊게 할 만큼 위대했다.

이로부터 37년이 흐른 2021년. 한국야구의 전설을 뛰어넘고 그해 최고 투수에게만 주어지는 최동원상을 수상한 미란다. 과연 새로운 주인공이 써 내려갈 첫 가을야구 이야기는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