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클한 고별전' 1할 타자가 팬들 박수 받으며 떠났다… 못한 건 있어도, 안한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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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오늘 마드리스가 마지막 게임입니다”
이숭용 SSG 감독은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경기를 앞두고 누가 물어보지 않았는데 먼저 구단의 방침을 전달했다.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6주 계약을 했던 블라이 마드리스(30)가 오늘 마지막 경기를 뛴다는 것이다. 다소 의외의 이야기였다.
마드리스의 활약이 저조해 재계약 대상이 아닌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마드리스는 KBO리그에 온 뒤 15일까지 시즌 16경기에서 타율 0.150, 3홈런, 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556에 머물고 있었다. 펀치력은 분명히 있지만 코스나 구종에 대한 약점 모두가 노출됐고, 방망이에 맞지 않는데 펀치력은 의미가 없었다. 최근에는 선발에서도 빠지는 날이 많았다.
다만 계약은 8월 20일까지였고, 아직 2~3경기 정도는 더 활용할 수 있는 선수라 굳이 이날 ‘종료’를 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 의외였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선수에게도 이미 통보가 됐고, 부상으로 빠졌다가 현재 2군에서 재활 경기를 마친 김성욱이 1군에 올라와 마드리스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 밝혔다. 에레디아도 21일부터 1군에 합류할 수 있다.
냉정히 따지면 마드리스의 활약이 좋지 않았고, 이제는 순위 싸움에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굳이 내년에는 없을 마드리스에게 타석을 더 줄 이유가 없었다. 마드리스의 자리나 타석을 신진급 선수에게 줘 차라리 한 번이라도 더 실험하는 게 낫다 싶었을 수 있다. 의외이지만, 결정에 크게 이견이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최근 경기에서 선발에 계속 제외되고, 15일에도 대타로 한 타석 소화에 그친 마드리스는 정작 고별전에서 선발 출전을 하는 셈이 됐다. 어차피 마지막 경기에 대충 하고 나올 수도 있었다. 동기부여는 없었다. 그러나 마드리스는 프로답게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못하는 것이 있었을 수는 있어도, 안 하는 것은 없었다.
마드리스는 16일 잠실 LG전에 선발 7번 좌익수로 나가 홈런 포함 2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의 대활약을 펼치며 팀의 5-0 승리에 힘을 보탰다. 경기를 앞두고 많은 감정이 교차했을 법한, 그래서 경기에 집중하기 잘 어려웠을 법한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하며 좋은 인상으로 작별을 고했다.
2회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카를로스 카라스코를 상대로 우전 안타를 기록하며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한 마드리스는 3회 수비에서는 이재원의 총알 타구를 집중력 있는 대시로 파고 들어가 몸을 던지며 잡아내는 호수비를 선보였다. 선발 페드로 아빌라는 물론, 그라운드의 동료들 모두 박수를 쳤다.
상승세를 탄 마드리스는 0-0으로 팽팽히 맞선 5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선두 타자로 나서 좋은 승부 끝에 볼넷을 골랐다. 이는 SSG 선취점의 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볼넷이었다. 이어 조형우가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때렸고, 1사 후 정준재가 두 명의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중전 적시타를 쳐 SSG가 2점을 앞서 나갔다. 이어진 2사 2루에서는 박성한의 중전 적시타까지 나오며 SSG가 중반 분위기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아빌라의 호투가 이어지며 힘을 낸 SSG는 3-0으로 앞선 6회 1사 후 한유섬이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대형 홈런을 치며 1점을 보탰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마드리스도 화끈한 한 방을 터뜨렸다. 1B-2S에 몰린 상황에서 카라스코가 자신의 주무기인 포크볼을 떨어뜨렸다. 마드리스가 KBO리그에 온 뒤 그렇게 많은 헛스윙을 했던 코스였다.
하지만 마드리스는 포인트를 앞에 두고 방망이를 돌렸고, 방망이의 반동과 힘을 이용해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리며 시즌 4호 홈런을 기록했다. 동료들과 세리머니를 하는 선수의 모습에서는, 당장 오늘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갈 선수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SSG는 그런 마드리스의 활약을 앞세워 6-0으로 이기고 모처럼 LG전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마드리스는 이날 3타수 2안타(1홈런) 2볼넷 2득점 1타점을 기록했고 마지막까지 경기장을 지켰다.
경기 후에는 마드리스가 선수단과 작별 인사를 나눌 시간이 있었고, 마드리스는 선수들의 건강과 좋은 활약을 고대하면서 앞으로도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며 '랜더스맨'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그 그라운드에서 선수단 미팅이 끝나자 3루 측의 SSG 팬들은 마드리스의 응원가를 부르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어쩌면 타율 0.175 타자가 이렇게 감동적인 작별의 장을 만들기는 쉽지 않은데,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지는 이별의 타이밍이 됐다.
마드리스는 경기 후 "짧은 기간이었지만 KBO리그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준 구단에 감사드린다. 코칭스태프와 트레이닝 코치, 팀 동료들 모두 따뜻하게 대해줬다"면서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보여드리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야구장에서 늘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랜더스가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기를 미국에서도 계속 응원하겠다"고 인사를 건넸다.
물론 이날 활약이 마드리스의 계약 연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SSG도 내년을 본 계획들이 있다. 어쩌면 마지막 경기를 잘 치르면서 웃으면서, 또 좋은 기억을 남기고 헤어질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사실 시즌 중반에 들어오는 6주짜리 대체 외국인 선수는 성공 확률이 극히 희박하다. 기본적으로 한 단계 낮은 급의 선수가 올뿐더러 리그에 적응할 만하면 6주가 끝난다. 마드리스도 대성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한 외국인 타자로 기억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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