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라이벌이 울지 않은 이유…지진 피해 입은 이들에게 "내 경기가 포기하지 않을 희망 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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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안세영(24, 삼성생명)에게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 꿈이 가로막힌 야마구치 아카네(3위, 일본)가 눈물보다 구마모토를 떠올렸다.
일본 매체 'TBS 뉴스'는 세계선수권 여자단식 준우승에 오른 야마구치의 도쿄 귀국 기자회견을 보도했다. 야마구치는 이번 대회에서 흘린 땀과 결승까지 버틴 힘이 지진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용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야마구치는 결승까지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았다. 1회전부터 준결승까지 네 경기를 모두 2-0으로 따내며 거침없이 정상으로 향했다. 마지막 상대는 세계랭킹 1위이자 2023년도 세계선수권 챔피언 안세영이었다.
결승은 팽팽한 초반 승부로 시작됐다. 야마구치는 특유의 낮고 빠른 전개로 안세영을 흔들었고, 1게임 중반에는 16-15로 역전하며 흐름을 가져오는 듯했다. 그러나 안세영의 끈질긴 수비가 다시 살아났다. 야마구치가 만들어낸 틈을 놓치지 않고 반격을 이어간 안세영은 21-17로 첫 게임을 가져갔다.
두 번째 게임에서도 야마구치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상대를 전후좌우로 끌어내며 기회를 만들었지만 안세영은 좀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결국 21-14로 두 번째 게임까지 가져가면서 49분 만에 승부가 끝났다.
안세영이 실력 차이를 확실하게 보여주면서 직전 대회 우승자였던 야마구치의 2연패는 좌절됐다. 그래도 5개 대회 연속 세계선수권 시상대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패배의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었다. 야마구치 역시 솔직하게 감정을 털어놨다. "결과에 대한 납득감과 패배한 아쉬움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느낌"이라며 "결승에서 진 것도 정말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야마구치는 올해 안세영을 만난 세 번의 결승전에서 모두 패했다. 이와 관련해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솔직하게 말한 뒤 "안세영이 아주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나보다 어리다. 그래서 아직도 발전하고 있다. 반대로 나는 뭔가 더 추가할 나이는 아니"라고 냉정한 현실을 고백했다.
그러면서 "안세영 상대로 이번처럼 반복한다면 이길 기회를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오래된 이론을 허물고 다양한 접근법을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야마구치는 코트 밖 이야기도 했다. 야마구치가 소속된 사이슌칸 제약의 연고지는 구마모토다. 지난 7월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야마구치는 구마모토 자택에 있었다. 세계선수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야마구치는 지역 사회가 입은 아픔을 이겨내는 희망을 전달하기 위해 우승을 목표로 삼았었다.
비록 우승 트로피를 구마모토 시민들에게 선물하지 못하지만, 야마구치는 "다시 한번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온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운을 뗐다.
준우승은 아쉬어도 결승까지 모든 것을 쏟아낸 과정에 후회가 없었다. 야마구치는 "이번 대회가 단 한 사람에게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할 수 있는 동기를 줄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더 많은 분에게 앞으로 나아갈 힘과 열심히 해나갈 활력이 되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진심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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