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잃어도 좋다" 사발렌카 말 떨어지자 진짜 왕좌 뺏겼다…리바키나 생애 첫 1위 등극→99주 독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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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여자 테니스 왕좌의 주인이 바뀌었다.
엘레나 리바키나(27·카자흐스탄)가 아리나 사발렌카를 끌어내리고 생애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사발렌카는 왕좌를 내주기 직전 "1위 자리를 잃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US오픈에서 3연속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면 (2위 하락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했다.
랭킹보다 뉴욕에서 또 한 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리바키나는 1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여자단식 8강에서 중국의 정친원을 2-1(3-6 6-1 6-4)로 제압했다.
이날 승첩으로 리바키나는 사발렌카를 제치고 처음으로 여자프로테니스(WTA) 세계랭킹 정상에 올라섰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지만 현재 카자흐스탄을 대표하는 리바키나는 수년간 세계 톱5를 지킨 강자다. 올해 호주오픈 정상에 올라 개인 통산 두 번째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품었고, 지난 4월에는 슈투트가르트 테니스 그랑프리까지 제패했다.
올 시즌 WTA 투어에서 거둔 승리만 47승이다. 제시카 페굴라(50승·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정상권 랭커가 잇달아 부침을 겪는 사이 꾸준히 승수를 쌓은 끝에 마침내 세계 1위까지 도달했다.
반대로 사발렌카는 약 2년간 지켜온 왕좌를 이날 헌납했다.
2024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른 뒤 총 99주간 정상에 머물렀지만 리바키나 상승세를 끝내 막지 못했다.
사발렌카도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었다.
전날 린다 노스코바(체코)를 2-1(7-6<7-1> 3-6 7-6<10-7>)로 힘겹게 꺾고 US오픈 준결승에 오른 뒤 세계 1위 상실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오히려 선명히 자신의 '우선순위'를 귀띔했다.
프랑스 테니스 전문 '위 러브 테니스'에 따르면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잃고 US오픈에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러겠다. 정말 멋진 일이 될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단 반응을 보였다.
이어 "3연속 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위치까지 왔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고 덧붙였다.
WTA 랭킹 수위보다 그랜드슬램 트로피를 택하겠다는 승부수다.
사발렌카에게 이번 US오픈은 의미가 남다르다. 정상에 오르면 대회 3연패라는 대기록을 작성한다.
반면 우승에 실패할 경우 2022년 이후 처음으로 한 시즌을 그랜드슬램 타이틀 없이 마치게 된다.
올 시즌 흐름은 순탄치 않았다. 들쑥날쑥했다.
지난 1월 호주오픈 결승에서 리바키나에게 패한 뒤 인디언웰스 결승에서 설욕했고, 3월 마이애미오픈에서는 코코 고프(미국)를 꺾고 우승했다. 이때까진 순조로웠다.
하나 이후 급격히 흔들렸다.
마드리드오픈 8강에서 당시 세계 32위 헤일리 밥티스트(미국)에게 패한 것을 시작으로 다음 6개 대회에서 8강 이상에 진출한 건 단 2차례뿐이었다.
프랑스오픈과 베를린오픈에선 한 세트를 0-6으로 내주는 충격적인 패배까지 경험했다.
사발렌카는 호주오픈에서 얻은 교훈을 떠올렸다.
"주변의 모든 소음을 차단하고 그것을 계속 생각하지 않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호주에서 배웠다.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다만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싸울 준비를 유지해야 한다."
이제 여자 테니스의 공식적인 왕좌는 리바키나에게 넘어갔다.
정친원을 상대로 첫 세트를 내준 리바키나는 두 번째 세트부터 특유의 강력한 백핸드 스트로크를 폭발시켜 경기를 뒤집었다. 3세트 4-4에서 정친원이 더블폴트를 범하며 '틈'을 보이자 이를 놓치지 않고 승부를 끝냈다.
US오픈 준결승 대진도 흥미롭게 완성되고 있다.
사발렌카는 페굴라와 결승행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리바키나는 고프-미라 안드레예바(러시아)전 승자와 격돌한다.
둘 모두 살아남는다면 결승에서 만날 수 있다. 전현직 1인자끼리 순위가 바뀌자마자 맞붙게 되는 형국이라 세계 테니스계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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