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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세 최고령 참가자가 1위…배우 최명길도 빠져든 '브리지의 매력'

작성일: 2026.09.18 13:26 정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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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목동, 정형근, 배정호 기자]  “30년 전 브리지협회를 만들어 기초를 단단히 세우고, 늘 브리지를 응원하고 사랑해준 시니어 선배님들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한국 브리지의 성장을 함께해 온 시니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60세 이상 브리지 애호가 80명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두뇌 싸움을 펼쳤다. 최고령 참가자는 86세였다.

제1회 양천구청장배 브리지 토너먼트 겸 제2회 시니어 브리지대회가 17일 서울 현대백화점 목동점 7층 보타닉하우스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경쟁을 펼쳤다.

한국브리지협회는 1993년 설립 이후 현대백화점에서 꾸준히 강좌를 열며 브리지를 보급했다. 초기에는 중년 이상 여성 회원들이 주축을 이뤘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 당시 브리지를 배우기 시작했던 회원 상당수가 60대 이상의 시니어가 됐다.

협회가 시니어 회원들을 위한 별도의 대회를 마련한 것은 올해부터다.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전문 매체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제안으로 제1회 '비바 브라보' 시니어 브리지대회가 열렸다. 당시 KBS '생로병사의 비밀' 취재진도 현장을 찾아 시니어의 브리지 활동과 두뇌 건강 등을 다뤘다.

대회를 지켜본 김혜영 한국브리지협회장은 시니어 회원들만을 위한 무대가 협회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봄과 가을, 연 2회 시니어 브리지 토너먼트를 열기로 했다.

김 회장은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브리지는 두뇌 스포츠이기 때문에 우선 치매 예방에 좋다. 파트너와 상대방을 비롯해 여러 사람과 함께 어울릴 수 있어 외롭지도 않다”며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 경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출하게 되고 생활에도 활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참가자는 최고령인 86세 이문대 회원이다.

이 회원은 나이뿐 아니라 실력으로도 주목받았다. 평소 클럽 대회에서 자주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수준급 실력을 갖췄고, 이날도 파트너와 함께 1위에 올랐다.

일상에서도 활력이 넘친다. 꾸준히 수영을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일주일에 세 차례 이상 직접 협회를 찾는다. 하루도 빠짐없이 가계부를 작성하고, 해외에 거주하는 두 딸의 재테크와 재산관리까지 직접 챙긴다.

김 회장은 “정말 브리지를 잘하신다. 클럽에서도 1등을 자주 하신다”며 이 회원의 꾸준한 활동과 실력을 소개했다.

최고령 참가자가 1위에 오르자 대회장에서는 큰 박수가 쏟아졌다. 86세에도 테이블 앞에서 실력을 겨루고 정상에 오른 이 회원의 모습은 나이와 관계없이 브리지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 브리지 대회장을 찾은 배우 최명길(가운데)은 "최근 브리지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며 "모든 연령대의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마인드 스포츠"라고 말했다. ⓒ한국브리지협회
▲ 브리지 대회장을 찾은 배우 최명길(가운데)은 "최근 브리지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며 "모든 연령대의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마인드 스포츠"라고 말했다. ⓒ한국브리지협회
▲ 한국브리지협회 김혜영 회장(오른쪽)과 배우 최명길 ⓒ한국브리지협회
▲ 한국브리지협회 김혜영 회장(오른쪽)과 배우 최명길 ⓒ한국브리지협회

 

이날 대회장에는 배우 최명길도 모습을 보였다. 김 회장에게 꾸준히 브리지 이야기를 들으며 관심을 갖게 된 최명길은 최근 두 달 동안 국가대표 강성석에게 브리지를 배우고 있다.

최명길은 스포티비뉴스에 “몸 건강을 위해 운동이 필요하듯 마음 건강, 그러니까 뇌 건강이나 정신 건강을 위해 브리지가 좋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며 “현장은 매우 조용했지만 그 정적 속에서 치열한 수읽기가 오가는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나도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브리지를 배우면서 스스로 느낀 변화도 소개했다. 최명길은 “그동안 잘 쓰지 않았던 뇌의 영역들을 새삼 발견하게 됐다. 특히 숫자에 대한 개념이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명길은 여러 사람이 함께해야 하는 브리지의 특성에도 주목했다. 그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게임이라 고립되기 쉬운 노년에 사회성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는 것 같다”며 “초등학생처럼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다면 게임의 재미와 함께 평소 쓰지 않는 두뇌를 집중적으로 자극할 수 있어 성장기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스포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명길은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전한 뒤 시상식에도 함께했다. 양천구청장을 대신해 NS(남북)와 EW(동서) 부문 1위 페어에게 금메달을 수여하며 참가자들을 축하했다.

대회 장소에도 의미가 담겼다. 현대백화점은 전국 11개 점포에서 브리지 강좌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브리지협회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브리지 보급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협회는 이러한 인연을 바탕으로 야외 정원과 연결된 식물원 형태의 현대백화점 목동점 보타닉하우스를 제2회 시니어 대회 장소로 결정했다.

시니어 대회를 확대하고 있지만 협회가 그리고 있는 브리지의 미래는 특정 연령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초등학생부터 시니어까지 세대를 이어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 회장은 특히 유소년 보급을 강조했다. 그는 “유소년에게 힘을 많이 쏟아야 그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청년과 장년, 노년층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제가 최근 힘을 쏟고 있는 곳은 초등학교”라고 말했다.

국제 교류도 확대한다. 김 회장은 최근 중국 브리지 관계자로부터 오는 11월 중국에서 열리는 국제 교류 행사에 초청받았다고 밝혔다. 세계와 유럽, 중국, 아시아 브리지 관계자들이 모여 브리지 저변 확대와 교류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김 회장은 “세계브리지 회장, 유럽브리지 회장, 중국 회장, 아시아 회장과 함께 초청받아 영광이라고 생각했다”며 “청소년들도 국가대표로 해외에 나가 실전을 통해 실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30여 년 전 브리지를 배우기 시작한 세대가 이제 80대에도 테이블 앞에서 경쟁한다. 동시에 협회는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새로운 세대를 키우고 있다. 협회는 유소년부터 시니어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평생 스포츠’로 브리지의 저변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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