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정호 ⓒ SPOTV NEWS 한희재 기자
[SPOTV NEWS=박현철 기자] 교섭권을 얻은 팀의 내야가 탄탄한 편이라 일각에서는 다른 구단의 영입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하이재킹이 아니냐는 의심도 있었다. 그러나 지구 내 팀들 중 특별히 그를 갈구하는 정황을 포착하기 힘들었던 터라 그에 대한 의구심은 크지 않은 편. 내야진이 얇지 않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 협상 테이블을 차리게 된 강정호(27, 넥센 히어로즈)는 눈앞에 펼쳐질 경쟁의 바다에서 어떻게 헤엄칠 것인가.

23일(한국 시간) 강정호에게 포스팅시스템 응찰액 500만2015달러(한화 약 55억871만원)를 제시한 팀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팀인 피츠버그였다. 경관이 아름답다고 알려졌으나 당겨치는 스타일의 오른손 타자에게 거의 지옥과도 같은 환경의 PNC 파크가 홈 구장인. 게다가 2루-3루-유격수 자리 모두 주인이 있는 팀인 만큼 현 시점에서 보면 강정호에게는 절대 좋은 조건이 아니다.

피츠버그의 3루는 다재다능한 조시 해리슨이 맡고 있는데 그는 올 시즌 3할1푼5리 13홈런 52타점으로 정확성을 떨쳤다. 2루수 닐 워커는 2할7푼1리 23홈런 76타점으로 파괴력을 보여줬으며 강정호의 주포지션인 유격수 자리는 조디 머서가 지켰다. 2할5푼5리 12홈런 55타점의 공격력은 둘째 치고 수비 면에서 안정감을 보여줬다. 머서와 해리슨은 연봉도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 51만5500달러를 받고 있는 고효율 선수들이다.

만약 피츠버그가 타 팀을 훼방놓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짜 강정호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500만 달러 이상의 포스팅 비용을 지출했다면. 강정호는 큰 기대 속에서 머서를 비롯한 유격수 요원, 혹은 다른 내야수 요원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한국무대에서 한 시즌 40홈런을 때려낸 파워툴 유격수라는 점을 인정받았으나 강정호는 엄밀히 따지면 메이저리그에서 검증된 바가 아무것도 없다. 수비 스텝, 안정성 등에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현지 평을 들었던 강정호다.

그렇다면 결국 강정호는 부담 속 경쟁에서 이겨내야 한다. 사실 모든 프로 선수들은 경쟁을 이기고 한 팀의 주전이 되고 타이틀 홀더로 이름을 올리게 마련. 2006년 현대에 2차 1라운드 입단했던 강정호는 지명 당시 포수로 불렸으나 입단 후 ‘포스트 박진만’ 후보로서 다른 동료들과 경쟁했다. 지석훈(NC)과 차화준(삼성), 황재균(롯데) 등이 박진만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강정호와 경쟁했던 이들이다.

박진만은 2004시즌 후 삼성으로 FA 이적했으나 현대 선수단의 해체 후 히어로즈 선수단으로 고용 승계된 뒤 2008시즌 초반까지도 몇 년 간 포스트 박진만은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 당시 강정호의 선 굵은 수비와 강한 어깨. 그리고 배팅 파워에 매료된 이광환 당시 감독이 유격수로 중용하면서부터 강정호가 히어로즈 주전 유격수로 우뚝 섰다. 강정호보다 더 유격수로서 먼저 그리고 더 많은 기회를 얻었던 황재균은 정성훈(LG)의 이적과 함께 2009년 자연스레 3루수로 보직 이동했다.

현대-히어로즈 첫 해 초반 당시만 해도 강정호는 유격수 경쟁 구도에서 큰 우위를 점하지 못했던 유망주였다. 발 빠르기에서 차화준과 황재균에게 열세였고 유격수로서 전문성은 지석훈에게 다소 밀린다는 평을 받았다. 현대 시절 김재박 감독도 강정호의 센스는 높게 샀으나 유격수로서 전문적인 수비 능력과 순발력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데뷔 초기 강정호는 경쟁의 차점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광환 감독이 중용하기도 했으나 기회를 살리고 기량을 키운 것은 바로 강정호 본인이었다. 2008시즌 히어로즈 주전 유격수로서 자리를 굳히기 시작한 강정호는 2009년 23홈런 유격수로 폭풍 성장했고 이제는 40홈런 유격수 금빛 명함을 준비한 채 피츠버그 구단의 문 앞에 섰다.

어마어마한 야구 시장에서 더욱 대단한 운동능력과 기량을 갖춘 선수들을 경쟁자로 맞서게 된 강정호. 피츠버그와의 계약까지 성공한다면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 주전 유격수로 도약하기 전 뜨거운 경쟁 속 가졌던 초심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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