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9연속 진출①] 대기록 세웠지만…유산 없는 대표 팀
작성일: 2017.09.06 06:00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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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기록은 역사가 되지만, 역사가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축구 대표 팀이 우즈베키스탄에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순간, 대한축구협회는 대표 팀이 달성한 기록을 정리해 배포했다.
최다 연속 진출 6위. 10회 연속 출전한 스페인 대표 팀 다음으로 긴 9회 연속 출전(1986년~2018년)을 이뤘다. 아시아에서는 8위 일본(6회 연속, 1998년~2018년)에 앞선 최다 기록이다. 한국보다 오랜 기간 연속 출전을 이룬 나라가 브라질(21회 전 대회 출전), 독일(16회 연속), 이탈리아(14회 연속), 아르헨티나(11회 연속), 스페인(10회 연속) 등 전통의 축구 강국뿐이다.
◆ 9회 연속 본선 진출 대기록, 최근 2회는 자력 아니었다
한국보다 긴 최다 연속 진출 기록을 이룬 팀의 공통점은 우승 기록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일본과 공동 개최한 2002년 대회에서 4강 신화를 이뤘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 리그 탈락을 경험하며 다시 세계와 격차를 느꼈다. 지난 대회와 마찬가지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아시아 최종 예선 단계부터 살얼음판 승부를 벌였다.
특히 최근 두 대회의 본선 진출 과정은 ‘자력’으로 이룬 성과가 아니다. 2014년과 2018년 대회 최종 예선 결과는 과정에 유사성이 있다. 2014년 대회 예선 당시 한국은 A조에 속했고, 이란이 1위로 진출했다. 한국은 2위로 본선 티켓을 얻었는데, 3위 우즈베키스탄과 승점 타이(14점)였으나 골 득실 차 우위로 직행 티켓을 더머쥐었다.
한국은 최종전에서 이란에 0-1로 졌고, 우즈베키스탄은 카타르에 5-1로 대승했다. 골 득실 차 우위는 단 한 골(한국 +6, 우즈벡 +5)이었다. 이란에 한 골을 더 내줬거나, 우즈베키스탄이 카타르에 한 골을 더 넣었다면 한국은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다.
2018년 예선도 마찬가지다. 1위는 이란이 확정한 가운데 2위 싸움을 벌였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0-0으로 비겼다. 같은 시간 시리아가 이란을 꺾었다면 시리아가 승점 15점에 골 득실 차 우위로 2위, 한국이 3위로 플레이오프에 가야 했다. 시리아는 선제골을 넣어 한국을 긴장시켰고, 1-2로 이란에 역전을 허용한 뒤 후반 추가 시간 동점 골을 넣어 한국을 가슴 졸이게 했다.
한국은 이번 최종 예선에서 원정 무승(2무 3패)을 기록했고, 홈에서도 세 차례 한 골 차 신승과 이란전 무득점 무승부로 매 경기 고전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예선 마지막 일정에 감독을 교체하는 강수를 뒀으나 두 경기 모두 무득점 무승부를 기록하며 무력증을 극복하지 못했다.

◆ 예선전 우려가 본선으로 이어진 2014년의 데자뷔
6일 우즈베키스탄전은 골 결정력 아쉬움이 있었다기 앞서 우즈베키스탄이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열렸던 첫 대결과 마찬가지로 체력 관리에 실패해 자멸한 측면이 더 컸다. 9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에도 한국 축구가 마냥 웃기 어려운 이유는, 예선의 경기력이 본선의 선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만 해도 본선에 서는 것 만으로 감격이자 성공이었다. 첫 골과 첫 승점이 역사였다. 이후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첫 승과 첫 16강은 물론, 4강 신화까지 이뤘다. 이후 한국 축구의 월드컵 목표는 상향 조정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1승 1무 1패로 아쉽게 조별 리그에서 탈락한 한국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을 이뤘다. 두 대회 모두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남긴 유산이 어느 정도 유지됐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은 국민들의 기대감을 더 높여 놨으나, 이때 영웅인 홍명보 감독이 대회 1년을 앞두고 부임해 나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실패였다. 1무 2패의 조별 리그 성적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가장 저조한 기록이었다. 이번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017년 FIFA U-20 월드컵(한국)을 이끈 신태용 감독은 긴급 소방수로 투입했다. 축구 팬들은 4년 전의 묘한 데자뷔를 느끼고 있다.
◆ 빠르게 성장하는 세계 축구…다시 벌어지는 격차
지금 한국 축구가 이룬 9회 연속 본선 진출의 성과는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속담에 근거한 행운처럼 느껴진다. 썩어도 준치다. 아직은 저력을 발휘하지만, 그 힘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아시아 축구의 전반적인 인프라와 전술 역량, 선수 육성이 발전하고 있다. 이란과 호주, 일본의 전력은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중국과 우즈베키스탄도 만만하게 볼 수 없게 됐다. 예선 최종일에 호주를 탈락 위기로 몰고 간 태국의 성장도 무시할 수 없다. 북한 축구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발전하는 것은 아시아 축구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축구계를 선도해 온 축구 열강의 전술적 역량과 선수 풀은 발전 폭이 더 크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성공을 기점으로 좁혀진 것으로 느꼈던 세계 축구와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선수의 개인 능력을 떠나, 지도자의 역량과 고도화 되는 스포츠 과학을 통한 지원 시스템, 축구협회의 행정 능력 등 다방면에서 발생한 열세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감독 인선과 평가, 감독 후보군 구성 작업 과정에서 밀도와 폭에 모두 문제가 있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투자는 비용 낭비로 그쳤고, 후임 감독 후보 리스트는 빈약했다. 가능성 있는 몇 안되는 국내 지도자들에게 무거운 짐을 맡겼고, 홀로 황야에 내보내 사투를 벌이게 했다. 지난 10년간 한국 축구가 제자리걸음을 해 왔다는 증거가 드러났다.
신태용 감독은 “이제 내 이름을 걸고 내가 원하는 축구를 만들겠다. 한국 축구가 얼마나 강한지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느끼게 될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현대 축구는 감독 혼자 전술 전략을 잘 짜고, 훈련시킨다고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대표 팀 소집 기간은 제한적이고, 일관된 방식으로, 한 감독이 오랫동안 단련시킨 팀들을 본선에서 만나야 한다.
2010년 조광래 감독부터 7년간 6명의 감독을 거친 한국 축구는 벼락치기를 거듭하고 있다. 가장 긴 연속성을 보장한 슈틸리케 감독은 아무런 유산도 남기지 못했다. 올림픽 대표 팀과, U-20 대표 팀을 역순으로 맡은 신태용 감독의 노하우가 월드컵 본선에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 미지수다. 우려를 기대로 바꾸는 일이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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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 기자 hjh@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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