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AK 그레이, '킹'의 시대에 도전장을 내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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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피트 11인치(약 180cm)의 작은 체구지만 역동적인 투구폼에서 최고 97마일(156km)에 이르는 강속구와 파워풀한 커브가 뿜어져 나온다. 과거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시대를 풍미했던 로이 오스왈트(180cm)를 연상케 한다. 한 팀의 에이스를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그레이는 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2015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8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시즌 7승을 달성했다. 안타는 단 2개만을 내줬으며 삼진은 7개를 잡아낸 완벽투였다.
7승을 거둔 그레이는 댈러스 카이클(휴스턴)과 함께 에르난데스(8승, 평균자책점 2.63)에 이어 다승 2위로 도약했다. 평균 자책점은 종전 1.82에서 1.62까지 낮추면서 카이클(1.76)을 제치고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모든 투수 부문 상위권에서 그레이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82이닝을 던진 그레이는 84⅔이닝을 소화한 코리 클루버(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닝 당 출루 허용율(WHIP)는 0.91로 카이클과 함께 메이저리그 공동 1위가 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피안타율은 0.186으로 카이클(0.183)에 이어 2위다. 특히 강한 타구를 일컫는 'Hard hit' 허용률은 0.072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12경기에 선발 등판한 그레이가 내준 홈런은 단 3개에 그친다. 11경기 8피홈런의 에르난데스보다 무려 5개가 적다.
그레이의 가장 큰 무기는 커브. 그러나 그의 커브는 하나가 아니다. 수직으로 낙하하는 12-6 커브를 비롯해, 빠른 속도의 파워 커브, 그리고 속도를 낮춘 슬로우 커브 등이 있다. 특히 지난해 평가된 그의 12-6 커브의 낙차는 -8.7로 클레이튼 커쇼(LA다저스)의 -8.5를 능가했다.
최고 97마일에 이르는 빠른 공과 함께, 커브를 상대로 세 가지 이상의 궤적을 머리에 그려야 하기 때문에 그레이를 상대하는 타자들은 타석에서 머리가 복잡해진다. 지난 2013년 강속구와 변종 커브로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올랐던 호세 페르난데스(마이애미 말린스)와 비슷하다. 이에 대해 그레이에게 어떻게 커브를 구사하는지에 대한 많은 질문이 이어졌고, 그레이는 "그립은 한 가지다. 힘 조절을 할 뿐이다"라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마이너리그 3년차를 맞은 지난 2013 시즌 도중 ESPN은 트리플-A 최고 구종으로 그레이의 커브를 꼽았으며, 가장 뛰어난 제구력을 갖춘 투수 역시 그레이를 지명했다. 그해 20경기에서 10승 7패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한 그레이는 7월 빅리그 마운드에 올라 2경기에서 계투로 맛을 보고 마이너리그에 내려갔고, 8월 다시 부름을 받아 10경기 선발로 나서 5승 3패 평균자책점 2.67로 특급 유망주임을 입증했다.
오클랜드는 그해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맞붙었다. 1차전 저스틴 벌렌더에게 완패한 오클랜드는 2차전에서 그레이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들었다. 21세 나이에 포스트시즌 첫 등판에 나선 그레이는 그레이는 명품 커브를 바탕으로 디트로이트 강타선을 8이닝 무실점으로 제압햇다. 삼진은 무려 9개를 뺏어내는 괴력투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경기를 마친 뒤, 그레이는 "커브 제구가 패스트볼 제구보다 쉬웠다"라는 말을 남겼다.
메이저리그 최고로 평가받는 커브가 있었기 때문에, 그레이는 패스트볼-커브의 투 피치만으로 신흥 에이스로 도약했다. 지난해 구사비율이 27.1%에 달했던 커브는 46%의 헛스윙을 이끌어냈으며, 피안타율은 0.192에 그쳤다. 총 183개의 삼진 가운데 커브로 뽑아낸 삼진은 무려 96개였다. 2014 시즌을 마치고 ESPN은 리그 최고의 커브로 다시 그레이의 커브를 선택했다.
3년차. 그레이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을 맞이했다. 지난해까지 최고의 커브를 구사한 반면, 체인지업의 위력은 다소 떨어졌다. 때문에 그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슬라이더 향상에 매진했다.
지난해 전체 8.7%였던 그의 슬라이더 비율은 올 시즌 16.4%로 두배 가량 늘었다. 대신 커브 비율은 종전 27.1%에서 15.4로 감소했다. 평균 93마일에 형성되는 강속구에 커브-슬라이더를 구사하면서 타자들을 보다 손쉽게 상대할 수 있게 됐다.
14승 10패 평균자책점 3.08을 기록했던 지난 시즌 성적과 현재까지 7승 2패 평균자책점 1.62를 기록하고 있는 그레이의 성적을 비교하면 변화는 완벽한 성공을 이끌어냈다.
그레이의 활약은 홈 구장의 영향도 있다. 커브를 주무기로 활용하는 그레이는 지난해까지 통산 땅볼 비율이 55.3%에 이르는 전형적인 땅볼 투수였다. 이번 시즌 슬라이더를 장착한 그레이의 땅볼/뜬공 비율은 1.28로 뜬공이 다소 많아졌다. 그러나 그의 홈 구장은 메이저리그 대표적인 '투수 친화 구장'인 O.co 콜로시움이다.
엄청난 활약을 펼치는 그레이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오클랜드가 22승 33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 처져있기 때문이다. 1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는 12.5경기 차로 사실상 내년 시즌을 기약해야 할 상황이다. 올 시즌 6명이 나선 오클랜드 선발진이 거둔 승수는 18승. 그 가운데 그레이가 홀로 7승을 해냈다.
25세의 그레이는 한 단계 높은 발전을 위해 변화를 택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주목되는 투수다. 킹이 지배하는 아메리칸리그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있다.
[사진] 소니 그레이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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