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의 Behind] '50승 에이스' 밴 헤켄, 한때 퇴출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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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시즌부터 넥센 마운드의 주축으로 활약 중인 밴 헤켄은 올 시즌 12경기 7승2패 평균자책점 3.39를 기록 중입니다. 이미 지난해 밴 헤켄은 31경기 20승6패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하며 초특급 에이스로 우뚝 섰지요. 넥센의 지난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에는 강력한 타선의 힘도 있었지만 투수진의 조타수로 활약한 밴 헤켄의 활약도 굉장했습니다.
밴 헤켄의 개인 통산 성적은 100경기 593이닝 50승26패 평균자책점 3.49. 외국인 투수의 개인 통산 50승은 다니엘 리오스(전 KIA-두산, 90승), 더스틴 니퍼트(두산, 55승)에 이은 역대 3위 기록입니다. 밴 헤켄은 지난 5월31일 SK를 상대로 7이닝 7피안타 1실점 선발승을 거두며 통산 49승의 맷 랜들(전 두산)을 넘어섰습니다. 이만하면 단순한 외국인 투수 그 이상이지요.
아주 가끔 146~7km 가량을 던질 때도 있습니다만 밴 헤켄은 파워피처가 아닙니다. 그러나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과 기본적으로 좋은 제구력, 그리고 리그 최고 수준의 체인지업 구사 능력을 앞세워 상대 타선을 봉쇄합니다. 그런데 이 좋은 투수가 한국 무대 첫 시즌 뚜껑도 열리기 전 퇴출 후보 1순위로 꼽혔다면 믿으시겠습니까.
2012시즌을 앞두고 1군 8개 구단 전력분석원들은 시범경기서부터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더욱이 이 해는 16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전원 투수였던 때라 더욱 촉각을 곤두세워 새로운 선수들을 분석하게 마련이지요. 시범경기 막판 전력분석원들을 만나 물어보았을 때 의견은 대동소이했습니다. 삼성의 미치 탈보트(한화) 경우는 슬라이드 스텝이 느리지만 기본적으로 구위가 뛰어나고 롯데의 쉐인 유먼(한화)은 구위와 체인지업 구사 능력 모두 수준급이라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던 SK의 마리오 산티아고는 개막 전부터 '진흙 속 진주'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반면 전력분석원들이 가장 먼저 퇴출될 것이라고 판단한 선수는 누구였을까요. 한 명은 한화의 브라이언 배스였고 또 한 명이 바로 밴 헤켄입니다. 배스의 경우는 140km대 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느린 포심 패스트볼로 우려를 자아내며 3월20일 시범경기 롯데전에서 2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고 실제 시즌 때도 2경기 1패 평균자책점 48.60으로 퇴출당했습니다. 밴 헤켄의 경우 시범경기 3차례에서 1패 평균자책점 4.85를 기록, 성적이 크게 나쁘지 않았으나 역시 그 또한 타 구단 전력분석에서 퇴출 가능성을 높게 점쳤습니다.
한 수도권 구단 전력분석원은 “체인지업은 분명 쓸 만 하다. 그러나 포심 구속이 빨라봐야 132~3km 정도다. 시범경기는 대체로 타자들의 페이스가 좋은 편이 아니라 어찌어찌 넘어갔겠지만 시즌 개막 후에도 과연 버틸 수 있을까. 배스와 함께 가장 먼저 퇴출될 선수 유력후보가 아닐까 싶다”라고 밝히더군요. 또 다른 구단의 전력분석원도 “나이가 이미 30대 중반에 들어선 선수인데 과연 구위가 얼마나 올라올 지 모르겠다. 지금으로 봤을 때는 넥센이 잘못 뽑은 것이 아닌가”라고 평했습니다.
배스의 경우는 분석 평가가 맞았습니다만 밴 헤켄은 그들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이미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던 밴 헤켄의 나이와 연관 지어 구위 상승 여부를 속단한 것이 결국 오판으로 이어진 것이지요. 밴 헤켄은 2012시즌 최고 선발로 활약한 브랜든 나이트(16승4패 평균자책점 2.20)와 함께 넥센 선발진 원투펀치로서 28경기 11승8패 평균자책점 3.28의 호성적을 거뒀습니다. 밴 헤켄 또한 메이저리그 경력은 없었지만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을 통해 뛰어난 경기운영능력을 자랑했고 포심 평균 구속도 140km대 초반으로 훌쩍 오르며 수준급 체인지업과 맞물려 맹위를 떨쳤습니다.
그리고 밴 헤켄은 지금까지 넥센 부동의 에이스로 자리잡았습니다. 지난 3년 간 매년 160이닝 이상을 소화한 동시에 2013년 12승10패 평균자책점 3.73으로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탠 데 이어 지난해 20승을 거두며 최고 선발 투수로 활약했습니다. 2009년 아킬리노 로페즈(당시 KIA) 이후 5년 만의 외국인 투수 골든글러브 수상은 당연했고요. 밴 헤켄을 더 오랫동안 지켜본 넥센 스카우트팀과 코칭스태프의 믿음이 통했고 시범경기 모습으로 그를 속단했던 타 구단 전력분석원들의 예상은 그대로 빗나갔습니다.
3년 넘는 시간 동안 넥센 유니폼을 입고 50승을 거둔 밴 헤켄은 '일반화의 오류'를 넘어선 좋은 예입니다. 그리고 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오히려 야구보다 일상 생활에서 더욱 자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른 이들을 만나는 데 있어 한 순간의 단편적인 모습을 보고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될 것이다'라고 속단하고 선입견을 갖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주위 사람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사진] 밴 헤켄 ⓒ SPOTV NEWS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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