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노경은, 삭감 속 재기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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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1차 전지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로 떠난 두산 선수단. 이에 앞서 지난 14일 두산은 연봉 미계약자들인 이재우, 노경은과 2015시즌 연봉 협상을 치렀다. 이재우는 지난해 연봉에서 2500만원이 삭감된 1억원, 노경은은 5000만원이 삭감된 2억3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재우는 지난해 11경기 1승2패1홀드 평균자책점 5.02를 기록했고 노경은은 29경기 3승15패 평균자책점 9.03으로 최다패 오명을 쓰고 말았다.
기록 상으로 봤을 때는 삭감을 피할 수 없었고 선수들도 연봉 삭감 계획에 대해서는 당연하다고 수긍을 했다. 그러나 이들의 계약이 늦어진 이유가 있다. 1차 제시안 삭감폭이 14일 제시액에 비해 컸고 무엇보다 송일수 전임 감독의 투수 관리 실패로 인한 과오를 선수가 뒤집어 쓰는 형국이 되며 선수들이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재우의 경우는 송 전 감독과의 불화가 극심했다. 2014시즌 전 이재우의 예상 보직은 롱릴리프도 가능한 5선발. 지난해 4월3일 목동 넥센전 선발 5이닝 2실점, 9일 잠실 SK전 구원 등판 이후 2군으로 내려갔다. 한 달 가까이 2군에 있다가 1군에 복귀한 이재우는 선발로 부진한 모습을 보여 2군으로 다시 내려가야 했다.
그런데 내막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5월14일 SK전 3이닝 무실점 홀드 뒤 이재우의 등판 경기는 28일 광주 KIA전(선발 3⅔이닝 5실점 패). 14일의 공백이 있는데 이재우는 이 기간 동안 선발로도 계투로도 확실한 부름을 받지 못했다. 불펜에서 몸만 풀고 어깨를 데웠다 식히기 일쑤였고 여기서 제 페이스를 잃었다. 대다수의 투수들 중 그런 경우가 많지만 이재우는 특히 예민한 스타일의 투수다.
1군에서 자신의 효용 가치를 묻고자 송 감독과 면담을 요청했던 이재우는 '베테랑인 네가 아닌 젊은 투수를 주도적으로 기용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듣고 낙담했고 이후 선발 등판에서 부진에 빠졌다. 급기야 구단에 트레이드까지 요청한 이재우. 실제로 이재우의 트레이드 요청 소문이 흘러 들어 모 구단에서 좌완과의 1-1 트레이드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산 구단이 이 트레이드에 반대하는 바람에 이재우는 세 달 가량 2군에 머무르다 후반기 1군에 다시 올라왔다. 두산 입장에서 이재우는 계투로 공헌도가 높았던 프랜차이즈 투수였기 때문이다. 이재우의 후반기 성적은 4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3.52. 그러나 감독 의도 하의 2군행으로 잃어버린 1군에서의 시간을 만회하기는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노경은은 2012시즌 12승, 2013시즌 10승을 거두며 팀 선발진 주축으로 우뚝 섰던 투수였다. 그러나 은사인 김진욱 감독, 정명원 코치의 퇴진으로 2013년 말 큰 충격을 받았던 바 있다. 이후 노경은은 마음을 가다듬고 훈련에 매진한 뒤 2014시즌을 시작했다. 문제는 송 감독의 노경은 관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점이다.
백스윙 후 팔을 올려놓고 힘을 모은 뒤 던지는 식의 투구를 펼치는 노경은. 그리고 릴리스포인트까지 투구가 이어질 때 하체 움직임이 상체 동작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제대로 된 구위를 내뿜는 투수였다. 김 감독과 정 코치는 이 부분을 잘 알고 투구폼 노출 위험이 크고 제구력이 안정적인 편이 아닌 노경은에게 알맞은 릴리스포인트를 유지하게 하고 심리적으로도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섞어 관리했다. 만년 유망주였던 노경은이 2년 연속 10승 투수가 된 데는 코칭스태프가 심리적인 부분을 잘 관리해준 것도 컸다.
송 감독 지휘 하의 노경은은 슬럼프에 빠진 시점에서 심리적으로 적절히 쉬어갈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난타당했다. 4월 한 달 간 4경기 2승1패 평균자책점 3.28로 2013시즌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던 노경은은 이후 정신없이 상대팀 타선에 난타당했다. 2군에도 다녀왔으나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기록을 내자 조기 복귀했고 다시 난타당하는 악순환이 계속 되었다. 계투로도 나섰으나 이미 극도의 심리적 불안이 있던 상태에서 더 안 좋은 상황으로 흘러갔다. 지난해 10월 11일 LG전 2-15 대패 속 노경은이 계투로 나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5실점했던 대목은 결정적이었다.
선수의 부진에 있어 가장 큰 책임은 선수 본인에게 있다. 그러나 지난 시즌을 되돌아보면 전임 감독이 두 투수들을 제대로 보듬지 못한 부분도 무시할 수 없었다. 연봉 협상 당시 두 명 모두 삭감에 대해 당연히 인정하면서도 예상보다 큰 삭감 금액에 억울해하던 이유다. 프리에이전트(FA) 좌완 장원준을 4년 84억원에 잡고 더스틴 니퍼트에게 외국인 선수 최고액 150만 달러를 안겨줬으며 예비 FA 김현수(7억5000만원)와 오재원(4억원)을 후하게 대접하며 순위에 비해 훈훈한 스토브리그를 보내던 두산은 결국 마음을 바꿔 이재우와 노경은의 삭감 폭을 줄인 수정안을 제시했고 연봉 협상 완료로 이어졌다.
이제 재기의 몫은 선수들에게 달렸다. 둘 모두 지난해 부진을 씻고 다시 주축 투수로 자리잡기 위해 심기일전한 상태. 특히 이재우는 전지훈련 출국 전 후배 신재웅(LG)과 일본 돗토리로 개인 훈련을 다녀오는 등 구위 회복을 위한 노력에도 집중했다. 상처입은 자존심을 회복하려면 결국 다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이 우선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둘은 올 시즌 두산의 5선발 경쟁 후보이자 셋업맨-마무리 후보이기도 하다. 노경은은 두산 투수진 중 가장 포심 패스트볼의 구위가 좋은 투수이며 이재우는 셋업맨으로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다. 이들에 대한 김태형 신임 감독의 신뢰와 기대도 굉장히 큰 편. 팀 투수진에서 형님 위치 투수들인만큼 경기 내외적으로 해줘야 할 역할도 크다. 전임 감독의 귀책과 선수 개인의 부진이 함께하며 싸늘한 2014시즌을 보낸 이재우와 노경은. 이들은 2015시즌 다시 주축 투수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인가.
[사진] 이재우-노경은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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