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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은 이성열…"우리 한화는 잘했으니까요"

작성일: 2018.10.24 09:05 김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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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티비뉴스=고척돔, 한희재 기자] 넥센 히어로즈가 2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일린 2018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한화 이글스를 꺽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시즌을 마감한 한화 선수들이 인사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9회 2사 후 이용규가 뜬공으로 잡히며 준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되자 한화 선수단은 일사불란하게 그라운드로 나왔다. 한용덕 한화 감독부터 야수조 막내 정은원까지 선수단 전체가 3루 관중석을 바라보고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2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2-5 패배로 11년 만에 가을 야구가 끝난 순간 한화 선수단은 결과를 덤덤히 받아들였다.

더그아웃에 굳은 표정으로 들어온 선수들은 이내 서로 부둥켜안으며 "수고했다"고 다독였다. 한 감독은 코치진과 선수들을 차례로 소집해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한 감독은 "올 시즌 고생 너무 많았다, 너무 잘해줘서 고맙다. 지금을 잘 기억하고 있다가 이제 다시 새로운 시작이니까 잘 쉬고 내년 더 좋은 팀이 돼서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 보여주자"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자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한결 가벼워졌다. 하나 둘 농담을 건네며 웃음을 찾았다. 키버스 샘슨과 데이비드 헤일은 선수들, 구단 관계자를 한 명 한 명 안으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홀로 눈물을 흘렸던 박상원도 눈물을 그쳤다.

시즌 중 임시 주장을 맡아 포스트시즌까지 선수단을 이끈 이성열은 "형들이 좋은 시즌을 보냈고 무엇보다 막내 (정)은원이 (김)성훈이 (박)주홍이가 잘해 줬다. 우리 동생들이 가을 야구를 초대받아서 영광이다. 다음 시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형들도 후배들도 어려운 일이 많이 있었는데 여기까지 와 줘서 감사하다. 다음 시즌엔 더 높은 곳에서 시즌을 마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잘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가 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 [스포티비뉴스=고척돔, 한희재 기자]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2018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2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한화 포수 최재훈이 1회말을 삼자범퇴로 마친 한화 선발투수 박주홍을 격려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임 당시 한 감독은 선수단을 돌아보고 "걱정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야수들은 나이가 많았고 투수진은 잦은 부상에 황폐화된 상태였다. 외부 FA 영입은 없었고 외국인 투수 세 명의 몸값은 절반 넘게 줄었다. 한 감독은 "육성과 성적을 동시에 잡는 것은 욕심"이라며 목표를 낮췄다.

그러나 시즌이 시작되자 예상과 다른 전개가 펼쳐졌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명성을 구겼던 송은범과 이태양은 필승조로 환골탈태했고 정우람은 35세이브로 데뷔 첫 구원왕에 올랐다. 오키나와 때부터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 효과도 즉각 나타났다. 2000년에 태어난 정은원은 2루를 꿰찼고 지성준은 공격형 포수로 이름을 알렸다. 투수 쪽에서 박주홍은 시즌 초반 권혁을 대신했고 박상원은 필승조 한 축으로 시즌 끝까지 활약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외국인들의 활약도 반전이다. 윌린 로사리오가 한국에서 받았던 몸값의 3분의 1 수준에 데려온 제라드 호잉은 30홈런 110타점으로 기대를 뛰어넘었다. 육성형 외국인 투수로 불렸던 키버스 샘슨은 13승에 탈삼진왕에 오르며 한화의 1선발로 활약했다. 가을 야구 진출을 위해 제이슨 휠러를 데이비드 헤일로 교체한 결정도 성공적이었다.

베테랑들 또한 힘을 냈다. 이성열은 한화 왼손 타자론 최초로 30홈런 100타점 고지를 밟아 커리어 하이를 썼다. FA를 1년 미룬 이용규는 134경기 출전해 한화 외야진을 든든하게 지켰다. 정근우는 비어 있던 1루로 쫓기듯 밀렸지만 이젠 리그에서 가장 수비 범위가 넓은 1루수다.

▲ [스포티비뉴스=고척돔, 한희재 기자]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2018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2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한화 팬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생애 첫 프로 선발 마운드에 올라 4회 1아웃까지 마운드를 지킨 박주홍은 "가을 야구에서 선발로 뛰었다. 영광스럽고 기쁘다"며 "경험은 물론, 자신감도 얻었다. 내년에 좋은 경기력을 보여 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다짐했다.

한 감독은 "우리 팀을 끝까지 열렬하게 응원해 준 팬들에게 가을 야구를 더 길게 보여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올해는 끝났지만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준비 잘해서 내년에는 더 길게 가을 야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경기가 끝나고 늦은 밤. 한 시간이 지나도 한화 팬들은 고척스카이돔을 떠나지 않았다. 선수단 버스 근처에 운집했다. 박수를 보내며 "괜찮아"를 외쳤다. 대형 깃발을 흔들고 목청껏 응원가를 부르며 선수 한 명 한 명을 격려했다. 응원가 메들리는 선수단 버스가 경기장을 빠져나가고서야 끝났다.

올 시즌이 끝났는데도 한화 팬들은 실망은 커녕 오히려 박수를 쳤다. 대전에서 왔다는 한 한화 팬은 이렇게 말했다. "금토일월화 5일 동안 정말 가을 야구에 미쳐있었다. 내 생애 가장 행복한 5일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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