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젊은이들'의 KBO 리그행, 현실 선택? 신분 세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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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1990년생 외국인 선수까지 KBO 리그 무대를 밟는 시대다. 만 26세에 불과한 한창 나이 젊은 선수들이 한국 프로 야구에서 활동하는 것. 풀타임 메이저리그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데 대한 좀 더 안정적인 현실을 선택한 것일까. 아니면 '아르바이트' 후 자동으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기 위한 '도피처'로 한국행을 결정한 것일까.
19일(이하 한국 시간) mykbo의 댄 커츠는 도미니카공화국 스포츠 애널리스트 안토니오 푸에산의 SNS를 인용해 '한화가 콜로라도에서 주전 포수로 뛰었던 오른손 거포 윌린 로사리오(27)와 계약에 합의했다'고 알렸다. 이미 도미니카 언론 보도와 SNS가 팬들 사이에 퍼지며 로사리오의 한화행은 확정된 것과 다름없었다.
이 소식이 화제가 된 이유는 2012년 28홈런으로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4위에 올랐던 젊은 타자 로사리오가 메이저리그 잔류 대신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탄다는 점이다.
로사리오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도 젊은 외국인 선수를 잇달아 영입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는 KBO 리그 구단 사상 처음으로 1990년생 선수와 계약했다. 주인공은 오른손 투수 앨런 웹스터(26)다. 웹스터는 2012년 베이스볼 아메리카(BA)가 뽑은 LA 다저스 팜 투수 유망주 2위였고 애드리안 곤살레스, 칼 크로포드, 조시 베켓 등이 포함된 트레이드로 보스턴 유니폼을 입은 뒤 2013년 보스턴 투수 유망주 4위에 올랐던 수준급 유망주였다.
KIA 타이거즈가 지난해 11월 프리미어12를 보고 점찍은 미국 출신 오른손 투수 지크 스프루일(27)도 나이와 경력에 비해 빨리 한국 무대를 선택했다. 2008년 애틀랜타에 2라운드 지명을 받아 입단했으나 애리조나-보스턴을 거치며 메이저리그 12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4.24로 많은 경험은 쌓지 못한 스프루일은 2015년 11월 15일 한국과 치른 8강전에서 6이닝 7탈삼진 3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주목 받았다. 그리고 KIA가 그의 낮은 제구, 시속 154km까지 나오는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을 높이 평가해 연봉 70만 달러로 영입했다.
이밖에도 슈가 레이 마리몬(27, kt 위즈)과 내야수 헥터 고메즈(28, SK 와이번스) 등이 20대 선수로 한국 땅을 처음 밟는다. 지난해에는 1988년생인 메릴 켈리(SK), 브룩스 레일리(롯데 자이언츠), 루이스 히메네스(LG 트윈스), 조쉬 스틴슨(KIA-피츠버그)이 입단했는데 스틴슨을 빼고 모두 재계약했다. 1987년생 조쉬 린드블럼은 지난해 롯데 기둥 투수로 맹활약했다. 모두 만 30세 미만으로 한창 절정인 힘과 기량을 자랑할 나이에 한국으로 왔다. 최근 2년간 20대 중, 후반의 젊은 선수들이 KBO 리그 팀과 계약을 맺는 경우가 예전에 비해 매우 많아졌다.
이들이 한국행을 택하는 이유는, 먼저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오가거나 마이너리그 '죽돌이' 생활을 하는 것보다 한국에 오는 것이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만 30세를 코앞에 두거나 30세 이상의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풀타임 보장이 없는 마이너리그 생활에 지쳐 임금 체불도 없고 대우도 후한 한국으로 발걸음을 돌렸으나 점차 한국행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KBO 리그 팀들이 외국인 선수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더스틴 니퍼트(두산 베어스)의 경우 만 29세였던 2010년 텍사스 소속으로 일정 기간 메이저리그 등록 기준을 충족해 구단과 계약할 때 팀이 트리플 A로 내려보낼 수 없는 '슈퍼 2' 제도의 수혜자가 됐다. 텍사스는 딱히 보직이 정해지지 않은 그에게 마이너리그 계약을 제시할 수 없게 되자 곧바로 방출했다. 선수 본인은 좀 더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자 했으나 마침 2010년 12월 두산에서 제의가 왔고 같은 시기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대신 두산을 선택했다.
이후 니퍼트는 두산 마운드의 '니느님'이 됐고 가정까지 꾸리며 가장 성공한 외국인 선수 가운데 한 명이 됐다. 한국 생활에 만족하며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본보기가 된 니퍼트의 전례는 이후 KBO 리그 진출을 고민하는 선수들의 발걸음을 한국 쪽으로 좀 더 돌려놓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니퍼트와 반대 사례로도 젊은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2013년 NC 다이노스의 첫 외국인 선수 가운데 한 명인 왼손 투수 아담 윌크(전 LA 에인절스)다. 2013년 NC 입단 당시 아담은 1987년생으로 만 26세에 불과했고 2012년 BA 선정 디트로이트 팀 내 투수 유망주 10위에 올랐다. 그런 선수가 메이저리그 8경기 3패 평균자책점 6.66의 기록만 남기고 갑자기 KBO 리그로 발길을 돌렸다는 데 많은 야구 관계자가 놀랐다. 찰리 쉬렉-에릭 해커의 이름을 따 'ACE 트리오'라는 말을 만들어 홍보할 정도로 NC가 기대했던 선수들. 그 가운데서도 기대치 으뜸은 아담이었다.
그러나 아담은 기대와 달리 팀 적응에 실패하고 SNS 등으로 구설수를 일으킨 뒤 두산, LG 등과 트레이드 루머 주인공이 되다가 결국 한국을 아예 떠났다. 아담이 젊은 나이에 한국행을 결정한 데는 '1년만 외국 리그에 다녀와도 자동으로 FA(프리에이전트) 신분이 된다'라는 달콤한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에이전트들이 메이저리그 FA나 연봉 조정 신청 자격 충족이 어려운 선수들에게 한국, 일본행을 권유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풀타임으로 자주 뛰지 못하고 마이너리그에 오랫동안 머문다면 선수는 '대박' 기회를 놓치고 박봉을 받으며 나이만 들 뿐이다. KBO 리그와 일본 프로 야구는 메이저리그와 선수 협정을 맺었으나 이는 선수 보유권 계약 양도와 관련한 사항일 뿐 다른 리그에 다녀올 경우 이 선수는 메이저리그 FA 자격을 자동으로 얻을 수 있다. 20대 중, 후반의 외국인 선수가 삼한 시대 '소도'처럼 메이저리그 규약의 손아귀를 피한 뒤 신분을 '세탁'할 수 있는 통로로 KBO 리그가 꼽히는 이유다.
최근 2년 동안 KBO 리그 개막전에서 국내 선발투수를 볼 기회가 거의 없어졌다. 더 젊고 더 비싼 외국인 선수, 투수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구위와 실력에 따른 기대치가 크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 메이저리그 FA로 '신분 세탁'이 가능한 KBO 리그의 이야기를 듣고 오는 경우도 있다. 구단들의 성적 지상 주의와 함께 선수들의 이익 추구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런 추세는 점차 대세가 되고 있다.
[사진1] 윌린 로사리오 ⓒ Gettyimage.
[사진2] 디트로이트 시절 아담 윌크 ⓒ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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