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완벽한 '블랙 위도우'에 딱 한 가지 부족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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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7일 개봉하는 영화 '블랙 위도우'(감독 케이트 쇼트랜드)는 마블의 영원한 히어로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가 자신의 과거와 연결된 레드룸의 숨겨진 음모를 막기 위해 진실을 마주하고, 모든 것을 바꿀 선택을 하게되는 마블 스튜디오의 2021년 첫 액션 블록버스터다.
'블랙 위도우'는 당초 개봉 목표였던 2020년 4월을 코로나19로 건너 뛰고 약 1년 3개월 만에 개봉하게 됐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블랙 위도우가 등장한 이후로는 무려 11년 만에 나오는 첫 솔로 영화이자 마지막 이야기인 만큼 각별한 의미가 있기에 이번 작품에 전세계 영화 팬들의 폭발적인 관심이 쏠려 있다.
지난 22일 국내 언론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블랙 위도우'는 "이제 진짜 그녀의 이야기를 만나볼 시간"이라는 스칼렛 요한슨의 말처럼 레드룸의 블랙 위도우와 어벤져스의 슈퍼히어로가 아닌, 홀로 남은 인간 나타샤 로마노프의 이야기에 오롯이 집중했다. 풍부한 서사와 감정선 뿐 아니라 거대한 스케일의 화려한 액션까지 절묘한 밸런스로 배합됐다는 인상이다. 134분의 긴 러닝타임에도 지루함 없이 달려나가는 에너지로 충만한 쾌감을 안겼다. 영화적 재미, 볼거리, 서사, 메시지, 유머, 캐릭터 매력까지 빠지는 구석이 없는 육각형 밸런스를 완성했다.
스토리는 나타샤의 유년 시절부터 시작된다. 그의 비밀스러운 과거의 핵심 키워드인 '레드룸'이 주무대가 되면서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나타샤의 또 다른 가족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이들로 인해 일렁이는 나타샤의 감정 변화는 2년 동안 그를 그리워했던 관객들에게 주는 뭉클한 서비스 컷이기도 하다. 홀로 컨테이너에서 영화를 보는 외로운 나타샤, 동생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언니 나타샤, 엄마에게 잔소리 듣는 딸 나타샤의 표정은 어벤져스와 아메리카의 'A-장녀'로 든든하게 버텨온 그에게서 자주 보지 못했던, 생소하면서도 반가운 모습들이다.
'블랙 위도우'의 마지막 이야기인 만큼 담아야 할 감정과 내용들이 많았지만 액션 역시 부족함 없이 합을 이뤘다. 날렵하고 매끄러운 블랙 위도우의 속도감에 걸맞은 격투 액션부터 거침없는 카체이싱, 권총 액션, 설원 탈주전, 공중전까지 빠른 배경 전환 속 지루할 틈 없는 현란한 비주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예고편에도 일부 등장한 스카이 다이빙 고공 액션 신은 탄성이 터지는 짜릿함 그 자체다.

이 작품의 영화적 시점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직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직전이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엔드 게임'에서 나타샤의 미래를 보고 왔을 것이다. 나타샤는 이번 작품에서도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거침없이 몸을 던진다. 그런 그를 지켜보는 내내 지난 MCU의 역사에서 어벤져스를 위해 고군분투 해왔던 나타샤가 떠오르고, 결국 주저없이 스스로를 희생했던 '엔드 게임'에서의 마지막 신이 오버랩되는 묘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만약 '엔드 게임'을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블랙 위도우'가 그저 흥미로운 액션 영화로 느껴지겠지만, '엔드 게임'이 더해지는 순간 가족 영화로 정의해도 좋을 만큼 극명한 감정선의 차이를 가져온다. 이미 결말이 정해져 있는 인물의 지난 행적이 흥미롭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엔드 게임' 이후의 '블랙 위도우' 였기에 이런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시의적절한 타이밍이었던 셈이다.
많은 MCU 팬들은 심정적으로 나타샤를 보내지 못했고, 여전히 그를 홀대했다는 불만이 가득하다. 그렇기에 이번 작품은 관객들의 그 공허함을 가슴 저릿한 여운과 애틋함으로 채우고 위로하기 위해 노력했다. 명과 암,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슈퍼히어로인 나타샤가 희생과 자기 반성, 용기를 발판으로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내려는 한결같은 모습이 미래에서 보고 온 그의 작별 인사를 심정적으로 납득하게 한다. 결국 가장 여운 가득한 서사로 MCU의 거대한 챕터를 마무리 짓고 새로운 페이즈를 연 주인공이 된 나타샤를 이제서야 가슴 깊이 묻어줄 수 있을 것도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이처럼 완벽하게 아련하고 애틋한 마침표를 찍은 '블랙 위도우'를 보고 난 관객들에게는 나타샤 로마노프라는 인물에 대한 애정이 강렬하게 치솟게 될 것이다. 11년 동안 솔로 무비와 초능력 없이도 뜨거운 인기를 누려온 어벤져스의 원년 멤버였기에, 처음이자 마지막인 이번 솔로 무비를 기점으로 지나버린 타이밍에 대한 아쉬움이 전세계 곳곳에서 터져나오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블랙 위도우'가 아닌 '블랙 위도우: 레드룸' 쯤의 타이틀을 가진 그의 3번째 솔로 무비였어야 했다. 앞선 두 편에서는 빌런과 히어로를 오가는 독특한 캐릭터인 나타샤가 벌인 비밀스러운 사건, 사고를 그렸다면 어땠을까. 2021년의 '블랙 위도우'만큼 명확한 감정과 메시지를 담지는 못했겠지만 그 나름의 의미있고 멋진 스토리로 관객들에게 사랑 받았을 것이다. '블랙 위도우' 1, 2, 3편과 함께 더욱 풍성하고 흥미로웠을 MCU의 또 다른 평행우주에 그저 아쉬운 마음만 들 뿐이다.
이런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다시 만나기 힘든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걸출한 배우 덕분에 매력적인 캐릭터와 뛰어난 액션 비주얼, 인간적인 매력까지 겸비하게 된 나타샤를 MCU에서 이대로 떠나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고, '아무래도 나타샤를 살려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렇듯 떠난 캐릭터의 '주머니 많은 조끼'를 붙잡고 어떻게든 살려내라는 떼를 써보고 싶은 욕심이 다시 드는 이유는 그만큼 '블랙 위도우'가 멋진 마무리를 짓는데 성공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7월 7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34분, 쿠키영상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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