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메이커로 한화의 당당한 주축이 된 에르난 페레즈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같은 팀에 있으면 정말 사랑스럽고, 적으로 만나면 미운 선수다”(웃음)

한화는 12일 대전에서 열린 삼성과 더블헤더 두 경기에서 모두 비겼다. 특히 2경기가 아쉬웠다. 6-3으로 앞선 채 9회에 돌입했으나 2사 만루에서 이원석에게 싹쓸이 적시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사실 세 명의 주자가 다 들어올 만한 비거리의 타구는 아니었지만 글러브에 맞고 공이 굴절되는 불운이 있었고, 무엇보다 1루 주자 호세 피렐라(삼성)가 전력질주하며 먼저 홈을 쓸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수베로 감독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서 “마지막 상황에서 1루 주자가 들어온 것도 피렐라가 전력질주를 했기 때문에 득점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작게 볼 수도 있지만, 재미의 요소로 느껴질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베이스러닝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렐라를 오랜 기간 알고 지냈다는 수베로 감독이 밉다는 표현을 썼지만, 알고 보면 최고의 찬사였던 셈이다.

하지만 수베로 감독은 피렐라의 저돌적이고 헌신적인 베이스러닝을 마냥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법하다. 피렐라는 가끔 보지만, 매일 보는 팀 외국인 선수 에르난 페레즈(30)의 헌신적인 주루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항상 에너지가 넘치는 유형인 페레즈는 15일 인천 SSG전에서 두 차례 인상적인 주루 플레이로 한화의 득점을 만들어냈다.

0-2로 뒤진 2회 추격점은 페레즈의 재치와 발이 발판이 됐다. 2회 선두타자로 나선 페레즈는 우중간 안타를 친 뒤 1·2루 사이에 멈췄다. 당연한 단타 코스였지만 거기서 상황이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페레즈를 본 중견수 최지훈이 1루로 공을 던졌는데, 페레즈는 송구를 보고 곧바로 스타트를 끊어 오히려 2루에 먼저 들어갔다. 이는 최인호의 적시타로 이어졌다.

4-4로 맞선 6회에는 추가점의 발판도 놨다. 피렐라처럼 달렸다.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페레즈는 노시환의 타구가 좌익수 뒤로 향하자 질주하기 시작했다. 공은 연계 플레이를 거쳐 홈으로 왔는데 이를 악물고 뛴 페레즈가 홈에 간발의 차이로 먼저 들어왔다. 페레즈는 홈으로 슬라이딩한 뒤 그대로 누워버렸다. 혼신의 질주를 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비록 팀은 졌지만, 페레즈의 이런 플레이는 동료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이런 페레즈는 그라운드나, 더그아웃에서 팀 사기를 끌어올리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최근 화제를 모은 더그아웃 세리머니도 페레즈의 지분이 크다. 노수광은 "페레즈가 그런 아이디어를 낸 것도 큰 분위기 반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없었던 부분들이 생기니 선수들도 재밌어 한다"고 고마워했다.

수베로 감독 또한 “그동안 야구를 해온 스타일이 팀에 에너지를 주고 긍정적인 분위기로 가게 하는 것 같다. 클럽하우스나 공격에서 분위기 메이킹을 잘하는 선수다. 그런 면에서 선수들에게 좋은 임팩트를 주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라이온 힐리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한 페레즈는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후반기 시작에는 적응이 필요했고, 9월 들어 타격이 다소 침체를 보였으나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다. 14일 경기에서는 1안타 2타점, 그리고 15일 경기에서는 2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한화 타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성실한 자세는 보너스다. 페레즈가 한화와 선수단의 마음 속에 점차 중요한 선수로 녹아들고 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