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아마야구의 현실은 추신수가 뛰던 20년 전과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5일 잠실 LG전에서 KBO리그 최고령 20홈런-20도루 달성에 성공한 추신수(39·SSG)는 KBO리그의 시설과 한국 야구 전체에 대한 문화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추신수는 16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고, 1억 달러 이상의 계약과 올스타까지 거머쥔 슈퍼스타였다. 지난해까지 MLB에서 활약했기에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하다. 시즌 초 잠실구장 원정팀 라커룸의 열악한 상황을 지적하기도 했던 추신수다.

이날도 관련 질문에 “프로야구에서 베팅 게이지조차 없이 야구를 하고 있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간다. 큰 돈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너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은데 그러면서 국제대회 나가서 성적을 낸다는 건 욕심”이라고 잘라 말했다. 사실 현재 KBO리그 구단들은 원정 팀에 대한 시설 배려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어린 친구들을 보면 재능이 있는 선수들이 정말 많은데, 정작 환경이 그 재능을 키워주지 못하고 있다는 건 추신수의 소신이자 계속해서 주장했던 내용이다. 한편으로는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승리에만 집착하는 것 또한 선수들의 잠재력을 막는다고 소신 발언을 이어 갔다. 추신수는 미국에서 아들이 야구를 하는 모습을 보며 느낀 게 자신의 어린 시절과는 너무 다르다고 설명했다.

추신수는 “프로선수들에게 경기를 즐겨라?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승리만 바라보고 야구를 하는 선수들에게 프로에 와서 즐기면서 하라는 욕심이다.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하면서 “나도 사실 야구를 즐긴다고 말은 하지만 나도 어렸을 때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미국 선수들과 다르다. 야구를 바라보는 자체가 달랐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MLB에서 16년, 미국 생활을 20년 하면서 바뀌려고 노력했지만 어릴 때 그 10년 남짓한 시간에서 이미 많은 것이 결정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추신수도 경기에 나가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어린 시절 야구를 했고, 그 생각이 굳어진 다음에 야구를 즐기는 건 어려웠다고 말한 것이다. 

추신수는 그것이 다양성을 해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수를 해도 좋은 것만 이야기를 해주면서 아이들 기를 살리고 자신감을 주는 게 미국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승리에게 초점을 맞추다보니 다양성과 기량을 끌어내지 못한다”면서 “밑에서부터 그런 시스템으로 가르친다면 충분히 프로에 와서 그렇게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바랐다.

그러나 현실이 바뀌는 건 요원해 보인다. 20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추신수가 프로의 꿈을 안고 뛸 때와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팀들의 최대 목표는 기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지명과 진학을 수월하게 하는 것이다. 우승, 좋은 성적이 목표다. 과정보다는 결과가 우선시된다.

클럽팀들이 몇몇 탄생하고는 있지만, 일반 야구부와 특별히 다를 게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많은 이들이 추신수처럼 생각하고 알고는 있지만 막상 실천으로 옮기기가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어른들이 더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는 말도 너무 오래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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