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요한 분수령에서 호투하며 팀에 승리를 안긴 최민준(왼쪽)과 오원석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스프링캠프 당시 SSG의 선발진은 비교적 풍족해보였다. 두 외국인 선수에 박종훈과 문승원이라는 토종 원투펀치가 건재했다. 지난해 경험을 쌓은 이건욱은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10월 6일 현재, 5명의 선수가 모두 1군에 없다. 그것도 없어진 지 꽤 됐다. 심지어 시즌 대부분의 기간에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아픔이었고 팀에는 어마어마한 위기였다. 반대로 누군가에게는 기회였다. 김원형 SSG 감독이 캠프 당시부터 “볼 끝에 힘이 붙었다”며 선발 경쟁에 합류시킨 좌완 오원석(20), 그리고 2군에서 차분하게 기회를 기다린 우완 최민준(22)에게 차례로 기회가 갔다. 이들은 입단 당시 선발투수로 클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높은 순번에 지명된 선수들이었다. 토종 선발진의 진입 장벽이 높았던 과거를 생각하면 절호의 기회였다.

기회를 잡는 듯했다. 오원석과 최민준 모두 자신의 장점을 보여주며 한가닥 희망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문승원과 박종훈이 그랬듯, 이들이 한 번에 영웅으로 떠오르기는 역부족이었다. 갈수록 힘이 떨어지고, 갈수록 구위가 떨어지고, 전광판에 새겨지는 피안타와 볼넷 숫자가 많아질수록 갈수록 자신감도 떨어졌다. 신인급 선수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위기였지만, SSG는 이들을 보듬어줄 여유가 별로 없었다.

마음속에 자신감보다는 상처가 많아지기 시작했고 상처는 덧나기 시작했다. 열심히는 하고 있었지만 고민이 많아질수록 더 수렁에 빠져 드는 형국이었다. 선배들은 이들을 안쓰러워했다. 선배들의 잘못으로 관리를 받아야 하는 후배들이 사지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이태양은 “최민준 오원석이 정말 열심히 하는데… 팬분들께서 어린 선수들만은 응원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신신당부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들의 상처에 이제는 새살이 돋기 시작했다. 5일과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경기에서 선발 등판한 두 선수는 어린 선수의 티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팀의 토종 에이스인 것처럼 맹렬하게 LG 타선을 압박했다. 5일 등판한 최민준은 7이닝 3피안타 무실점 역투를, 6일 더블헤더 2경기에 등판한 오원석은 6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잡아내는 쾌투(2실점)로 각각 승리를 챙겼다. 

최민준은 경기 템포를 자신의 것으로 주도하고 있었다. 단순히 성적에서 보이는 성과보다 더 대단한 투구였다. 구속은 한창 때보다 조금 줄었지만 모든 구종의 구사에 자신감이 있었다.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뒤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지기도 했던 오원석도 마음을 다부지게 먹은 것이 표정에서 드러났다. 설사 일부 공이 빠지더라도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지난 이틀은 이들의 올 시즌 최고 투구들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그냥 던진 게 아니었다. 치열한 고민 끝에 나온 투구였다. 최민준은 포수 이재원과 함께 지난 경기의 데이터를 모조리 복기하며 경기 운영 자체를 바꿨다. 오원석은 그간 문제가 됐던 세트포지션과 견제 동작을 끊임없이 보완한 끝에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다. 따지고 보면 제대로 교육도 못 받고 험난한 전쟁터로 투입된 신병들은, 밤새 불을 켜고 몸부림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조마조마한 모습으로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던 김원형 SSG 감독은 반색했다. 김 감독은 6일 경기를 앞두고 “그것이 최민준의 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든든한 신뢰를 드러냈다. 6일 경기 뒤에는 오원석에 대해 “어제 민준이처럼 원석이가 멋진 투구를 보여줬다. 후반기 들어와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미소도 조금은 되찾았다. 최민준은 5일 경기 후 “최근 등판한 경기에서 내용이 좋지 않아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좋은 결과로 팀 승리에 보탬이 돼 기쁘다”고 했다. 오원석은 “남은 경기 부상 없이 어느 보직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서 최선을 다해 팀 5강 싸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냥 2승이 아닌, 이들이 앞으로 쌓아갈 승수의 한계를 확장시키는 이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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