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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구로 3타자 삭제한 베테랑의 품격…붕괴 위기 속 믿을구석

작성일: 2021.11.02 10:40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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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이현승 ⓒ 잠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공 7개면 충분했다. 좌완 이현승(38, 두산 베어스)이 베테랑의 노련미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이현승은 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키움 히어로즈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0-1로 뒤진 5회말 2사 1, 2루 위기에 구원 등판해 1이닝 무피안타 무실점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3타자를 잡으면서 던진 공은 단 7개였다. 두산은 이현승 뒤에 나온 필승조가 무너진 탓에 4-7로 졌다. 2일 열리는 2차전을 반드시 잡아야 준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다. 

2015년 이현승은 최고의 왼손 불펜이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무려 9경기에 등판해 1승1패, 4세이브, 13이닝 1실점(비자책점)으로 활약하며 업셋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로도 꾸준히 가을무대에서 힘을 보탰다. 두산이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르는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 

올해는 마음가짐이 조금 달랐다. 나이 30대 후반이 된 이현승은 후반기에야 본격적으로 1군에서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38경기, 23⅓이닝으로 경기 수와 이닝은 적었지만, 5승1패, 7홀드, 평균자책점 1.93으로 성적이 좋았다. 

포스트시즌을 앞둔 이현승의 마음가짐은 지난 6년과는 조금 달랐다. 그는 "2015년 가을에는 어떻게 보면 내가 주연이었다고 치면, 지금은 약간 옆에서 주연들을 받쳐주는 조연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한 해 동안 고생한 후배들의 부담을 더는 버팀목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조연을 자청했지만, 그는 여전히 주연이었다. 5회초 선발투수 곽빈이 1실점하고 2사 1, 2루 위기가 이어진 가운데 이현승이 공을 이어 받았다. 이용규-김혜성-이정후로 이어지는 좌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였다. 이현승은 일단 초구 슬라이더로 이용규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하면서 빠르게 이닝을 매듭 지었다. 

6회초 김혜성과 이정후를 상대할 때도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던지며 싸움에서 이겼다. 김혜성은 공 4개를 던져 유격수 직선타, 이정후는 공 2개로 1루수 땅볼을 유도했다. 이현승은 이날 시속 138km짜리 직구 딱 하나를 던졌고, 나머지 6구는 슬라이더를 선택해 타자를 툭툭 맞혀 잡았다. 깔끔하게 임무를 마친 이현승은 홍건희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베테랑은 자기 몫을 다했으나 이후 등판한 필승조가 차례로 무너졌다. 홍건희는 1⅓이닝 1실점, 이영하는 ⅓이닝 2실점, 김강률은 1⅓이닝 3실점으로 고전했다. 외국인 원투 펀치 아리엘 미란다와 워커 로켓이 부상으로 이탈한 현재 두산의 믿을 구석은 필승조였는데, 계산이 꼬였다. 

김 감독은 경기 뒤 필승조의 경험을 강조했다. "필승조가 부담감 때문인지 승부해야 하는 볼카운트에서 너무 어렵게 갔다. 그만큼 경험 있는 필승조들이 아니다. 빠르게 승부했어야 했다. 구종 선택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 자신있는 공을 던져야 하는데, 구종 선택을 잘못한 점도 있다"고 꼬집었다. 

두산으로선 홍건희, 이영하, 김강률이 무너졌다고 해서 대안이 없다. 김 감독은 2차전에서도 세 선수의 몫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할 수 없으면 견뎌야 한다. 이현승의 1차전 투구는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듯하다. 

이현승은 가을야구를 시작하기 앞서 후배들의 정신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사실 지금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나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다 힘들다. 그래도 '프로'라는 명칭을 달고 있으니까. 힘들어도 잘 이겨내야 한다. (홍)건희랑 (김)강률이가 많이 던지기도 했는데 프로 선수는 당연히 해야 한다. 이겨내야 훌륭한 선수가 된다"고 격려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와일드카드 결정전 6년 역사에 4위팀이 탈락한 전례는 없었다. 지금으로선 두산은 100% 확률을 믿고 총력전을 펼치는 수밖에 없다. 상대 불펜 핵심 조상우가 1차전에 43구를 던진 것도 두산으로선 호재다. 이현승은 후배들과 함께 키움의 기세를 누르고 활짝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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