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콜드게임이 날린 노히트노런 진기록…당사자의 심정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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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상황이 조금씩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2-0으로 앞서던 8회말 공격에서 타선이 불을 뿜기 시작하더니 콜드게임 승리까지 가능한 상황이 돼버렸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5-0으로 앞선 2사 2·3루에서 2타점 적시타가 나왔다. 경기는 그렇게 끝났고, 노히트노런 도전도 막을 내리게 됐다.
이목이 쏠린 경기는 1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9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장충고와 광주일고의 8강전이었다. 주인공은 광주일고 2학년 좌완투수 정원진(17). 이날 선발투수로 나온 정원진은 1회부터 8회까지 단 한 개의 안타와 단 하나의 점수도 내주지 않았다. 대신 날카로운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으로 탈삼진 12개를 곁들이며 생애 첫 노히트노런을 눈앞으로 뒀다.
그러나 광주일고가 8회 대거 5점을 추가하면서 스코어는 7-0이 됐고, 이날 경기는 봉황대기 규정을 따라 광주일고의 콜드게임 승리로 끝났다. 정원진의 노히트노런 역시 정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경기 후 전화로 만난 정원진은 “얼떨떨하다. 한 이닝씩 짧게 짧게 던지자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8회까지 잘 오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 4강까지 오르게 돼 기쁘다. 오늘 저녁도 삼겹살로 맛있게 먹었다”고 웃었다.
사실 이날 경기 8회에선 복잡한 장면이 여럿 연출됐다. 먼저 광주일고가 5-0으로 앞선 1사 2·3루. 여기에서 내야땅볼이 나왔는데 상대 수비의 협살로 3루 주자가 홈에서 아웃됐다. 이어 갈 곳을 잃은 2루 주자 역시 포수에게 태그됐다. 3루심의 판단은 세이프. 그러자 장충고는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오히려 아쉬워해야 할 쪽은, 결과적으로 장충고가 아닌 광주일고가 됐다. 만약 원심이 뒤집혔다면, 정원진은 5-0 리드 상황에서 노히트노런 도전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고, 광주일고는 계속된 2사 2·3루 찬스에서 나온 끝내기 2타점 중전 적시타로 7-0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이렇게 무산된 노히트노런. 9회 등판을 준비하며 파울 지역에서 몸을 풀고 있던 정원진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정원진은 “비디오판독이 진행될 때 원심이 바뀌면 마운드로 올라가야 하니까 어깨를 풀고 있었다. 그런데 세이프 판정이 나오고 곧바로 끝내기 안타가 터져서 조금은 아쉬웠다. 등판했다면 노히트노런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최근 고교야구에서 마지막 노히트노런이 나온 해는 2017년이었다. 당시 배재고 3학년 우완투수 신준혁(22·한양대 4학년)이 5월 27일 주말리그 후반기 서울권A 선린인터넷고전에서 9이닝 동안 124구를 던지며 무피안타 6볼넷 3탈삼진 무실점 호투하고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또, 앞서 야탑고 3학년 우완투수 신민혁(22·NC 다이노스)도 3월 26일 유신고전에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바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노히트노런 역사를 따로 모아두고 있지는 않지만, 귀한 기록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진기록을 놓친 정원진은 “끝내기 안타를 친 후배는 상황도 잘 모르고 좋아하더라. 그래서 나도 그냥 웃었다”며 호탕하게 당시 상황을 웃어넘겼다.
정원진은 “어렸을 적부터 김광현과 류현진 선배님을 보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다”면서 “사실 선배님들과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일단 직구가 시속 130㎞대 중후반 정도가 나오는데 앞으로 구속을 더 늘려서 훌륭한 선배님들의 뒤를 따르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정원진은 최근까지 뜻하지 않은 변수로 어려움을 겪었다. 공을 던지는 왼손가락에 사마귀가 나면서 제대로 된 투구가 불가능했다. 다행히 한 달 전 치료가 잘 끝났고, 이번 대회를 통해 복귀전을 치렀다.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8강전에서 호투를 펼치며 광주일고의 4강행을 이끈 정원진은 14일 예정된 덕수고와 준결승전에선 출전이 불가능하다. 장충고전에서 투구수 101구를 기록해 일단 나흘을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원진은 “비록 등판은 어렵지만 덕아웃에서 열심히 응원하겠다. 이번 대회에서 꼭 첫 우승의 기쁨을 맛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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