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의 기다림’ 가을야구 마수걸이포 터진 밤…박경수는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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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베테랑에게 가을은 아직은 낯선 시간이다. 2003년 데뷔 후 18년이 지났지만, 남들처럼 자랑할 만한 포스트시즌 기억이 많지 않다. 변변한 가을야구 기록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기다림의 끝에는 달콤한 열매가 기다리고 있었다. kt 위즈 베테랑 내야수 박경수(37)가 마침내 가을야구 통산 첫 번째 홈런을 터뜨리고 포효했다. 다만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승리의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은 하루였다.
박경수는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8번 2루수로 나와 0-0으로 맞선 5회초 상대 선발투수 아리엘 미란다로부터 뜻깊은 솔로홈런을 때려냈다. 시속 147㎞의 한복판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성남고 시절 천재 유격수로 불렸던 박경수는 2003년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데뷔했다.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을 통해서였다.
이처럼 많은 기대를 안고 입단한 박경수는 그러나 좀처럼 가을야구 무대를 경험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끝으로 LG가 내리막길을 탔기 때문이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LG가 포스트시즌을 치른 2014년에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LG와 인연도 여기까지였다. 2014년 가을야구를 TV로 지켜본 박경수는 이후 FA 계약을 통해 kt로 이적했다.
물론 kt에서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기는 쉽지 않았다. 제10구단으로 출발한 kt는 한동안 하위권에서만 맴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페넌트레이스를 2위로 마치며 박경수는 플레이오프 출전을 통해 생애 처음으로 가을야구 기록을 남기게 됐다.
첫 포스트시즌 활약상은 두드러졌다. 4경기에서 타율 0.375(8타수 3안타) 4볼넷으로 자기 몫을 다했다. 비록 kt는 두산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박경수로선 의미 있는 가을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21년. 박경수는 더 높은 무대에서 가을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한국시리즈에서 그간 숨겨온 본능을 발휘하는 중이다.
이미 15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공수 맹활약을 펼치며 데일리 MVP로 선정된 박경수는 17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도 존재감을 뽐냈다.
가벼운 몸놀림은 수비에서 먼저 나왔다. 박경수는 1회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타구부터 2회 김재환의 땅볼을 차례로 처리했다. 상대 타자를 의식해 깊숙한 수비 위치를 가져갔는데, 안정적인 포구와 송구로 아웃을 만들어냈다. 또, 6회 1사 1루에선 박건우의 강습타구를 빠르게 쫓아 낚아채 2루로 던져 아웃으로 연결시켰다. 상대 공격 흐름을 차단하는 결정적 호수비였다.
평생 기억 남을 홈런도 터뜨렸다. 0-0으로 맞선 5회 미란다의 시속 147㎞짜리 직구를 통타해 솔로홈런을 만들어냈다. 자신의 가을야구 첫 번째 아치이자 이날의 결승타. 홈런임을 직감한 박경수는 1루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 뒤 kt 덕아웃을 향해 손짓을 날렸다. 통합우승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세리머니였다.

그러나 박경수는 이날 3-1 승리를 마지막까지 함께하지 못했다. 8회 무사 1루에서 안재석의 뜬공을 잡으려다가 넘어지는 과정에서 종아리를 다쳤다.
한동안 고통을 호소한 박경수는 결국 앰뷸런스를 타고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kt 관계자는 “박경수는 오른쪽 종아리 통증으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설명했다.
18년의 기다림을 뒤로하고 마침내 가을의 주인공이 된 박경수. 그러나 승리의 기쁨을 함께하지 못해 아쉬움이 더욱 짙은 밤이었다. 이날 결승타를 기록해 ‘오늘의 깡’ 수상자가 된 박경수를 대신해 후배 황재균이 수상의 감격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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