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는 다시 한번 기적을 쓸 수 있을까.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10.5%. 두산 베어스의 실낱같은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이다. 

두산은 15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1-6으로 패했다. 1차전 2-4 패배에 이어 2연패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 2차전을 모두 이긴 팀이 우승할 확률은 89.5%(19번 중 17번)였다. 두산은 이제 10.5%의 기적에 도전해야 한다. 

한국시리즈 역사상 1, 2차전을 모두 내주고도 우승을 차지한 팀은 2007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2013년 삼성 라이온즈 단 둘뿐이었다. 공교롭게도 상대 팀은 모두 두산이었다. 2007년 SK는 2패를 떠안은 뒤 4연승을 질주했고, 2013년 삼성은 2패 뒤 3차전 3-2 승, 4차전 1-2 패로 1승3패까지 몰렸다가 5, 6, 7차전에서 3연승을 질주하며 승리를 차지했다. 2013년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두산은 준플레이오프(3승2패)와 플레이오프(3승1패)까지 더해 무려 16경기 혈투를 치렀다.

당시 SK와 삼성은 모두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판을 뒤집을 저력이 남은 상태였다.  

올해 두산은 정규시즌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1승1패), 준플레이오프(2승1패), 플레이오프(2승)까지 이미 7경기를 치르고 한국시리즈에 올라왔다. 부상으로 이탈한 외국인 원투펀치 아리엘 미란다와 워커 로켓 없이 플레이오프까지 치르면서 국내 에이스 최원준과 필승조 이영하-홍건희-이현승-김강률 등이 부하가 걸렸다. 10.5%보다는 확률이 조금 더 떨어지는 상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단기전 승부사라는 별명에 걸맞지 않게 한국시리즈 들어서는 마운드 운용이 조심스럽다. 3전2선승제로 치렀던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와 달리 한국시리즈는 7전4선승제로 치러진다. 투수들의 현재 컨디션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과감히 필승조를 투입하기에는 부담이 된다. 

2차전 투수 교체 시점이 그랬다. 1차전에 1-1로 맞선 6회말 이영하(1⅔이닝 3실점 1자책점)를 투입했다가 실패한 여파인지 한 박자 늦었다. 0-1로 뒤진 5회말 선발 최원준이 무사 1, 2루 위기에서 조용호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고, 1사 만루에서 유한준에게 밀어내기 사구, 호잉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줘 0-4까지 벌어진 뒤에야 교체했다. 이때 교체 카드가 필승조 홍건희인 점도 물음표를 남겼다. 홍건희가 첫 타자 장성우에게 2타점 적시 2루타를 내주고 0-6까지 벌어지자 이승진으로 바꾸고 계속해서 추격조를 투입했다. 

김 감독은 "홍건희와 이현승은 오늘(15일)은 흐름이 아닌 것 같아서 쓰지 않으려고 했다. 이승진으로 바로 가려고 했는데 뒤쪽 선수들의 몸이 늦게 풀렸다. 내가 준비를 늦게 시켰다. 홍건희가 유한준 타석에서 바로 들어갔어야 했는데 쓰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이승진이나 뒤쪽 투수들 준비가 늦었다"고 설명했다. 

타선도 마찬가지. 강승호(6타수 3안타)와 페르난데스(8타수 5안타) 정도를 빼면 전반적으로 타격 사이클이 떨어진 상태다. 중심타자 양석환(7타수 무안타)과 박건우(7타수 무안타)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2차전은 라인업을 대폭 수정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했으나 kt 마운드를 상대로 1점을 뺏는 데 그쳤다. 1차전에 다이빙 캐치를 하다 손목을 다쳐 2차전에 결장한 정수빈의 상태도 남은 시리즈의 변수다.

투수, 야수 할 것 없이 모두 지친 상황. 부상에서 돌아온 미란다의 어깨에 기대를 걸어보는 수밖에 없다. 정규시즌 때 225탈삼진으로 KBO 단일 시즌 역대 최다 신기록을 작성했던 위력을 보여준다면, 분위기 반전을 꾀할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두산은 지난해까지 모두 14차례 한국시리즈를 경험했다. 준우승은 8차례였는데, 4전 전패 준우승은 2005년(삼성 우승)이 유일했다. 두산은 미란다가 출격하는 3차전에서 반격의 신호탄을 쏘며 기적의 드라마를 다시 집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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