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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차 FA’ 허북이는 달리고 싶다…“야구가 주전들만의 경기는 아니잖아요”

작성일: 2021.12.13 05:05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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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프로 데뷔 후 올겨울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은 포수 허도환. ⓒkt 위즈
-kt 통합우승 도운 포수 허도환 인터뷰
-2007년 데뷔 후 첫 번째 FA 권리 행사
-“고생하는 비주전급 후배들 위해서라도”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저와 같은 위치의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보름 넘게 얼어붙은 FA 시장이다. 어느 해보다 중대형급 자원들이 많지만, 개장 초반 눈치게임이 계속되면서 좀처럼 추가 계약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포지션은 두 곳이다. 나성범(32)과 김현수(33), 김재환(33), 박건우(31), 손아섭(33), 박해민(31) 등이 버티는 외야와 강민호(36)와 장성우(32), 최재훈(32)이 지키는 안방이다.

그런데 이들을 이야기할 때 무의식중으로 빠지는 이름이 하나 있다. 바로 데뷔 15년차 포수 허도환(37)이다. 올겨울 당당히 FA 신분이 됐지만, 적지 않은 나이와 백업 포수라는 시선 속에서 이름 석 자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단국대를 졸업하고 2007년 프로로 뛰어든 허도환은 느리지만, 천천히 현역 생활을 이어왔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해도, 안방의 숨은 조력자로서 묵직한 존재감을 뽐냈다. 그리고 올 시즌을 끝으로 마침내 생애 첫 번째 FA 권리를 행사하게 됐다.

허도환은 12일 스포티비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오랫동안 야구를 하면서도 FA 신청조차 하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들이 참 많다”면서 “나 역시 15년을 뛰면서 드디어 처음 FA 자격이 주어졌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만약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은퇴한다면, 훗날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전하는 마음으로 FA를 신청하게 됐다”고 속마음을 이야기했다.

그간의 발자취를 돌이켜보면, 허도환의 인생역정은 더욱 도드라진다. 2007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데뷔해 2011년 넥센 히어로즈로 이적한 뒤 다시 2015년 한화 이글스로 둥지를 틀었다. 이어 2018~2019년 SK 와이번스를 거쳐 지난해 kt 유니폼을 걸쳤다.

▲ SK 시절의 허도환(왼쪽 사진)과 한화 시절의 허도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DB
그동안 몸담은 구단만 무려 5개. 지독한 저니맨의 삶이었지만, 허도환은 묵묵히 버텼고, 동기들이 하나둘 현역 유니폼을 벗는 동안에도 그라운드를 지켰다. 그리고 올 시즌 125경기 타율 0.276 21타점 8득점의 알토란 활약을 펼치면서 kt의 통합우승 등극을 도왔다. 무엇보다 후반 승부처에서 대타로 나와 결정적인 안타를 때려내는 장면이 겹겹이 쌓여 가치를 높였다.

허도환은 “대타 기록이 조금씩 좋아지다 보니까 이강철 감독님께서 계속 많은 기회를 주셨다. 나 역시 코칭스태프를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열심히 했다”고 올 시즌을 짧게 되돌아봤다.

한국시리즈 뒷이야기도 풀어놓았다. kt는 통합우승이 확정된 뒤 선수들이 맏형 유한준(40)과 다리가 다친 박경수(37)를 끝까지 기다린 뒤 세리머니를 펼쳤다. 여기에는 허도환의 보이지 않는 배려가 숨어있었다.

허도환은 “4차전을 치르는 동안 나와 황재균(34)이 약속을 했다. 만약 오늘 우승을 하고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가면 (유)한준이 형과 (박)경수를 기다리자고 말이다”면서 “한준이 형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터라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또,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펼친 뒤 다리를 절뚝이며 걸어오는 경수 역시 감동적이었다”고 감격스러운 순간을 회상했다.

▲ 허도환(왼쪽)이 11월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유한준(가운데), 박경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곽혜미 기자
올 시즌 활약과 통합우승의 기쁨을 안고 FA가 된 허도환은 현재 에이전트를 두고 있지 않다. 대리인을 통하지 않고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일단 한 차례 kt 관계자와 만나 간단하게 협상 테이블을 개시했다.

허도환은 “같은 FA인 황재균과 장성우가 당연히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구단이 먼저 둘과 협상에서 진전이 있어야 내 차례가 오지 않을까 한다”고 시간을 두고 기다리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어 “아직 다른 구단에선 연락이 오지 않았다. ‘우리 구단’과만 이야기를 나눴다”고 웃으며 말했다.

허도환은 끝으로 지난해 LG 트윈스와 1년 FA 계약을 맺은 뒤 올 시즌 은퇴한 김용의(36)의 사례를 언급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자신과 같은 백업 선수들도 멋지게 현역 유니폼을 벗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겨줬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허도환은 “백업 선수로서 FA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김)용의가 좋은 선례를 만들어줬다. 야구는 주전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1.5군 그리고 2군 선수들이 함께하는 스포츠다. 나 역시 용의처럼 비슷한 위치의 후배들을 위해 FA로서 좋은 사례를 남기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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