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성범과 김경문 전 감독 ⓒ KIA 타이거즈,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2011년 10월 어느날의 만남이 2021년 FA 시장 판도를 흔들었다. 투수로 NC에 입단한 나성범이 방망이를 잡게 되고, 국가대표급 외야수로 성장하더니 32살 나이에도 첫 FA에서 6년에 계약금 60억원, 연봉 60억원 인센티브 30억원 등 총 150억원 대형 계약을 따냈다. 나성범에게 거액을 안겼을 뿐 아니라 올 겨울 FA 시장 판도에도 영향을 끼친 계약이다. 

나성범은 2011년 8월 25일 열린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NC 다이노스의 2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창단 후 첫 드래프트에 나선 NC는 특별 지명으로 투수 노성호(삼성 이적)와 이민호를 호명했고, 1라운드에서 박민우 2라운드에서 나성범을 차례로 지명했다. 이때 나성범은 '연세대학교 투수' 신분으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그런데 두 달 뒤 가을 캠프를 시작한 NC는 "나성범이 김경문 감독과 면담을 통해 타자 수업을 받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김경문 감독은 후일 "NC는 창단팀이라서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스타를 빨리 만들어야 했다. 나성범을 고교 시절부터 주의 깊게 봐왔는데, 어깨를 다친 뒤에는 이전과 전혀 달랐다. 다치기 전의 공이었다면 프로에서 10승 이상을 해내겠지만 3~4학년 때의 공으로는 7~8승도 쉽지 않아 보였다"고 말했다. 나성범에게도 같은 이유를 들어 타자 전향을 설득했다. 

나성범은 오른손 유구골 골절로 2013년 팀의 1군 데뷔를 함께 하지 못했다. 그러나 데뷔 첫 안타와 2호 안타를 모두 홈런으로 장식하면서 늦은 출발을 만회했다. 같은 해 5월 8일 한화전에서 우중간 홈런을 때리면서 데뷔 후 6타석 만의 첫 안타를 기록했다. 같은 날 세 번째 타석에서 또 홈런을 날렸다. 데뷔 시즌 성적은 104경기 타율 0.243 14홈런 64타점이었다.

데뷔 시즌 성공을 발판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십자인대 파열로 23경기 출전에 그친 2019년을 제외하면 매년 20개 이상의 홈런을 터트리며 김경문 감독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그라운드에서 증명해냈다. 2020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한 뒤 "김경문 감독님 생각이 많이 난다"고 한 것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2021년 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은 나성범은 에이전트 없이 단독으로 NC와 테이블을 차렸다. 비시즌 훈련도 NC파크에 했다. 나성범 없는 NC도, NC 아닌 나성범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KIA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파도가 치기 시작했다. 나성범도 KIA의 파격적인 제안에 마음이 흔들렸다. 10년 전 가을 나성범의 심장을 흔들었던 김경문 감독의 타자 전향 권유가, 2021년 FA 시장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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