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SSG와 입단 계약을 체결한 이반 노바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어쩌면 SSG가 주목한 건 이반 노바(34)의 화려해 보이는 메이저리그 통산 90승이 아니었다. 더 주목했던 건 메이저리그 통산 1347⅔이닝이라는 수치였다. SSG는 노바가 든든한 이닝소화로 팀 선발 로테이션을 지탱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SSG는 21일 노바와 총액 100만 달러(인센티브 10만 달러 포함)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올해 필라델피아와 콜로라도 마이너리그 팀에서 뛰었던 노바는 최근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활약했다. SSG는 최근 총액 150만 달러(보장 130만 달러·인센티브 20만 달러)에 재계약한 윌머 폰트와 더불어 원투펀치를 이룰 선수로 노바를 낙점했다. 새 외국인 타자 케빈 크론까지 내년 외국인 라인업을 완성했다.

SSG도 타 팀과 마찬가지로 신규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제(100만 달러)에 걸려 새 외국인 물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원했던 선수들이 미국에 눌러앉거나 일본으로 가는 경우도 있었고, 경력과 구위가 괜찮아 지켜본 선수 중 일부는 부상 경력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던 상황에서 레이더에 걸린 선수가 바로 노바였다. 

노바는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었고, 6경기에서 27이닝을 던지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 중이었다. SSG는 노바의 데이터를 있는 대로 긁어모았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뛰지는 못했지만, 노바의 몸 상태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 주무기인 싱커의 구속도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145~147㎞ 정도는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2020년과 큰 차이가 없는 수치였다. 김원형 SSG 감독도 “괜찮다”는 의견을 제시해 프런트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12월 초부터 노바를 체크리스트에 넣은 SSG는 영입 의사를 타진했고, 최근 노바가 “한국에 가겠다”라고 결심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SSG도 계속해서 더 좋은 선수들이 나오길 기다렸지만, 메이저리그 직장폐쇄 탓에 상황이 더디다는 것을 감지했다. 결국 현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으로 판단한 뒤 철저하게 신체검사도 진행했다. 현지에서는 물론 필름을 받아 한국에서도 면밀히 분석한 가운데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2010년 뉴욕 양키스에서 데뷔한 노바는 메이저리그 통산 240경기 중 선발로만 227경기에 뛰었다. 2011년에는 양키스 소속으로 16승, 2012년에는 12승을 수확했고, 2016년과 2017년, 그리고 2019년에도 두 자릿수 승수를 따내는 등 90승(77패)을 기록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30대에 접어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소화한 이닝이 무려 535이닝에 이른다. 

메이저리그에서 강력한 구위로 먹고 사는 선수는 아니었다. 2020년 기준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92.3마일(약 148.5㎞), 주무기인 싱커 평균구속은 92.1마일(약 148㎞)로 리그 평균보다 떨어졌다. 전성기 때도 무지막지한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는 아니었고 유망주 시절 그의 평가가 떨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꾸역꾸역 이닝을 소화하는 등 우직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선수다. 우타자 몸쪽으로 붙는 싱커, 그리고 결정구인 커브는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정교한 제구를 뽐낸다. 좌타자 상대로는 체인지업까지 섞으며 땅볼 유도 능력도 갖추고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9이닝당 볼넷 개수가 2.5개로, ‘프리패스’가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압도적이지는 않아도 꾸준히 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2015년 팔꿈치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은 후 어깨나 팔꿈치 쪽에 문제가 생긴 적이 없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가장 마지막 부상이었던 삼두근 부상은 꽤 지나간 일이고, 신체검사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적은 나이가 아니고 하향세를 타고 있는 선수임에는 분명하지만 적어도 이닝이터의 몫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영입한 선수다. 메이저리그 90승 투수의 노하우가 선수단에 전수되길 바라는 기대치도 있을 것이다.

SSG는 팔꿈치 수술을 받은 박종훈 문승원이 이르면 내년 6월 복귀한다. 그러나 복귀 시점을 장담할 수는 없는데다 복귀하더라도 예열을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보수적으로 봤을 때 후반기에만 본격적으로 가세해줘도 다행이다. 결국 선발투수들이 전반기를 어떻게 버티느냐가 중요하고, 외국인 투수들이 많은 이닝을 소화해줘야 다른 선수들도 체력을 아끼고 후반기 대반격을 준비할 수 있다.

양키스 시절 ‘슈퍼노바’라는 애칭을 얻었던 노바는 그런 측면에서 도움이 될 만한 선수다.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안타를 맞아도 잘 버티며 5~6이닝 이상을 끌고 가는 경험과 경기 운영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한 단계 수준이 낮은 KBO리그에서 이닝이터의 몫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부상만 없다면 지금 SSG의 선발 로테이션 사정에서 이상적인 선수가 될 수 있다. 에이스인 폰트를 끌어주는 정신적 지주로서의 몫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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