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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서재원 기자] ‘그라운드의 풍운아강수일(35·안산 그리너스)이 꿈에 그리던 미국인 친아버지를 찾았다.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받아본 유전자 검사가 기적을 만들었다. 지난해 말 미국의 한 유전자 검사 기관에 DNA 샘플을 보낸 강수일은 올해 봄 자신과 유전자가 일치하는 사람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엄에서 신학대학 교수 겸 목사로 일하고 있는 갈렌 웬델 존스(Galen Wendell Jones) 씨가 강수일의 친부였다. 주한미군으로 복무한 그는 한국에서 돌아온 뒤 간호사인 캐시 르네(Cathy Renee Jones)와 결혼했으나 30년 넘게 아이가 없었다. 강수일의 존재를 확인한 부부는 기적 같은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감격했다.

강수일의 가족과 존스 부부는 지난 6월 경기도 동두천에서 극적인 상봉을 했다. 11월에는 시즌을 마친 강수일이 미국으로 건너가 10일 동안 꿈같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뉴미디어 스타트업 중앙UCN은 강수일을 단독 인터뷰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고, 강수일로부터 극적인 상봉의 순간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받았다. 강수일의 인터뷰와 영상으로 꾸민 다큐멘터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중앙UCN의 유튜브 채널 유씨엔스포츠(UCN SPORTS)'를 통해 공개한다.

한때 미워하고 원망했지만 너무 보고 싶었어요

35년 만의 부자 상봉은 기적이고 선물이었다. 미국에 유전자 검사 기관은 70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두 사람이 같은 기관에서 검사를 받았던 것이다.

먼저 검사를 받은 쪽은 갈렌 존스였다. 그의 부친이 유전자 검사를 하면 헤어진 친척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며 권했고, 실제로 검사를 통해 몇몇 친지를 만났다고 한다. 그러나 존스는 당시 강수일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상태였다.

한편 강수일은 다문화 가정 출신인 친한 동생에게서 나도 DNA 검사를 통해 아버지를 찾았는데 돌아가셨다고 한다. 큰 기대는 하지 말고 신청이라도 한번 해 보자는 제안을 받고 지난해 말 미국의 한 검사기관에 유전자 샘플을 보냈다. 그리고 올해 초 그 동생한테서 아버지를 찾았다는 전화를 받았다. 동두천의 한 교회 목사님의 도움으로 미국에 연락을 했다.

그런데 반응이 뜻밖이었다. “나는 아들이 없다. 혹시 사기 치는 것 아니냐는 답이 온 것이다. 아버지는 1986년 한국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간 뒤 당시 교제 중이던 강수일의 어머니에게 초청장과 비행기 티켓을 보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응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설득하기 위해 다시 한국에 건너와 잠시 머물렀는데, 그 짧은 기간에 강수일이 생겼다. 아버지는 이 사실을 모른 채 미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강수일은 어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과 여러 가지 자료들을 보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DNA 검사를 한 번 더 해 보자던 존스 목사는 비로소 내 아들임을 인정한다. DNA 검사는 필요 없다는 답을 보냈다.

지난 6월 존스 부부가 한국에 건너왔다. 자가 격리를 끝낸 직후 숙소 호텔에서 첫 만남이 이뤄졌다. 아버지는 달려와 아들을 꼭 껴안아 주었고, 캐시 존스는 한 시간 넘게 펑펑 눈물을 흘렸다. 강수일의 한국 부모와 미국 부모는 함께 안산 와~스타디움(강수일 소속팀 안산 그리너스 홈구장)을 찾아 아들의 경기를 보고 식사도 함께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강수일은 제게 아버지가 두 분, 어머니가 두 분 생겼잖아요. 너무나 꿈같은 일이라 지금도 잘 실감이 나지 않아요. 아버지를 원망하고 미워한 적도 있었지만 너무 보고 싶었어요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8K리그2 경기서 골 넣고 큰절 사죄 세리머니

강수일은 경기도 동두천에서 태어났다. “깜둥이라는 차별과 멸시 속에 동두천 깡패로 커 가던 강수일은 우연한 기회에 축구선수가 되고, 각고의 노력 끝에 프로축구단 인천 유나이티드에 연습생 선수로 입단한다.

20156월 국가대표로 뽑힌 강수일은 A매치 데뷔전 전날 금지약물 적발 사실이 통보돼 대표팀에서 쫓겨난다. 콧수염이 나게 하려고 바른 발모제에 금지약물 성분이 있었던 것이다. 강수일은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2년 선수자격 정지 중징계를 받고 당시 소속팀(제주 유나이티드)에서도 임의탈퇴를 당한다. 홧김에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내 정신 못 차린 사고뭉치라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일본과 태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던 강수일은 올해 초 천신만고 끝에 K리그2(프로 2부리그) 안산 그리너스에 입단했다. 강수일은 830FC 안양과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관중석을 향해 90도로 인사하는 사죄 세리머니를 했다. 그는 소속팀을 찾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던 기간 중에도 자신이 만든 아미띠에라는 자선단체를 통해 다문화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와 기부 활동을 펼쳐왔다.

강수일은 아버지를 찾았으니 언젠가 그분이 계시는 미국 프로축구 리그에서 뛰어보고 싶은 새로운 꿈이 생겼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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