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점이 높은 폰트는 높은 쪽에 조금 더 후해지는 스트라이크존 개편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곽혜미 기자
▲ 타점이 높은 폰트는 높은 쪽에 조금 더 후해지는 스트라이크존 개편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서귀포, 김태우 기자] “얘기만 들어보면 루친스키는 20승을 할 만한 존이더라”

KBO리그 한 구단의 감독은 캠프 초반 심판위원회의 스트라이크존 설명회를 들은 감상에 대해 농담을 섞어 NC 외국인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34)의 이야기를 꺼냈다.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루친스키의 위력이 생각났다는 것이다. KBO 심판위원회는 스트라이크존 정상화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좀 더 규정에 가까운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기로 했다. 그 결과 높은 쪽 코스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트라이크존 확대는 사실 모든 투수들에게 유리하다. 다만 피칭 스타일에 따라 더 유리한 선수와 덜 유리한 선수가 있기 마련이다. 야구계에서는 높은 쪽 코스를 잘 이용하는 선수들, 그리고 구위에 힘이 있는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좀 더 유리할 것으로 예상한다. 루친스키는 그런 유형의 선수다. 예전의 존에서도 이미 2020년 19승을 달성했던 루친스키다. 넓어질 존까지 생각하면 20승을 이야기하는 것도 전혀 무리는 아니다.

역시 투수 출신인 김원형 SSG 감독은 이 이야기를 듣더니 “원래 남의 떡이 조금 커 보이는 거 아니겠느냐”고 웃은 뒤 “분석에 일리는 있다. 루친스키는 몸쪽 높은 쪽 코스를 잘 이용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SSG 투수들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이날 처음으로 자체 연습경기를 치른 SSG 투수들 또한 높은 쪽 존이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연습경기에 나선 포수 이재원 또한 “높은 쪽의 존이 확실히 넓어졌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SSG에도 존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볼 만한 기대주가 있다. 바로 외국인 에이스 윌머 폰트(32)다. SSG 투수들은 “올해 폰트가 아프지만 않으면 정말 대단할 것”이라고 입을 모아 기대감을 드러냈다. 폰트 또한 높은 쪽 코스가 확대되면 직접적으로 득을 볼 수 있는 투구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폰트는 193㎝의 장신이다. 리그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타점이 높다. 150㎞가 넘는 빠른 공이 높은 타점에서 형성되는데, 이 공이 높은 쪽 코스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경기에 따라 공 하나 차이로 볼이 많아지면서 볼카운트 승부가 어려워지고 투구 수가 늘어나곤 했다. 폰트가 위력적인 구위에 비해 생각보다 이닝소화가 부족했던 것 또한 이와 연관이 있다.

그러나 높은 타점에서 오는 공이 높은 쪽 코스에 박혔을 때 스트라이크를 잡아주면 훨씬 더 수월하게 경기를 끌어갈 수 있다. 타자들은 그 공을 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고, 공의 밑을 때리는 빗맞은 타구가 나올 확률도 이론적으로 커진다. 게다가 폰트는 높은 타점에서 높은 쪽 코스로 떨어지는 각이 큰 커브도 가지고 있다. 위력이 배가될 수 있는 스타일이다. SSG 선수들의 기대감이 막연한 것은 아닌 셈이다.

반대로 타자들은 이날 존에 몇 차례 고개를 흔들기도 했다. 이미 존이 넓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불만 표출은 아니었지만, 심판들과 존의 위치를 공유하는 모습도 보였다. SSG는 지난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185개)을 기록했고, 리그에서 가장 높은 OPS(출루율+장타율)를 기록한 팀이었다. 상대적으로 더 큰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대처하는 자세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이진영 SSG 타격코치는 “분명 존이 넓어지면서 타자들의 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 다만 존이 넓어진다고 해서 아무 공에나 스윙이 나가서는 안 된다”면서 “2스트라이크에서는 존을 더 넓게 봐야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유리한 카운트에서 더 적극적으로 스윙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SSG가 손해는 줄이고, 이득은 극대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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