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타순에 적응해나가고 있는 LG 박해민 ⓒ LG 트윈스
▲ 새로운 타순에 적응해나가고 있는 LG 박해민 ⓒ LG 트윈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박해민(32·LG)은 전 소속팀 삼성에서는 최근 주로 리드오프를 맡았다. 최근 2년간 1번에서 총 742타석을 소화했다. 이는 전체 타석(1083타석)의 68.5%에 해당한다. 두 번째로 많은 9번(80타석)과 아주 큰 차이가 난다.

즉, 1번으로서의 임무를 생각하고 그에 특화됐다는 것이다. 안타나 볼넷으로 출루하면, 빠른 발로 추가 베이스를 노리고, 후속 타자들의 타격 때 빛나는 베이스러닝으로 홈을 파고드는 게 박해민의 전형적인 공격 루트였다. 

그런데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 LG와 4년 총액 60억 원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한 박해민은 1번보다는 2번에서 뛸 가능성이 높다. 류지현 LG 감독은 아직 박해민의 주된 타순을 결정하지는 않았으나 1번 타순에는 홍창기가 버티고 있어서다. 

홍창기는 지난해 리그 출루율 1위(.456)였다. 박해민의 출루율(.383)도 결코 나쁜 건 아니었지만, 리그에서 홍창기만큼 출루에 성공적인 선수는 없다. 출루에 중점을 두느냐, 주루에 중점을 두느냐의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그렇다고 홍창기가 발이 느린 선수는 아니다. 리그에서 가장 이상적인 리드오프다. 홍창기 1번 카드를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 

류지현 LG 감독은 박해민이 그런 측면에서 적응을 해야 한다고 했다. 류 감독은 12일 수원에서 열린 kt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박해민이) 주로 1번을 많이 했던 선수이기 때문에 2번에서 조금 생소한 부분은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고 했다. 타순 하나의 차이인 것 같지만, 선수들은 경기를 첫 타자로 시작하는지, 혹은 대기 타석에서 시작하는지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1번과 2번은 임무도 조금은 다르다. 

그러나 류 감독은 박해민 2번 카드가 잘 맞아 떨어질 경우 팀 공격력이 강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류 감독은 “박해민은 어떤 상황이든 출루를 하면 (발로) 득점권에 갈 수 있는 선수다. 홍창기가 출루한다면 대량득점도 될 수 있다. 홍창기가 출루를 못한다고 해도 2번에서 득점권에 갈 수 있는 것을 계산하고 있다”고 추가 설명했다. 홍창기가 출루하면 박해민이 그 뒤를, 혹은 또 하나의 ‘상황적’ 리드오프로 기대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박해민도 LG 이적 후 2번 타순에 많은 신경을 쓴다고 밝힌 적이 있다. 박해민은 8일 삼성과 연습경기가 끝난 뒤 “삼성에 있을 때는 계속 1번만 쳤다. 워낙 앞에 출루를 잘하는 (홍)창기가 있다 보니까 그런 부분이 다르다”고 인정하면서 “2번을 맡게 된다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해서 경기에 임해야 할 것 같다. 시범경기를 하면서 어떤 방향으로 타격을 해야 할지, 팀의 득점력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면서 시범경기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시범경기 첫 경기부터 조금씩 상황별로 대처하며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1회 선두 홍창기가 볼넷으로 출루하자 박해민은 적극적인 스윙보다는 차분하게 공을 골랐다. 결국 볼넷을 골라 홍창기를 2루로 보냈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류 감독이 말한 그 상황이 왔다. 홍창기가 3루 땅볼로 아웃됐고, 박해민은 상황적 리드오프로 다시 중전안타를 쳐 활로를 열었다. 박해민이 루상에 나가자 투수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여러 동작은 1번 박해민의 모습 그대로였다. 5회에는 무사 1,3루에서 희생플라이를 치며 이날의 결승타를 뽑아냈다.

박해민은 지난 2년간 주자가 없을 때 타율 0.283을 기록했고, 주자가 있을 때는 0.303을 기록했다. 주자 유무시 리그 평균 변동치를 생각하면 아주 유의미한 차이까지는 아니지만 주자가 있을 때 타율이 소폭 높은 건 사실이다. 득점권에서는 0.312를 기록했다. 홍창기라는 좋은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박해민의 타격이 기대되는 이유다. 60억 원을 투자했다면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효과를 봐야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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