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주전 유격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박승욱.
▲ 롯데 주전 유격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박승욱.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지난해 11월의 일이었다. 롯데 자이언츠의 마무리캠프가 한창인 김해 상동구장. 2군과 신인 유망주들이 한창 구슬땀을 흘리던 사이 낯선 유니폼의 사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입단 테스트를 치르기 위해 상동구장을 찾은 내야수 박승욱(30)이었다.

지난해까지 kt 위즈 소속으로 뛴 박승욱은 페넌트레이스 종료 직후 방출 통보를 받았다. 자칫 현역 생활이 중단될 수 있는 위기. 새 둥지를 찾던 가운데 연락이 온 구단은 롯데였다. 내야 백업 자원을 물색하던 롯데는 박승욱의 방출 소식을 듣고 입단 테스트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박승욱을 상동구장으로 불러들인 롯데는 성민규 단장과 래리 서튼이 지켜보는 가운데 며칠간 입단 테스트를 진행했다. 최종 결과는 합격. 이어 최근까지 진행된 1군 스프링캠프에도 함께하며 기회의 폭을 넓혀갔다.

어렵사리 현역 연장의 꿈을 이어간 박승욱은 일단 이적 신고식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시범경기 개막전으로 펼쳐진 12일 사직 SSG 랜더스전에서 1번 유격수로 나와 3타수 2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두르는 한편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뽐내며 서튼 감독의 미소를 짓게 했다.

하루 뒤인 13일 만난 박승욱은 “롯데로 온 뒤 첫 경기였고, 또 약 3년 만의 유격수 출장이라 긴장이 됐다”면소 멋쩍게 웃었다. 이어 “1회초 송구를 1루수 정훈 선배가 잘 잡아주시면서 경기가 잘 풀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리드오프 유격수 중책을 맡은 박승욱은 2회 2사 1·3루에서 노경은의 시속 132㎞짜리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이어 4회 2사 2루에선 바뀐 투수 윤태현의 137㎞ 직구를 공략해 중전 적시타를 추가하며 물오른 방망이를 뽐냈다.

박승욱은 “2회 타석에선 1루쪽 공간이 있어서 이를 활용을 하려고 했다. 또 마침 이와 맞는 공이 와서 공략했다”면서 “두 번째 안타는 투수가 바뀐 상황이었다. 바뀐 투수의 초구는 속구일 확률이 높아서 포커스를 잡았다”고 전날 상황을 복기했다.

사실 롯데는 지난 2년간 유격수 걱정이 크지 않았다. 딕슨 마차도라는 든든한 외국인선수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는 마차도와 1+1년 계약까지 뒤로하고 변화를 택했고, 대신 외야수 DJ 피터스를 데려왔다.

마차도의 이탈로 롯데 유격수는 무주공산이 됐다. 방출 테스트를 통해 입단한 박승욱은 올 시즌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할 후보 중 한 명. 지난해 백업으로 뛴 배성근과 김민수 그리고 삼성 라이온즈에서 트레이드된 이학주까지 총 4명이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박승욱은 “마차도가 좋은 선수인 만큼 빈자리가 크다고 생각했다”면서도 “나를 비롯해 다른 선수들 모두가 열심히 훈련했다. 그러면서 시너지 효과도 나오고 있다. 서로서로 믿고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일단 이적 신고식에서 날카로운 방망이를 뽐낸 박승욱이지만, 앞으로 경쟁을 위해선 빼어난 수비도 함께 선보여야 한다. 트레이드와 방출의 아픔을 겪은 박승욱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는 눈치였다.

박승욱은 “내 장점은 넓은 수비 범위라고 생각한다. 또, 최근에는 투수의 구질을 따라서 한두 발을 미리 움직이려고 한다”면서 “지난해 2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올 시즌에는 1군에서 야구를 하고 싶다”고 힘찬 각오를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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