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위즈 소형준 ⓒ 곽혜미 기자
▲ kt 위즈 소형준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민경 기자] "투심 패스트볼이 내 강점인데, 굳이 내 강점을 안 쓰고 포심 패스트볼을 쓰면서 레전드의 길을 가야 할까요?"

kt 위즈 우완 소형준(21)이 의미 있는 물음을 던졌다. 소형준은 프로 무대에 와서 포심패스트볼보다는 투심패스트볼과 커터 등 변형 패스트볼을 주 무기로 삼았다. 스스로 구속보다는 공의 무브먼트가 강점이라고 생각해 선택한 조합이었다. 프로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해 소형준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2.8㎞로 평범한 수준이었다. 

소형준은 2020년 1차지명으로 kt에 입단하자마자 26경기, 13승(6패), 133이닝,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지만, 지난해는 기복이 심했다. 24경기에서 7승7패, 119이닝, 평균자책점 4.16에 그쳤다.

그럴 때면 다른 오른손 정통파 투수들처럼 포심패스트볼을 조금 더 살려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오곤 했다. 최동원, 선동열 등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로 불리는 오른손 투수들은 강력한 포심패스트볼에 위력적인 결정구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소형준도 전설의 길을 들어서려면 결국 포심패스트볼의 가치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형준은 그럴 생각이 없다. 그는 "이런 의견을 많이 들었고, 기사로도 많이 봤다. 지금까지 선배들을 보면 포심패스트볼과 결정구 하나를 갖고 레전드 반열에 올랐다고 생각한다"며 일단 전문가들이 그런 의견은 낼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래도 소형준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싶다. 그는 "사람들마다 다 다른데, 그렇게 해야만 레전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투심패스트볼로 내가 그 자리까지 가게 된다면, 다음에도 포심패스트볼을 던져야 한다는 말이 나올까 싶다. 내 강점이 투심패스트볼인데 굳이 내 강점을 안 쓰고 포심패스트볼을 쓰면서 레전드의 길을 가야 할까. 강점을 극대화하는 쪽을 더 생각하려 한다"고 소신을 분명히 밝혔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올해 포심패스트볼에 유의미한 변화는 생겼다. 소형준은 지난 1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시범경기에 등판해 2이닝 31구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150㎞(최저 146㎞)까지 나올 정도로 구위가 좋았다. 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7㎞가 나왔다. 3월 중순인 것을 고려하면 시즌 때는 더 빠른 구속을 기대할 만하다. 

소형준은 "빠른 공을 던지는 건 모든 투수의 로망이다. 겨울에 공을 빠르게 던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준비하진 않았다. 힘을 효과적으로 쓰는 운동을 했는데, 그래서 자연스럽게 구속이 오르지 않았나 생각했다. (12일은) 첫 경기라서 포심패스트볼은 가장 기본인 공이니까 많이 던지려 했다"며 정규시즌 때는 평소처럼 변형 패스트볼의 비중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KBO리그에 없었던 길이기에 더 고집해서 가보려 한다. 한국에는 소형준처럼 투심패스트볼과 커터를 주로 쓰는 투수가 흔치 않아 미국 메이저리그 경기를 주로 챙겨본다. 최근 동영상 사이트 검색어에 저장될 정도로 가장 많이 찾아본 투수는 밀워키 브루어스 우완 코빈 번스(28)다.  

소형준은 "코빈 번스 영상을 많이 보고 있는데, 커터가 정말 좋더라. 번스 외에도 좋은 영상들을 보면서 참고하려 한다"며 계속해서 자신의 무기를 다듬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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