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성적뿐만 아니라 팀과 리그를 생각할 수 있는 시야까지 갖춰나가고 있는 김광현 ⓒ곽혜미 기자
▲ 자신의 성적뿐만 아니라 팀과 리그를 생각할 수 있는 시야까지 갖춰나가고 있는 김광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KBO리그도 예전보다 훨씬 더 발전한 산업이 됐지만, 아직 종주국인 메이저리그(MLB)와 차이는 크다. 기량뿐만 아니라 산업 측면에서도 그렇다. 오가는 돈만 놓고 봐도 이른바 ‘넘사벽’이다.

김광현(34·SSG)은 그런 선진야구를 2년간 봤다. 그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기량이 확실히 좋았다고 인정한다. 메이저리그에서 나름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김광현이 느낀 벽은 성장의 좋은 자양분이 됐다. 

김광현은 16일 기자회견에서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힘도 있고, 스피드도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스피드가 떨어지니 컨트롤 등 다른 부분으로 채워갈 수 있는 노력을 하게 되더라”면서 “야구를 20년 넘게 하더라도 배울 점이 있다. ‘배워야겠다’, ‘새롭게 변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KBO리그에 있었다면 어쩌면 느끼지 못했을 교훈이다. 교훈은 단순히 그라운드 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팬서비스나 미디어 응대, 사회공헌 등 그라운드 바깥에서의 모습에도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느낀 게 많은 만큼 그 경험을 한국에도 이식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결국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확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 김광현은 미국에 가기 전에도 미디어 대응이나 사회공헌 등을 잘했던 선수다. 그럼에도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을 정도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마인드는 인상적이었다. 김광현은 어린 선수들부터 그런 마운드가 확실하게 갖춰져 있다는 데 놀랐다고 했다. 한국 선수들은 야구만 하기 바쁜 나이지만,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달랐다. 

김광현은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느낀 게 많다. 선수들 마인드가 크다. 어린 선수들도 있고, 나이 있는 선수들도 있지만 어린 선수들 또한 팬서비스에 대한 생각이 깊었다”고 떠올리면서 “어린 선수들도 어떻게 하면 후배들이 메이저리그에 오고 싶은 마음이 들까,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면 어떻게 팬서비스를 할까 생각하더라”면서 “그런 부분들을 많이 배웠기 때문에 조금 더 베풀 수 있는 큰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자신의 경험에서 바꾸고 고쳐야 할 방향이 있으면 목소리를 내겠다고도 했다. 김광현은 “2년 동안 야구장 관중 수도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팬들을 다시 야구장에 오게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 허구연 총재님으로 바뀌셨다고 들었는데 내가 좋은 생각이 있으면 말씀을 드릴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일단 야구가 재밌어야 한다. 선수들도 예전과 다르게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야구 선수가 많이 나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배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더 이상 자신만 보며 야구를 할 단계는 아니라고 느낀다. 미국에 가기 몇 년 전부터 조금씩 달라졌던 부분이기도 하다. 천성이 리더라는 평가를 받는 김광현은 “생각을 많이 했다. 후배들에 대한 코칭, 경험 전수도 연봉 몫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단순히 구단이 자신에게 그라운드에서의 기록만 고려하고 4년 151억 원을 투자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김광현은 “생각을 해봤는데 어렸을 때 선배, 코치님에게 배운 것들을 잘 정리해야 할 것 같다. 말이 많아지면 힘들어지는 게 있기 때문에 잘 정리해서 포인트마다 족집게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전 동료들이 상당수 남아있기는 하지만, 2년간 새로 1군에 올라온 젊은 투수들도 많은 SSG다. 김광현은 그 선수들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야구만 잘하는 선수는 제법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개인적인 성향을 가진 선수들이 더러 있다. 좋은 성적에도 평판이 나쁜 선수들은 대개 그런 유형의 선수들이다. 하지만 김광현은 이미 팀의 문화를 이끌어가던 선수였다. 그리고 미국에서의 2년 경험을 통해 시야를 더 넓히고, 생각의 폭도 더 넓혔다. 자신은 물론 팀과 리그를 위해 앞장설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럴 능력도 있고, 나이도 됐고, 그럴 자격도 있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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