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레미제라블'을 연기하고 있는 유영
▲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레미제라블'을 연기하고 있는 유영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간판 유영(18, 수리고)이 김연아(32) 이후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에 도전했지만 점프에서 잦은 실수가 나오며 최종 5위에 머물렀다. 이해인(17, 세화여고)은 7위를 차지하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톱10'을 달성했다.

유영은 26일(한국시간) 프랑스 몽펠리에 수드 드 프랑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2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기술점수(TES) 65.7점 예술점수(PCS) 68.13점 감점(Deduction) 1점 합친 132.83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점수 72.08점과 합친 총점 204.91점을 기록한 유영은 68.13점으로 우승을 차지한 사카모토 가오리(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가 우승한 뒤 국내 선수들의 메달 계보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유영은 여자 피겨 스케이팅 최강국인 러시아 선수들이 없는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평소 실수가 없었던 트리플 루프와 트리플 플립에서 흔들리며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 2022 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최종 5위를 차지한 유영
▲ 2022 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최종 5위를 차지한 유영

지난달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유영은 최종 6위를 차지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를 거머쥔 김연아에 이은 한국 여자 선수 최고 성적이었다. 

이후 동계체전을 거쳐 이번 대회에 출전한 그는 쇼트프로그램에서 4위에 올랐다. 쇼트프로그램에서 그는 '모험' 대신 '안정'을 선택하며 트리플 악셀 대신 더블 악셀을 시도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자약룰(같은 종류 점프를 2회 수행할 경우 한 번은 무조건 컴비네이션 점프로 뛰어야 하고 같은 점프<콤비네이션 포함>를 세 번 이상 뛸 수 없는 규정)로 인해 트리플 악셀을 시도했다. 유영의 프리스케이팅에는 총 세 번의 악셀 점프(트리플 악셀, 더블 악셀,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가 배치됐다. 또한 첫 트리플 악셀을 더블 악셀로 바꾸면 프리에서만 이 점프를 세 번 뛰게 돼 규정에 걸린다. 이러한 이유로 유영은 과감하게 트리플 악셀에 도전했다.

유영은 프리스케이팅 진출자 24명 가운데 21번째로 빙판에 등장했다. 그는 올 시즌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곡인 '레미제라블'에 맞춰 경기를 시작했다.

▲ 유영 ⓒ대한빙상경기연맹
▲ 유영 ⓒ대한빙상경기연맹

첫 과제는 트리플 악셀이었다. 공중으로 힘차게 도약한 유영은 넘어지지 않고 빙판에 착지했다. 그러나 이 기술은 회전수 부족으로 언더로테이티드(점프의 회전수가 90도 이상 180도 이하로 부족한 경우)가 지적되며 인정받지 못했다. 이어진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는 후속 점프에 쿼터 랜딩(점프 회전수가 90도 수준에서 부족한 경우) 판정이 내려졌다.

이어진 트리플 루프는 도약이 흐트러지며 싱글로 처리했다. 평소 실수가 없었던 점프에서 흔들린 유영은 스텝시퀀스으로 한숨을 돌렸다. 

트리플 러츠 + 싱글 오일러 + 트리플 살코 콤비네이션 점프는 깨끗하게 뛰었다. 이 기술로 유영은 2.02점의 높은 수행점수(GOE)를 챙겼다. 그러나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도 후속 점프의 회전수 부족으로 언더로테이티드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마지막 점프인 트리플 플립은 빙판에 넘어지는 실수를 범했다. 이 점프는 어텐션(!로 표시 애매모호한 점프 에지 주의)과 언더로테이티드가 동시에 내려졌고 2.12점이 깎였다.

비 점프 요소는 완벽했다. 세 가지 스핀(레이백 스핀, 플라이 카멜 콤비네이션 스핀,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은 모두 최고 등급인 레벨4를 받았다. 스텝시퀀스도 레벨4를 기록했고 코레올 시퀀스는 1.71점의 수행점수가 매겨졌다.

앞서 14번째 순서로 출전한 이해인(17, 세화여고)은 기술점수(TES) 68.27점 예술점수(PCS) 64.12점을 합친 132.39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점수 64.16점과 합친 총점 196.55점을 기록한 이해인은 최종 7위에 올랐다.

▲ 2022 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최종 7위에 오른 이해인 ⓒ대한빙상경기연맹
▲ 2022 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최종 7위에 오른 이해인 ⓒ대한빙상경기연맹

이해인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 1, 2차 선발전에서 최종 3위에 그쳤다. 그는 2명 만이 출전할 수 있는 올림픽 무대에 서지못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열린 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아쉬움을 털어냈다.

당초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이해인 대신 베이징 올림픽 9위를 차지한 김예림(19, 단국대)이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세계선수권대회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김예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김예림의 출전이 무산되면서 차순위였던 이해인은 이 대회 출전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해인은 10위에 오르며 '톱10'을 달성했다. 올해 대회에서도 7위를 차지해 2연속 '톱10'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비록 이번 대회에서 메달은 나오지 않았지만 유영이 5위, 이해인이 7위를 차지해 한국 여자 피겨 스케이팅은 내년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3장으로 늘렸다.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같은 국적 선수 2명의 순위 합이 '13' 이하일 경우 출전권 3장이 주어진다.

또한 2014년 세계선수권대회 9위를 차지한 박소연(25)의 성적을 8년 만에 뛰어 넘었다. 눈에 잡힐 듯 보였던 메달은 놓쳤지만 유영과 이해인은 김연아 이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 2022 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우승을 차지한 사카모토 가오리
▲ 2022 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우승을 차지한 사카모토 가오리

한편 베이징 동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사카모토 가오리(일본)는 총점 236.09점으로 이 대회 첫 정상에 등극했다. 217.7점을 기록한 루나 헨드릭스(벨기에)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3위는 211.19점을 받은 알리사 리우(미국)가 차지했다. 208.66점을 기록한 머라이어 벨(미국)은 4위에 자리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여자 피겨 스케이팅 최강국인 러시아가 출전하지 못했다. ISU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로 러시아 선수들과 이에 동조한 벨라루스 선수들의 각종 국제 대회 출전을 금지했다.

이번 대회를 마친 유영은 올 시즌을 마감했다. 유영은 다음달 일본에서 개최되는 아이스쇼에 초청을 받아 출연한다. 이해인은 국내에 귀국해 29일 개막하는 전국종별선수권대회에 나선 뒤 다음달 열리는 두 개의 B급 대회(이탈리아 에그나 스프링 트로피, 슬로베니아 트리글라브 트로피)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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