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성을 압박하는 아랍에미리트 선수단.
▲ 이재성을 압박하는 아랍에미리트 선수단.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2022 카타르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선 각 조 2위가 본선에 직행하고 3위는 플레이오프 티켓을 얻는다.

최종전을 앞둔 A조에선 한국과 이란이 본선 진출을 확정한 가운데 3위만 정해지지 않았다. 승점 9점 아랍에미리트(UAE), 승점 8점 이라크, 그리고 승점 6점 레바논이 최종전에서 3위를 다퉜다.

레바논이 이란전 패배로 탈락한 가운데 승점 9점으로 3위에 올라 있던 아랍에미리트는 한국을 상대로 이긴다면 자력으로 3위에 올랐다. 이라크가 시리아를 이기지 못한다면 한국과 비기더라도 3위를 확정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한국과 최종전에서 상황에 따라 아랍에미리트가 시간을 끄는 이른바 '침대 축구'를 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침대 축구'는 전력이 강한 팀을 상대로 승점을 챙기기 위한 서아시아 팀들 특유의 전략이다.

30일 아랍에미티르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10차전에서 우려했던 상황이 일어났다.

0-0으로 맞선 후반 9분 아랍에미리트가 선제골을 넣었다. 하렘 압둘라가 빠른 스피드로 한국 수비진을 무너뜨리고 한국 골망을 흔들었다.

실시간 순위에서 아랍에미리트는 승점 12점으로 시리와 1-1로 비기고 있던 이라크를 3점 차로 따돌렸다.

그런데 아랍에미리트 선수들은 눕지 않았다. 수비 라인을 두 줄로 세우는 이른바 '버스 수비'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비 라인을 끌어올려 한국 선수들을 더욱 압박했다. 그간 손흥민과 황희찬, 황의조 등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진을 갖춘 한국을 경계해 수비적으로 나섰던 다른 서아시아 팀들과 확실히 다른 태세였다.

예상과 달리 아랍에미리트가 중원을 거세게 압박하자 한국은 빌드업에 애를 먹었다. 아랍에미리트가 한국과 대등한 경기를 펼쳐가자 경기장에 아랍에미리트 팬들이 응원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아랍에미리트는 최종 예선을 진행하고 있던 지난 2월 베르트 판마르베이크 감독을 경질하고 아르헨티나 출신 로돌포 아루아바레나 감독을 새로 선임했다.

아루아바레나 감독은 아르헨티나 티그레스를 시작으로 우루과이 나시오날, 아르헨티나 보카주니어스 등을 거쳐 2016년 알 와슬 감독으로 서아시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카타르,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구단을 역임했다가 월드컵을 앞두고 아랍에미리트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이라크와 데뷔전에서 0-1로 체면을 구겼던 아루아바레나 감독은 한국이라는 대어를 제물로 아랍에미리트 감독으로 첫 승리를 챙겼다.

아랍에미리트는 이날 승리로 A조 3위를 확정짓고 대륙별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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