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39살 노장의 56구 역투…24이닝 혈투의 '언성 히어로'였다

작성일: 2022.05.19 03:40 김민경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SSG 랜더스 고효준 ⓒ 연합뉴스
▲ SSG 랜더스 고효준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56개. 39살 노장 고효준(SSG 랜더스)이 이틀 동안 던진 투구 수다. 고효준이 없었다면, SSG의 24이닝 혈투도 불가능했다. 

고효준은 1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2-2 동점이 된 8회말 2사 1루 위기에 구원 등판했다. 고효준은 2⅓이닝 동안 10타자를 상대하면서 38구 2볼넷 2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고효준은 이 경기에서 아무런 기록도 챙기지 못했지만,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5-2로 승리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투수였다. 

김원형 SSG 감독은 경기 전 고효준의 체력에 우려를 표현했다. 5월 들어 불펜 평균자책점이 7.08로 리그 최하위였다. 고효준도 5월 등판한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43으로 높은 편이었지만, 김 감독은 위기마다 그래도 경험 풍부한 왼손 투수를 찾았다. 고효준은 지난 15일 인천 NC전에서 ⅔이닝 3실점으로 무너질 때 21구를 던졌고, 하루 쉬고 17일 잠실 두산전에 등판해 ⅔이닝 18구를 던졌다. 

김 감독은 "본인이 이야기는 전혀 안 하는데, 아무래도 초반에 던질 때랑은. 갈수록 경기 수가 많아지고 볼을 많이 던지면 투수는 피로가 쌓인다. 변화구 떨어지는 각도가 조금 무뎌질 수는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김 감독은 18일 경기에서 8회말 조요한이 흔들리자마자 고효준을 올렸다. 고효준은 박세혁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흐름을 끊었다. 9회말에는 선두타자 김재호가 유격수 땅볼 실책으로 출루했지만, 후속타를 내주지 않고 연장으로 경기를 끌고 갔다. 

연장 10회말 고효준이 다시 마운드에 섰을 때 SSG 불펜은 텅 비어 있었다. 고효준을 믿고 쭉 가겠다는 뜻이었다. 두산은 페르난데스-강승호-김재환 타순이었다. 고효준은 페르난데스를 유격수 땅볼, 강승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빠르게 2아웃을 잡았다. 이어 김재환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박세혁과 승부를 선택했고, 박세혁을 1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완벽히 자기 임무를 다했다. 

SSG는 연장 11회말 장지훈을 마운드에 올렸다. 고효준을 굳이 길게 끌고 간 이유를 설명하듯 장지훈이 1사 만루 위기에 놓였지만, 행운이 따랐다. 조수행이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끝내기 안타를 쳤는데, 두산 2루주자 조수행과 1루주자 안재석이 다이빙 캐치를 시도한 좌익수 오태곤이 뜬공으로 처리한 줄 착각한 바람에 상황이 꼬였다. 정수빈과 안재석이 다음 베이스로 진루해야 3루주자 김재호의 득점이 인정되는데, 둘 다 타구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진루하지 않았다. 유격수 박성한이 정수빈을 먼저 태그아웃하고, 2루를 밟아 안재석을 포스아웃시키면서 기사회생했다. 그리고 연장 12회초 대거 3점을 뽑으면서 5-2로 승리했다. 17일 경기에서 연장 12회까지 끌려가 9-9 무승부에 그친 아쉬움을 달래는 순간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 뒤 "무승부 상황에서 끝까지 플레이하는 모습을 칭찬하고 싶다. 마지막까지 모든 선수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승리할 수 있는 행운이 찾아온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사령탑이 따로 고효준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24이닝 혈투에서 사력을 다한 39살 노장은 분명 언성 히어로였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