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 5월 9일, KIA와 SSG는 1대2 트레이드에 합의하며 리그 전체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SSG가 포수 김민식을 영입하는 대신, 좌완 김정빈과 우타 임석진을 KIA로 보내는 트레이드였다.
KIA는 올해도 김민식 한승택 체제로 포수진을 꾸리며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더 확실한 포수가 필요했다. 키움에서 포수로서의 출전 시간이 줄어든 박동원을 오프시즌부터 면밀하게 관찰하며 카드를 맞췄다. 결국 적잖은 출혈 끝에 박동원을 영입했다. 박동원 트레이드 시점부터 김민식 한승택 둘 중 하나의 이적은 예고가 되어 있었다. 2군에 있기는 아까운 포수들이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팀들이 포수 트레이드를 타진한 끝에 최종 승자는 SSG였다. 대권 도전에 나서는 SSG는 취약 포지션인 포수를 보강하기 위해 KIA와 접촉했다. 반대로 KIA는 그동안 눈여겨봤던 SSG의 1.5군급 선수 두 명에 주목했다. 특히 우완에 비해 좌완 불펜이 부족했던 KIA는 김정빈을 계속 언급했다. 단순히 트레이드 카드를 맞춰보다 보니 떠오른 이름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KIA의 김정빈 관심은 꽤 오래된 이야기다. 이전부터 양팀의 트레이드 논의가 오갈 때 계속해서 거론됐던 이름이기도 하다.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트레이드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뤄지거나 성사된 건 아니지만, 지난해에도 KIA가 김정빈 영입을 원했다”고 떠올렸다. 다른 관계자는 “김정빈이 이번 트레이드에 포함됐다는 건 현장이 주도한 트레이드라기보다는, 프런트 주도의 트레이드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장정석 현 단장이 눈여겨본 것도 있겠지만, 조계현 전임 단장 등 KIA 조직에 있었던 관계자들이 김정빈의 잠재력을 계속해서 높게 평가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드래프트 당시에 있었던 관계자들, 2군에서 김정빈을 계속 지켜본 관계자들이 점수를 후하게 줬다. 그만한 매력은 있었다. 왼손으로 시속 140㎞대 중반을 던질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주무기인 체인지업 등 변화구 구사 능력, 그리고 선발로도 뛸 수 있는 스태미너를 두루 갖춘 선수였다.
SSG에서는 2020년 불펜으로 뛸 당시 대활약을 선보였다. 전반기까지는 리그 최고 불펜투수 중 하나였다. 다만 그 이상으로 뻗어나가지는 못했다. 2021년은 김원형 감독 부임과 함께 선발로도 준비했으나 경쟁을 이기지 못했다. 프런트 또한 김정빈의 선발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이 플랜을 밀어줬지만 선수가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별 방법이 없었다.
캠프 당시에는 김원형 감독이 특별히 폼 교정까지 신경을 쓰는 등 포기하지 않은 자원이었지만, 성과는 없었고 김광현 노경은 고효준 등의 영입으로 두꺼워진 SSG 1군 마운드의 전력 구상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KIA는 아직 많은 나이가 아닌 김정빈이 팀 마운드에서 다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고 믿으며 트레이드 문서에 도장을 찍었다.
일단 첫 두 경기에서는 잠재력을 보여줬다. 김종국 KIA 감독도 “구위가 좋다”고 칭찬했을 정도다. 지난 주말 잠실 LG 3연전 중 두 경기에 나가 3이닝을 던지며 단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4.4㎞가 나왔다. 자신의 경력 최고치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커브를 섞었다. 제구가 다소 들쭉날쭉한 감은 있었지만 끝내 볼넷을 허용하지는 않았다. 주로 좌타자를 상대했으나 우타자 상대로는 체인지업이라는 무기가 또 있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먼 쪽 코스에 자로 잰 듯한 빠른 패스트볼을 꽂아 넣을 수 있는 선수다. 조금 더 여유를 찾고 제구가 안정된다면 멀티이닝을 소화하는 불펜 투수로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 KIA가 오랜 기간 지켜봤던 선수인 만큼 이 선수를 어떻게 바꾸고 발전시킬지에 대한 플랜도 비교적 명확하게 서 있을 법하다. 김정빈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절실하게 부딪힐 각오를 드러냈다. 자신을 원했던 팀에 보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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