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SG는 올 시즌 ‘에이스’ 김광현(34)의 복귀로 선발진에 사실상 외국인 선수 하나를 더 추가했다. 효과는 거대했다. 김광현은 시즌 첫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60을 기록하며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과시했다.
선발진에 확실한 ‘앵커’ 하나가 더 생긴 건 전체적인 안정에도 큰 시너지 효과를 냈다. 지난해 선발투수의 줄부상 속에 고전했던 SSG는 15일까지 2.88의 선발 평균자책점으로 두산과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투수들이 나서면 6이닝 정도는 든든하게 책임지는 경기가 많다. 실제 SSG는 지난해 144경기에서 선발투수 소화이닝이 677⅓이닝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38경기만에 222이닝을 채웠다.
노경은이 불의의 부상으로 빠졌지만 이태양이 그 공백을 완벽하게 가린 가운데 지난 주도 선발투수들은 잘 던졌다.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39를 기록하며 자신들의 몫을 했다. 5경기에서는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그러나 이런 선발투수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주간 성적은 2승4패로 승패마진을 까먹었다. 타선이 부진한 날도 있었지만, 불펜 난조로 다 잡은 두 경기를 내준 게 뼈아팠다.
11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5-1로 앞서고 있다 8회와 9회에 4점을 허용하고 연장에 돌입한 끝에 5-6으로 졌다. 15일 인천 NC전은 더 충격이었다. 역시 승리를 예감한 상황에서 8‧9회에만 7점을 내주고 그대로 무너졌다. 마무리 김택형을 비롯, 셋업맨으로 뛰고 있는 조요한 고효준 장지훈 등이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선발이 37⅔이닝에서 10점을 줬는데, 불펜은 16이닝에서 16점을 내줬다.
불펜투수들이 매 경기 잘 던질 수는 없다. 특급 마무리라고 해도 1년에 5~6경기는 기본으로 날려 먹는다.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불펜이 승리를 날리는 경우도 꽤 많고 이는 기본적인 시즌 계산에 포함된다. 그러나 그것이 일시적인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SSG는 이를 조금씩 실감하고 있다. 언젠가는 이런 시기가 올 것이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빠르고 또 그 고민의 강도도 더 깊다.
SSG의 불펜 문제는 4월 말부터 조금씩 드러나더니 5월부터는 본격화되고 있다. 5월 13경기에서 불펜 평균자책점은 8.25로 압도적인 꼴찌다. 마무리 김택형의 5월 평균자책점이 10.50에 이르는 가운데 새로운 셋업맨으로 나선 조요한(7.94)의 난조도 최근 도드라지고 있다. 서진용(3.60) 정도가 꾸준하게 뛰고 있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기복이 심하다. 박민호는 아예 2군으로 내려갔다.
경기에서 일찌감치 패배를 인정하는 것과, 승리를 생각했다 역전패를 당하는 건 팀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 문제는 이런 부진이 생각보다 오래 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많이 던진 김택형 장지훈의 구위는 확실히 좋을 때만 못하다. 강속구를 던지는 조요한의 경우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한두솔 윤태현이라는 새 얼굴이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당장 중책을 맡기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기존 선수들의 구위가 회복되지 않으면 이는 SSG의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폭탄이 될 수 있다. 노경은이 복귀하고, 박종훈 문승원이 순차적으로 들어오면 기존 선발투수들의 불펜 이동을 통해 숨통이 트일 수는 있으나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이야기일 뿐 실전에 어떻게 적용될지 모른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 시점까지 두 달은 버텨야 한다. 2군에서 끌어쓸 선수도 현시점에서는 풀이 그렇게 넓지 않다.
아직 선두를 달리고 있고, 초반에 벌어놓은 것이 워낙 많은 SSG로서는 이 문제를 좀 더 긴 호흡에서 풀어갈 필요가 있다. 선수들의 컨디션 회복이 우선이다. 코칭이 될 수도 있고, 전략적인 휴식이 될 수도 있다. 불펜 운영의 계획도 문제가 있다면 빠르게 수정해야 한다. 불펜 전력이 강하지 않다는 전제 하에 선발 활용의 극대화와 불펜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합을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경기가 자꾸 뒤집히면, 결국 시즌 성적이 뒤집히게 되어 있다. 1군 투수파트가 시험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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