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은(아이유) 강동원 송강호 ⓒ곽혜미 기자
▲ 이지은(아이유) 강동원 송강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영화 '브로커'의 송강호가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의 순간을 떠올렸다. '브로커'의 출발이 송강호였다고 밝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내 영화로 상을 받아 미안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제작 영화사 집)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시사회는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인 '브로커'가 월드 프리미어 이후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이는 자리. 시사회에 이어진 간담회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송강호, 강동원, 아이유(이지은), 이주영이 참여했다. 

송강호는 "3년 만에 '기생충' 이후 처음 여러분과 극장에서 인사드리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관객들도 영화인들도 하루 빨리 이런 날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그동안 준비한 작품을 소개하고 얘기할 수 있는 이런 날이 왔다. 기쁘게 생각하고 대단히 반갑다"고 인사했다. 

특히 이번 작품으로 한국배우 최초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송강호는 당시의 긴장됐던 순간을 떠올리며 솔직한 소감을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 송강호 ⓒ곽혜미 기자
▲ 송강호 ⓒ곽혜미 기자

송강호는 "사실 칸영화제는 워낙 적은 상을 주기 떄문에, 21편 중 7편에 상을 수여하기에 비율이 낮다. 그 7편의 영화 관계자들에게 (폐막식이 열리기 전에) 전화를 주게 돼있다. 그때까지가 가장 긴장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오히려 전화를 받게 되면 마음이 편해진다. 어떤 상이라도 우리에게 1개의 상이 주어진다는 게 확정이 됐으니까"라며 "그래서 극장 안에서는 그렇게 긴장이 안 됐는데 12시까지 기다리는 것이 가장 피를 말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송강호는 남우주연상 수상 순간에 대해 "호명이 됐을 때는 약간, 지금도 복기가 잘 안되는데 순간 패닉이 되는 묘한 기분도 들었다"면서 "기쁘다, 이런 감정에 앞서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약간의 패닉이 몇 초 간 있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영국에 있는 봉준호 감독, 한국의 김지운 감독이 먼저 문자가 왔다. 새벽에 유튜브로 보신 것 같다. 그 뒤로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셨고, 너무 과찬을 받고 있어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이어 "감동을 천천히 야금야금 느끼고 싶다"며 부끄러운 듯 소리내 웃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곽혜미 기자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곽혜미 기자

연출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또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의 기쁨을 안은 송강호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전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제가 연출한 영화에서 배우가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2번째다. 삐딱한 성격이라 제가 칭찬을 받으면 '어디가 좋았던 걸까' 순수하게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편인데 배우가 칭찬을 받으면 마음껏 기쁨을 누리게 된다. 이번에도 그래서 제일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관계자들도 평소보다 영화제에서 즐거워 보인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실제로 시상식 이후 파티에서도 이렇게 진심으로 기쁠 수 있을까 할 만큼 기쁨을 누렸다. 그만큼 저도 기뻤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고레에다 감독은 송강호의 수상을 두고 "이번에는 제가 뭔가를 했다기보다 정말 송강호 배우가 그간 이뤘던 성과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면서 "송강호 배우가 아직 상을 못 받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계신 분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송강호 배우가 봉준호 감독 영화로 상을 받았어도 이상하지 않고, 이창동 감독 영화로 상을 받았어도 이상하지 않고, 김지운 감독 작품으로 상을 받았어도 이상하지 않다"며 "제 작품으로 상을 받아 송구한 마음도 든다. 한편으로는 이 작품 '브로커'를 위해서는 가장 기쁜 상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극찬을 남겼다. 

영화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송강호와 강동원이 아기 브로커 상현과 동수로 분했고, 아이유는 아기 어머니로 등장한다. 이지은은 이들을 추적하는 경찰을 연기했다.

처음으로 한국어 영화를 연출한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제가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해 배우분들도 불안감을 느끼셨을 것이다. 저도 그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가능한 한 소통을 많이 했다"면서 "촬영하기 전에는 손편지로 제 마음을 표현했고, 현장에서도 밀도있게 소통하며 많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도 현장을 시작하고 나서는 송강호 배우가 꼼꼼히 테이크를 보고 비교해주기도 하고 늬앙스가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정말 많은 피드백을 해줬다"며 "신뢰를 가지고 의지할 수 있었다. 크랭크인 이후 크랭크업까지 그런 피드백이 이어졌다. 그런 도움을 받으며 진행했기에 불안감을 극복하고 끝까지 완성할 수 있었다"고 송강호에게 공을 돌렸다. 

'베이비 박스'를 영화의 중심 소재로 삼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이의 생명을 구하고 어머니를 사회에서 고립시키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다. 일본보다 한국에서 베이비박스에 맡겨지는 아기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입양제도 법 정비에 참여한 변호사, 모자 쉘터에 있는 분들을 만나는 등 등 아이를 둘러싼 상황, 현재에 대해서 광범위하게 취재했다. 그 취재 과정이 이 영화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제가 처음에 생각한 것은 소영이 아이를 베이비박스 앞에 두고 간다. 그리고 수진이 부정적인 마음으로 아이를 안으며 대사를 한다. 수진이 가진 부정적인 생각들이 이 영화의 2시간 동안 어떻게 변해가는가가 이 영화의 핵심이라 생각했다. 처음 3가지 박스를 생각했다. 첫 박스는 아기가 들어가는 작은 박스다. 2번쨰 박스는 브로커가 타고 있는 차량이다. 그리고 브로커를 쫓는 형사가 탄 차량을 또한 박스라 생각했다. 그리고 3번째 박스는 선악의 경계선이 허물어진 주인공의 관계, 심경의 변화를 사회 속에 서 있는 모습으로 사회를 큰 박스로 생각하게 됐다. 아이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주변에서 지켜보는 인물이 등장하기도 하다. 자그마했던 박스가 점점 커지면서 아이가 축복을 받는 것을 변화의 측면에서 다뤄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브로커'가 처음부터 한국 사회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찍을 때 다양한 취재를 하며 일본의 입양제도, 양부모 제도에 대해 취재했다. 그 과정에서 구마모토현에 '아기 우편함'이란 시설이 있음을 알게 됐다"며 "취재를 하다보니 한국에 비슷한 시설이 있음을 알게 됐다. 그렇게 조사하다보니 한국에는 통계적으로 10배 이상 아기가 맡겨진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감독은 이어 "주제와 상관없이 언젠가 함꼐하고 싶다 했던 배우들이 있었다. 베이비박스 아기를 안고 자상하게 말을 걸다 팔아벌이는 신이 떠올랐다. 선악이 혼재된 존재로서 송강호씨의 한 신이 떠올랐다"고 짚으며 "그것이 이 영화의 출발이었다. 한국 사회문제의 관심이라기보다는, 이 영화의 출발은 송강호였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강동원 송강호 ⓒ곽혜미 기자
▲ 강동원 송강호 ⓒ곽혜미 기자

 

극중 송강호와 함꼐 아이를 팔아넘기는 아기 브로커 동수 역을 맡은 강동원은 "제가 맡은 동수는 보육원 출신으로 상현(송강호)와 아이를 팔아넘기려는 사람"이라며 "촬영에 들어가기 전 보육원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어린 친구들이 보육원에 차가 오면 혹시 자기를 데리러 오는 게 아닐까 기대를 많이 한다고 하더라. 제가 맡은 캐릭터 동수도 그런 마음으로 늘 엄마를 기다렸을 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동원은 "도움을 주신 보육원 출신 신부님이 계셨는데, 꼭 여쭤보고 싶은 질문을 드린 적 있다. '혹시 어머니가 안 보고 싶으시냐'고 여쭤보니 지금은 보고싶다는 감정은 남아있지 않은 것 같은데, 돌아가시기 전엔 어머니를 만나보고 싶다고 하셨다. 그런 말씀을 관객분들에게 전달해드리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강동원은 "주변 분들이 아기를 잘 안는다고 해주셔서 사진이 있었다"며 함꼐 한 아역배우에게는 최초의 추억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 아이유 ⓒ곽혜미 기자
▲ 아이유 ⓒ곽혜미 기자

칸영화제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날 첫 영화를 한국 취재진 앞에 정식으로 처음 소개하게 된 아이유는 "저는 상업영화 데뷔작인데 멋진 선배님들, 배우님들과 작업하게 돼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칸에서 입국했을 때부터 너무 많은 분들이 환대해 주셔서 얼떨떨하고 설레는 상태다. 많은 분들이 좋은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팩트가 상당했던 욕설 연기에 대해서는 "대본상에서는 한국 욕은 다를 수 있지 않나. 제가 느끼기엔 일본식 욕이라고 느껴지기도 해서, 혹시 한국식 욕을 표현을 더 해도 되겠냐고 여쭤봤다. 감독님이 얼마든지 자유롭게 해도 된다고 말씀해 주셔서 고민을 하고 한국의 대표적인 욕 위주로 대사를 꾸려봤다"고 설명했다. 

아이유는 "활동하면서 직접적으로 욕을 하는 연기를 하는 건 처음이라 집에서 연습도 많이 하고 촬영 전 긴장도 많이 했다. 다행히 현장에서 상대 배우분들도 화나게 호흡을 맞춰주시고, 예상보다 빠르게 테이크를 마무리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송강호는 "제가 좀 더 좋아하는 장면은 그 다음 장면이다. 봉고차에 타서 상현과 동수는 어쩔 줄 몰라하며 게를 먹자는 둥 하는데 발로 앞자리를 퍽 차는 건 이지은씨의 즉흥연기다. 정말 놀랐다. 리액션이 저절로 나왔다. 제가 좋아하는 대목이 많지만 그 봉고차 신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 이주영 ⓒ곽혜미 기자
▲ 이주영 ⓒ곽혜미 기자

 

이주영은 "칸부터 국내외 기자분들이 많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했다. 오늘도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다. 모쪼록 영화를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영화 '브로커'는 오는 6월 8일 개봉을 앞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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