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규 ⓒ곽혜미 기자
▲ 이용규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이)용규 선배께서 스프링캠프부터 이야기하셨어요. 그런 평가를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키움 히어로즈 간판타자로 성장한 외야수 이정후(24)의 말이다. 키움은 올 시즌을 앞두고 우승 후보로 평가받지 못했다. 박병호(kt), 김하성(샌디에이고), 박동원(KIA) 등 중심 타선을 책임졌던 이들이 차례로 팀을 떠나면서 타선이 많이 헐거워진 게 사실이다. 이정후와 야시엘 푸이그, 송성문, 김혜성 등이 힘을 내고 있지만, 이날 경기 전까지 팀 타율 0.243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도 키움은 2위를 달리고 있다. 키움은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간 시즌 9차전에서 6-2로 역전승했다. 시즌 성적 38승25패1무를 기록하며 선두 SSG 랜더스(40승22패3무)를 계속해서 추격했다.

끌려가는 흐름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저력이 돋보였다. 1-2로 뒤진 7회말 송성문이 두산 베테랑 좌완 이현승에게 우월 솔로포를 뺏으면서 2-2 균형을 맞춘 게 시작이었다. 

키움은 8회말 두산이 필승 카드로 꺼낸 박치국을 두들기는 저력을 보여줬다. 김준완의 볼넷과 김혜성의 좌전 안타로 물꼬를 텄고, 1사 2, 3루에서 박주홍이 자동고의4구를 얻어 만루 기회로 연결했다. 다음 이지영 타석 때 박치국의 폭투로 3루주자 김준완이 득점하면서 3-2로 뒤집었다. 

계속된 2사 2, 3루 기회에서는 김휘집이 볼넷을 얻어 박치국을 끌어내렸다. 두산은 급히 마운드를 베테랑 장원준으로 바꿨지만, 김웅빈이 2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4-2로 달아나고, 송성문이 중전 2타점 적시타를 때려 6-2 역전승에 쐐기를 박았다. 

객관적인 전력은 강해 보이지 않아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뒷심과 근성이 2위까지 올라선 저력일지 모른다. 이정후는 그런 근성을 심어준 가장 큰 공신으로 이용규를 꼽았다. 이용규는 현재 부상으로 동료들과 함께하지 못하고 있지만, 후배들은 이용규가 강조했던 근성 있는 플레이를 이어 가고 있다. 

이정후는 "지난 9년 동안 우리보다 잘했던, 가을야구를 하는 좋은 성적을 낸 팀은 두산밖에 없다. 두산을 제외하면 9개 구단 가운데 가을야구를 가장 많이 한 팀이 우리다. 지난해 5위를 했지만, 그래도 가을야구는 간 거니까"라며 팀이 저평가되는 현실을 짚었다.

이어 "2019년부터 있었던 선수들이 나를 비롯해서 (김)혜성이, (송)성문이 형이 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경험을 쌓았다. (김)수환이처럼 새로 들어온 선수들은 다들 2군에서 열심히 노력한 선수들이다. 그 선수들이 자기 자리가 생겼고, 주어진 자리에서 잘하고 있다. 누가 빠지면 채우는 게 우리 팀 문화다. 다른 선배들이 있는 동안 2군에 있거나 빛을 못 봤던 선수들이 많아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덧붙이며 전력이 약화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용규를 이야기했다. 이정후는 "용규 선배께서 그런 평가를 신경 쓰지 말라고 스프링캠프부터 이야기하셨다. 또 그런 평가를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되고, 더 이를 악물고 근성 있게 해야 한다고 하셨다. 기분 나빠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뒤집을 능력이 있고, 무조건 잘할 거라고 계속 자신감을 쌓을 수 있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다른 팀과 비교했을 때 특출난 선수가 부족할지는 몰라도 매일매일 승리를 이끄는 영웅들이 등장하면서 키움은 흔들리지 않고 2위를 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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