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하주석(오른쪽)이 16일 대전 롯데전에서 8회말 스트라이크존 판정을 놓고 주심에게 항의하고 있다. ⓒSBS스포츠 중계화면 갈무리
▲ 한화 하주석(오른쪽)이 16일 대전 롯데전에서 8회말 스트라이크존 판정을 놓고 주심에게 항의하고 있다. ⓒSBS스포츠 중계화면 갈무리

[스포티비뉴스=대전, 고봉준 기자] 선수가 성질을 내거나 무언가를 집어 던지는 장면을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은 팬들은 얼마나 될까.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로 3640명의 관중이 입장한 16일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맞대결을 지켜보며 든 궁금증이었다.

이날 롯데와 한화는 나름의 투수전을 펼치며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롯데 선발투수 글렌 스파크맨은 6이닝 동안 2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 호투했고, 한화 장민재 역시 5이닝 5피안타 4탈삼진 2실점으로 나름의 몫을 했다.

이렇게 롯데의 2-0 리드가 계속되던 경기. 그런데 후반부터 분위기가 사뭇 심상치 않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연이어 불만을 드러내면서 공기가 얼어붙었다.

먼저 7회말 한화의 공격. 롯데의 바뀐 투수 김원중을 상대로 노수광과 박정현이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마이크 터크먼이 중전안타를 터뜨려 기회를 만들었다. 이어 최재훈이 볼넷을 얻어내 찬스를 2사 1·2루로 연결했다.

위기로 몰린 롯데는 좌타자 정은원 타석에서 김원중을 내리고 좌완투수 김유영을 올렸다. 이어 1볼-2스트라이크에서 정은원이 김유영의 시속 141㎞짜리 직구를 공략했지만,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이미 아웃임을 알고도 1루로 뛰던 정은원은 베이스를 지나치는 과정에서 자신의 헬멧을 집어 던지며 분노를 표출했다.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었겠지만, 앞선 상황에서 나온 스트라이크 판정도 숨은 원인으로 작용했다. 1볼-1스트라이크에서 바깥쪽 높게 제구된 직구를 송수근 주심이 스트라이크로 선언하면서 불만을 드러낸 터. 결국 타석 결과가 범타로 이어지자 정은원은 헬멧을 내던졌다. 한참을 튕겨 나간 헬멧을 주어간 이는 전상렬 1루코치였다.

▲ 한화 정은원이 16일 대전 롯데전에서 7회초 2루수 땅볼로 물러난 뒤 자신의 헬멧을 내던지고 있다. ⓒSBS스포츠 중계화면 갈무리
▲ 한화 정은원이 16일 대전 롯데전에서 7회초 2루수 땅볼로 물러난 뒤 자신의 헬멧을 내던지고 있다. ⓒSBS스포츠 중계화면 갈무리

그런데 비슷한 장면이 바로 뒤 8회에도 연출됐다. 이번에는 정은원이 아닌 하주석이 논란을 자초했다.

1사 1루 구승민과 하주석의 맞대결. 146㎞짜리 직구가 바깥쪽으로 형성됐다. 송 주심의 판정은 스트라이크. 그러자 하주석은 홈을 한 바퀴 돌며 불만을 내비쳤다. 자신은 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송 주심이 한 차례 말리며 다시 타석으로 들어선 하주석은 그러나 1볼-2스트라이크에서 5구째 떨어지는 135㎞짜리 포크볼을 헛스윙해 삼진을 당했다.

그러자 하주석은 방망이를 내리치며 감정을 표출했다. 이어 퇴장을 선언한 송 주심에게 목소리를 높이며 항의했다. 한화 벤치에서 몇 명이 나와 만류했지만, 하주석을 막을 수는 없었다.

분을 삭이지 못한 하주석은 벤치로 돌아가며 헬멧까지 집어 던졌다. 그리고 이 헬멧은 웨스 클레멘츠의 뒤통수를 가격했고, 이 순간 한화 벤치에는 침묵이 흘렀다.

올 시즌 KBO리그는 바뀐 스트라이크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면서 투수들은 반기고 있지만, 반대로 타자들은 개막 후 계속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심판과 언쟁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날처럼 이성을 잃은 반발이 팬들 앞에서 계속된다면, 타자들의 목소리는 누구에게도 응원받지 못한다. 항의에도 지켜야 할 선인, 정도가 있다.

하주석의 퇴장 이후 한화는 9회 추가로 1실점하면서 결국 0-3으로 졌다. 야구 대신 선수들의 성난 표정만 구경한 한화팬들에게 돌아간 것은 6연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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