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유격수 김재호(오른쪽)는 3루수 허경민의 빈자리를 잘 채워보겠다고 다짐했다.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유격수 김재호(오른쪽)는 3루수 허경민의 빈자리를 잘 채워보겠다고 다짐했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허)경민이가 건강하게 돌아올 때까지 열심히 해봐야죠."

두산 베어스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37)는 1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8번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2010년 9월 1일 잠실 SK 와이번스전(현 SSG) 이후 4306일 만이었다. 2004년 신인 1차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해 지금까지 1587경기를 뛰면서 3루수 선발 출전 경기는 이날 포함 17경기에 불과하다. 백업 시절에는 3루수로 종종 교체 출전한 적은 있어도 2014년 주전 유격수로 도약한 뒤로는 유격수가 아닌 다른 자리에서 뛴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포지션 변화의 조짐은 15일 고척 키움전부터 보였다. 주전 3루수 허경민(32)이 15일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부상자명단에 오른 여파였다. 김재호는 8회말 대수비로 교체 출전할 때 3루수로 들어갔다. 2013년 8월 3일 인천 SK전 이후 3238일 만에 3루수 교체 출전 경기였다.  

과거였다면 김재호를 유격수로 기용하고 3루수로 다른 백업 내야수를 활용하는 쪽을 선택했겠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15일과 16일 이틀 다 유격수로 안재석(20)을 내보냈다. 김 감독은 올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안재석을 주전 유격수로 기용하고 있다. 김재호가 잔 부상이 있어 관리가 필요한 틈에 안재석이 안정적인 수비로 눈도장을 찍었다. 

사령탑은 허경민을 대체할 3루수로 먼저 박계범(26)을 생각했지만, 15일 경기에서 송구 실책을 저지른 뒤로 생각을 바꿨다. 김 감독은 "3루 수비가 (안)재석이 보다는 (김)재호가 더 낫다. 재석이는 3루 수비를 많이 안 해봤으니까. (박)계범이는 그렇게 공을 던지면 못 나간다. 심적으로 불안한데 어떻게 뛰겠나"라고 이야기했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낯선 자리로 이동하게 됐지만, 김재호는 자존심을 앞세우지 않았다. 팀의 선택을 받아들이고 움직였다. 

김재호는 "3루는 오랜만이라서 수비를 할 때 또 한번 생각하게 된다. 수비 포메이션도 그렇고, 공이 어떻게 가는지 생각을 다시 해야 한다. 3루 수비가 당장 자연스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이어 "잘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최선은 다해보려 한다. 전날(15일) 한 번 해보긴 했지만, 일단 어느 자리에서든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다. 경민이가 올 때까지 열심히 한번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본인의 걱정과 달리 김재호는 3루에서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다. 최근 타석에서 부진한 안재석이 경기 후반 교체됐을 때는 다시 김재호가 유격수를 보고, 서예일이 3루수로 나섰다. 허경민이 없는 당분간은 김재호가 이런 식으로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는 일이 잦을 것으로 보인다. 

허경민은 아직 복귀 시점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감독은 "조금 더 봐야 할 것 같다. 당분간은 집에서 쉬고, 발을 움직일 때 느낌이 어떤지 보고 본인이 괜찮다고 하면 훈련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열흘 안에 돌아오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허경민의 공백이 당장 김재호에게 큰 전환점이 된 게 사실이다. 김재호에게 급작스럽게 생긴 변화가 본인과 두산에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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