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2군으로 내려간 하주석은 성숙을 다짐했다 ⓒ곽혜미 기자
▲ 17일 2군으로 내려간 하주석은 성숙을 다짐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창원, 김태우 기자] 한화의 주장이자 핵심 선수인 하주석(28)은 18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원정 숙소에서 곧바로 짐을 싸 2군이 있는 서산으로 향했다. “주장으로서 경솔한 행동으로 팬들과 동료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였다.

17일 대전 롯데전 8회 상황이 문제가 됐다.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 하주석은 헛스윙 삼진 이후 배트를 내리치며 분통을 터뜨렸고 이는 퇴장으로 이어졌다. 감정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했고, 사실상 더그아웃으로 끌려 들어오면서 헬멧을 냅다 집어 던졌다. 헬멧은 더그아웃 구조물을 맞고 클레멘츠 코치의 머리로 향하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하주석은 경기 후 곧장 팀 동료와 코칭스태프에 자신의 행동을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하주석의 행동은 몇몇 부분에서 용납할 수 없는 대목이 있었다. 한화가 고심 끝에 하주석을 2군으로 보낸 이유다. 누가 봐도 문책성, 징계성 2군행이었다. 

삼진을 당했지만 아직 경기는 끝난 게 아니었다. 2점차였고, 마지막까지 추격이 가능한 흐름이었다. 거기서 하주석은 경기를 더 이어 가지 못하고 오히려 퇴장했다. 주장이고 아니고를 떠나 팀 전력에 해를 끼쳤다. 분통은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었다.

물론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퇴장을 당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지였다. 배트를 내리치고, 헬멧을 던지면서 상대 선수와 팀 동료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행위를 했다. 때로는 분노할 수도 있지만, 남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을 남겨서는 안 된다.

되도록 팬들에게 멋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프로선수의 품위는 바닥에 떨어졌다. 이날 하주석의 행동을 멋있게 보는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고, 실제 여론이 그랬다. 부끄러움은 열심히 응원을 한 죄밖에 없는 한화 팬들이 짊어져야 했다. 팬들에게 큰 죄를 졌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도 하주석을 감쌀 부분은 감쌌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이야기했다. 수베로 감독은 17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경기 중 감정이 오가는 건 스포츠의 묘미라고 했다. 그만큼 열정이 있다는 것이고, 팀에 진심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실수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라고 했다. 주장을 바꿀 생각도 전혀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하주석이 잘했다는 건 아니다. 헬멧을 집어던지고, 코치가 맞았을 때 그냥 지나가고 했던 건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할 부분은 따끔하게 지적했다. 열정은 권장할 만하지만, 잘못된 열정까지 옹호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올 시즌 부진한 자신의 성적을 떠나 최하위에 처진 팀은 또 6연패 중이었고, 당시 경기도 잘 풀리지 않았다. 팀을 이끌어가는 리더와 주장으로서 답답한 마음을 가졌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냉정하고 후배들이 못 보는 곳을 봐야 하는 게 또 주장과 선임의 책임이다. 하주석은 “2군에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약속을 지켜 다시 캡틴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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