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무실점 행진을 이어 가며 주목받고 있는 한화 윤산흠 ⓒ곽혜미 기자
▲ 올 시즌 무실점 행진을 이어 가며 주목받고 있는 한화 윤산흠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창원, 김태우 기자] 사연 없는 프로선수는 없다. 1군 마운드에 서기까지 모두가 힘든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윤산흠(23‧한화)의 경력은 조금 더 특별하다. 다른 동기들이 거친 길보다는 더 바닥과 가까운 길을 걸었다.

고등학교 때 야구를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스카우트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상위 지명을 바란 건 아니었는데 아예 이름이 안 불렸다. 야구를 포기할 수 없어 독립리그에서 뛰었다. 두산의 부름을 받아 육성선수로 입단했지만 방출의 시련을 겪었다. 보통 여기까지가 우리가 대개 생각하는 실패한 야구선수의 경로다.

그러나 다시 독립리그에 가 야구를 꿈꿨고,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이번에는 다시 아픔을 반복하지 않겠노라 이를 악물었다. 그 결과 지난해 1군 5경기에 나가 가능성을 내비쳤다. 올해는 공에 절실함이 더 커졌다. 간신히 오른 궤도에서 이탈할 수는 없었다. 매 경기에 전력을 쏟아 붓고 있고, 그 결과 공은 더 예리해졌다.

윤산흠은 17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 경기에서 나름 중요한 몫을 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1로 맞선 연장 12회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마무리하며 경기를 마쳤다. 즉, 팀이 패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무승부라도 지켰다는 것이다. 

앞선 네 번의 등판에서도 5⅔이닝을 던지며 모두 무실점 피칭을 하며 주목받기는 했다. 그러나 당시 경기들은 팀이 크게 앞서고 있거나, 이미 넘어간 경기에서 등판했다. 하지만 17일은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치열한 경기 속에 한화는 이미 김범수 장시환 강재민 등 필승 카드들을 모두 소모한 상황이었다. 윤산흠으로서는 아마도, 자신의 프로 인생에서 가장 긴장되는 등판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던졌고 결과도 만들어냈다. 상체를 뒤로 젖히는, 흔히 찾아보기는 어려운 독특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공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9㎞까지 찍혔다. 자신이 던질 수 있는 사실상의 최대치가 나왔다. 여기에 130㎞ 초반대의 커브를 섞어 던지며 타이밍을 뺏었다.

올해 5경기에서 6⅔이닝을 던지며 잡아낸 삼진은 총 11개. 피안타율은 0.130이고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도 0.90에 불과하다. 등판 당시의 경기 양상은 고려해야겠지만 쌓이는 실적 속에 이제는 충분히 기회를 주고 키워볼 만한 선수 대열에 올라서고 있다. 

패스트볼 구속이 지난해 140㎞대 초‧중반에서 2~3㎞ 올라 올해는 평균이 146㎞에 이르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빠른 커브의 각도 날카롭다. 1군에 올라오는 순간 지명 순위는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된다. 각고의 노력으로 궤도에 오른 윤산흠이 이제는 그 궤도를 순조롭게 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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