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안재석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안재석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2군에서 정비할 시간을 주기에는 당장은 올릴 선수가 마땅치 않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올 시즌 프로 2년차 유격수 안재석(20)을 1군 붙박이로 쓰고 있다. 안재석은 시범경기 기간 타율 0.423(26타수 11안타), 7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눈도장을 찍더니 정규시즌이 시작되자 안정적인 수비로 또 한번 눈도장을 찍으며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수비 때문에 경기에서 뺄 수가 없다"며 1년 만에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으로 바뀐 수비를 칭찬했다. 

문제는 타격이다. 시범경기 때 화려했던 타격 성적은 찰나였다. 안재석은 정규시즌이 시작되자 타석에서 고전하기 시작했다. 올 시즌 57경기에서 타율 0.198(131타수 26안타), OPS 0.500, 8타점에 그쳤다. 6월 11경기에서는 타율 0.100(20타수 2안타)로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다. 

프로 2년째인 만큼 상대 배터리가 어느 정도 안재석을 파악하고 들어오기 시작했고, 공을 쫓아가기 급급해졌다. 김 감독은 그런 안재석을 훈련 때 한번씩 불러 타격 폼을 직접 수정해 주기도 하고, 조언도 했으나 지금까지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김 감독은 "안재석의 스윙이 크다. 자기 스윙이 1군 투수들의 공을 쫓아가기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스윙을 바꾸면서 혼동이 오고, 자신감도 떨어진 게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과거 선수층이 화려하고 두꺼웠던 두산이었다면, 안재석은 일찍이 2군에 내려가 타격을 재정비하고 퓨처스리그 경기를 뛰면서 자신감을 되찾은 뒤 1군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 두산 내야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 3루수 허경민, 2루수 강승호, 1루수 양석환 정도만 고정 포지션이라고 말할 수 있다. 1루수는 양석환이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수비 부담을 나눴고, 유격수는 안재석(57경기, 149타석)과 김재호(47경기, 110타석)가 타격과 몸 컨디션에 따라 교대로 나섰다. 백업 내야수로는 박계범(40경기)이 주로 기회를 얻었고, 서예일(8경기) 전민재(4경기) 김민혁(3경기) 권민석(1경기)이 어쩌다 한번씩 나섰다. 

출전 수로 따지면 안재석이 고전할 때 박계범이 대체 1순위가 돼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지금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계범은 시즌 타율 0.205(73타수 15안타)로 지금 안재석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최근 3루수로 선발 출전한 2경기 모두 실책을 저지른 뒤 문책성으로 교체됐다. 유격수로도 당장은 안재석보다 수비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계범으로선 계속 그라운드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15일 허경민이 무릎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유격수 안재석-3루수 김재호라는 고육지책을 쓴 배경에도 박계범이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영광 뒤에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과정이 순조롭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키스톤콤비 김재호와 오재원은 이제 주전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후배들을 뒷받침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데, 두 선수의 전성기와 비교하면 현재 키스톤콤비로 누구를 조합해도 부족한 게 사실이다. FA로 이탈한 1루수 오재일(삼성), 2루수 최주환(SSG)의 빈자리도 공수에서 아직 티가 나고 있다. 물론  당장은 부상으로 빠진 허경민의 공백이 가장 크게 느껴진다. 화수분 야구를 자랑하는 두산도 여러 변수 속에 성적과 리빌딩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버거워 보이는 요즘이다.

두산은 20일 현재 30승34패1무 승률 0.469로 7위까지 떨어져 있다. 5위 kt 위즈와는 1.5경기차로 벌어졌고, 8위 롯데 자이언츠와는 0.5경기차에 불과하다. 6월 승률 1위를 자랑하는 9위 NC 다이노스와도 4경기차다. 3연속 루징 시리즈에 그친 최근 흐름이 이어지면, 8위는 물론 9위까지도 내려앉을 위기에 놓인다. 

이런 암담한 현실을 어느 한 가지 문제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두산은 이도저도 못 하고 있는 안재석이 갈수록 눈에 띄는 상황을 고민해 봐야 한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