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안권수(왼쪽)와 양찬열 ⓒ 곽혜미 기자/ 두산베어스
▲ 두산 베어스 안권수(왼쪽)와 양찬열 ⓒ 곽혜미 기자/ 두산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맨날 하위 지명하는 게 쉽지는 않죠. 그래도 뒤에 뽑은 선수가 1군에서 터지면 결과적으로는 이기는 거 아니겠어요?"

두산 베어스는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0시즌 동안 상위권을 놓친 적이 거의 없다. 2014년 한 차례 6위에 그쳐 가을야구 티켓을 놓쳤고, 나머지 9시즌은 모두 3위 안에 들었다.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2015년 이후로는 7년 내내 한국시리즈 개근 도장을 찍으면서 1위 아니면 2위로 시즌을 마쳤다. 

반대로 두산 스카우트팀에 지난 10년은 고통이었다. 해마다 신인 지명권은 직전 시즌 성적의 역순으로 배정되니 두산은 거의 9순위 아니면 10순위였다. 고교 최대어는 언감생심. 두산 스카우트에게 그해 고교 정상급 유망주에 대해 물으면 "어차피 우리가 뽑을 수 없는 선수"라고 허탈해하며 답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도 1차지명 제도 덕분에 이영하(25, 2016년), 최원준(28, 2017년), 곽빈(23, 2018년), 김대한(22, 2019년), 안재석(20, 2021년), 이병헌(19, 2022년) 등 서울권 유망주들을 모았는데 올해부터는 이마저 어려워졌다. 지난해를 끝으로 1차지명 제도가 폐지되면서 전면 드래프트로 바뀌었다. 지난 시즌 2위를 차지한 두산은 올해 9순위로 지명권을 행사한다. 상위권 유망주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두산 관계자는 "분명 1순위 지명과 9, 10순위 지명은 차이가 있다. 한두 해도 아니고, 이렇게 되면 인위적으로 전력이 바뀌게 된다. 전력 평준화를 위해서는 지금 지명 방법이 맞긴 하지만, 5~6년 지속되면 인위적으로 팀 순위가 바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지명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또 그해 트렌드의 반대로 움직여야 그나마 괜찮은 원석을 건질 수 있다. 위 관계자는 "즉시전력감보다는 미래를 보고 뽑는 경우가 많았다. 상위 지명에서 투수를 많이 뽑으면 우리는 야수를 보고, 야수 지명이 많으면 우리는 투수를 보면서 반대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뒷순위로 뽑은 만큼 육성에 정성을 더 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두산 스카우트 관계자는 "지명 순서대로 1군에서 활약하는 것은 아니다. 뒤에 뽑은 선수들이 1군에서 터지면 이기는 게 아닌가"라고 말하며 웃었다. 

올해는 외야수 안권수(29)와 양찬열(25)이 스카우트팀을 웃게 하고 있다. 안권수는 2020년 2차 10라운드 99순위, 양찬열은 2020년 2차 8라운드 79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지 3년 만에 빛을 보기 시작했다. 두산은 두 선수 모두 지명 순위보다는 높이 평가했는데, 둘 다 지명 직전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 후순위로 밀린 케이스였다.   
안권수는 주전 우익수 경쟁에서 앞섰던 김인태(28)가 시즌 초반 허벅지 부상으로 이탈한 틈에 우익수와 리드오프 자리를 꿰찼다. 53경기에서 타율 0.327(159타수 52안타), OPS 0.783, 18타점을 기록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양찬열은 올해 2군 코치진이 가장 기대하는 선수였다. 군 공백기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몸을 잘 만들어왔고, 복귀하자마자 퓨처스리그 17경기에서 타율 0.329(70타수 23안타), 2홈런, 13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양찬열은 21일 1군으로 콜업돼 인천 SSG전에 9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3타점 활약으로 16-2 대승을 이끌며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두산은 "아직 우리 화수분이 완전히 마르지는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외야에는 당장 김대한과 김태근(26, 2019년 5라운드 49순위)이 줄을 서고 있고, 김동준(19, 2022년 1라운드 9순위)과 강현구(20, 2021년 3라운드 30순위)는 차기 거포로 잠재력을 뽐내고 있다. 내야는 지금 상무에 있는 이유찬(24, 2017년 5라운드 50순위)과 군 복무 중인 박지훈(22, 2020년 5라운드 49순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이유찬은 상무에서 지금 정말 잘하고 있다. 팀에 합류하면 이유찬만큼 스피드 있는 선수가 없다. 박지훈도 큰 선수가 될 수 있다. 양찬열처럼 박지훈도 정말 야구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했다. 

현재보다 미래에 방점을 둔 선수들이 많기에 당장은 힘들어도 원석이 다듬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산 관계자는 "1군은 단기간에 올라가는 게 아니다. 최소한 6~7년은 걸려서 올라간다. 그 기간에 군대도 다녀와야 한다. 결국 시간이 문제다. 가만히 보면 우리 팀에는 금방 스타가 되고 그런 선수는 없다. 2군 육성 시스템을 잘 통과해서 살아남은 선수가 1군에 가서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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