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공격 생산력에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KIA 박찬호 ⓒ곽혜미 기자
▲ 올해 공격 생산력에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KIA 박찬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IA 유격수 박찬호(27)는 팬들에게 때로는 기쁨, 때로는 한숨을 안겨다 준 선수였다. 팀의 차세대 유격수로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과 가능성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답답한 순간도 적지 않았다.

수비와 주루에서의 에너지와 별개로, 공격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며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다. 잘 치는 때도 있었지만, 한 번 슬럼프에 빠지면 당황스러울 정도의 성적을 기록하곤 했다. 2022년 팀의 1차 지명을 받고 들어온 김도영이 가세하자 박찬호의 자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김도영은 유격수로 키워야 할 선수였고, 박찬호와 자리가 겹쳤다.

스프링캠프 내내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마음이 마냥 편할 수는 없는 위치였다. 김도영이 시범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치면서 위기론은 더 커졌고, 시즌 초반 실책과 부상까지 겹치면서 입지가 불안해졌다.

그러나 KIA의 유격수가 바뀔 일은 없었다. 김도영의 부진도 부진이지만, 박찬호 스스로가 주전이 될 만한 자격을 묵묵하게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찬호의 타격은 특급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4월 14경기에서 타율 0.279, 5월 25경기에서는 타율 0.260, 6월 16경기에서는 0.267이다. 다른 선수들이 4월 혹은 6월에 부침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박찬호의 그래프는 비교적 고르게 간다. 여기에 6월 들어서는 타점 13개를 기록하면서 중요한 순간 해결사로 등극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21일 광주 롯데전에서도 선발 리드오프로 출전, 3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의 좋은 활약을 선보이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8회 실점 위기에서 엄청난 점프 캐치를 선보여 팀을 수렁에서 구해내기도 했다.

수비와 주루에서는 이미 확고한 인정을 받고 있는 선수다. 4월 수비가 다소 흔들리기는 했지만 5월부터는 큰 문제가 불거지는 모습 없이 안정적인 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관건은 항상 공격이었는데 올해 ‘스텝업’의 가능성이 조금씩 보인다. 석 달 정도를 치러 표본이 어느 정도 쌓인 상황에서 긍정적인 대목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진 비율이 대표적이다. 박찬호는 KBO리그 통산 16.2%의 삼진 비율을 기록 중이다. 그가 거포 유형의 선수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다소 높다고 느낄 수도 있는 수치다. 2019년 15.3%, 2020년 16.4%, 2021년도 15.1%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11.2%로 삼진 비율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볼넷 비율은 지난해(11.2%)에 이어 개인 2위 수준인 8.5%다. 

발이 빠른 박찬호는 좋은 인플레이타구를 많이 만들수록 유리할 수 있다. 그 덕인지 지난해 77.7이었던 조정공격생산력(wRC+)은 올해 93.1까지 올라왔다. 2019년(68.1)이나 2020년(40.3)과 비교하면 분명히 눈에 띄게 개선된 수치다. 이 상승세를 이어 가 리그 평균 이상으로 올라간다면 확고한 스텝업과 함께 팀의 유격수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체력 부담이 생길 여름 레이스를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박찬호는 2020년 8월 타율 0.203, 9월 이후로는 0.193에 머물렀다. 2021년에도 5월 타율(.289)에 비해 8월 이후 타율은 0.240 수준으로 쭉 처졌다. 유격수 수비 출전의 비중이 큰 만큼 벤치에서 적절한 체력 관리까지 해줄 수 있다면 올해는 슬기롭게 난관을 풀어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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