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주현(왼쪽), 김호영.  ⓒ곽혜미 기자
▲ 옥주현(왼쪽), 김호영.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공연으로 촉발된 뮤지컬계의 곪은 상처가 드러나고 있다. 이른바 '인맥 캐스팅' 의혹을 두고 뮤지컬 배우 옥주현과 김호영의 갈등이 고소 사태로 번진 가운데, 남경주, 최정원, 박칼린 등 뮤지컬 1세대가 이례적으로 뮤지컬계의 자정을 촉구한 것이다. 

남경주, 최정원, 박칼린은 22일 '모든 뮤지컬인들께 드리는 호소의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지금의 이 사태는 정도(正道)가 깨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이러한 사태에 이르기까지 방관해 온 우리 선배들의 책임을 통감한다"라고 했다. 

옥주현과 김호영은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하는 '엘리자벳' 10주년 공연을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김호영은 14일 자신의 SNS에 "아사리판은 옛말"이라며 "지금은 옥장판"이라는 글을 썼다. 이후 '옥장판'이 옥주현을 저격하는 단어라는 추측과 함께 옥주현이 '엘리자벳' 캐스팅에 관여했다는 추측에 불이 붙었다. 김호영이 이를 두고 '옥장판'이라는 표현으로 지적한 것이라는 내용이다. 

옥주현은 "사실 관계 없이 주둥이와 손가락을 놀린 자 혼나야죠"라고 입장을 밝혔고, 결국 지난 20일 서울 성동경찰서에 김호영과 악성 댓글을 작성한 2명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김호영 소속사 피엘케이굿프렌즈는 "옥주현이 직접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고소한 것이 유감"이라고 맞섰다.

옥주현, 김호영은 한때 뮤지컬계에서 '절친'으로 불릴 만큼 가까운 사이였다. 게다가 한 무대에 서는 뮤지컬 동료인 두 사람이 끝내 법정 공방을 예고하면서 뮤지컬 팬들은 물론, 공연계에 몸담은 스태프, 배우들에게도 큰 충격파를 던졌다. 

결국 뮤지컬 1세대 남경주, 최정원, 박칼린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라며 이례적으로 나섰다. 

세 사람은 "최근 일어난 뮤지컬계의 고소 사건에 대해 비탄의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라며 "코로나19라는 큰 재앙 속에서도 우리는 공연 예술의 명맥이 끊기지 않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 유지해왔고 이제 더 큰 빛을 발해야 할 시기이기에, 이러한 상황을 저희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라고 입을 연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배우는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뿐 캐스팅 등 제작사 고유 권한을 침범하면 안 된다", "스태프는 배우들의 소리를 듣되, 몇몇 배우의 편의를 위해 작품이 흘러가지 않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 "함께 일하는 스태프와 배우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며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라고 의미심장한 입장을 전했다. 

이어 "우리 선배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수십 년간 이어온 뮤지컬 무대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 더 이상 지켜만 보지 않겠다"라며 "뮤지컬을 행하는 모든 과정 안에서 불공정함과 불이익이 있다면 그것을 직시하고 올바로 바뀔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 남경주, 최정원, 박칼린(왼쪽부터).  ⓒ곽혜미 기자, 남경주 페이스북, CJ ENM 제공
▲ 남경주, 최정원, 박칼린(왼쪽부터). ⓒ곽혜미 기자, 남경주 페이스북, CJ ENM 제공

남경주, 최정원, 박칼린의 호소문에 뮤지컬계 스타들도 나섰다.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공연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 김소현 역시 이들의 글을 공유하고 "동참합니다"라고 에둘러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또한 정선아는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듯한 사진으로 동참 의사를 전했다. 

또한 '엘리자벳' 제작사에 소속돼 있는 신영숙도 이례적으로 이 움직임에 동참했다. 또한 차지연, 최유하, 최재림, 정성화 등 뮤지컬 스타들이 '동참합니다'라는 해시태그로 자신의 뜻을 밝혔다.

가수이자 최근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인 조권은 "뮤지컬 후배로서 선배님들의 말씀에 공감하고 응원하고 지지하고 사랑한다"라고 했고, 김소현의 글에도 '좋아요'로 동의를 표현했다. 

7년 전 '엘리자벳'에 출연한 뮤지컬 배우 이상현도 의미심장한 입장을 밝혔다. 이상현은 "이런 게 싫어 무대를 떠났지만 그래도 힘을 보탠다. 선배님들 감사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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