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우완투수 정찬헌. ⓒ곽혜미 기자
▲ 키움 우완투수 정찬헌.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사직, 고봉준 기자] 키움 히어로즈 우완투수 정찬헌(33)은 2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5이닝 6피안타 1피홈런 2탈삼진 3실점(2자책점)을 기록하고 13-5 대승을 이끌었다. 또, 이날 승리로 올 시즌 4승(3패)째를 수확했다.

의미가 있는 승리였다.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최근 2군으로 내려갔다가 선발 등판과 맞춰 25일 1군으로 복귀한 뒤 곧바로 자기 몫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 투구 도중 눈길을 사로잡는 장면이 있었다. 평소보다 유독 저속의 커브를 많이 던진 정찬헌이었다. 평소 100㎞대 커브를 간간이 활용하기는 하지만, 이날 롯데 타자들을 상대로 평상시보다 많은 커브를 구사했다. 100㎞대 커브는 5개, 110㎞대 커브는 8개를 던졌고, 저속 커브의 최저구속은 101㎞까지 나왔다.

다음날 사직구장에서 만난 정찬헌은 “어제 롯데 타자들이 120㎞대 커브에는 계속 반응을 하더라. 그래서 타이밍을 뺏기 위해 아예 속도를 낮춰 100㎞대 커브를 구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어제는 날이 굉장히 습했다. 이럴 때는 공이 착 달라붙어서 커브 그립이 잘 채 진다. 이렇게 되면 느린 커브를 던지기가 조금은 더 수월해서 어제 100㎞대 커브를 많이 던졌다. 개인적으로는 99㎞까지 던져본 적이 있다”고 웃었다.

나름의 고충도 이야기했다. 100㎞대 커브는 보기에는 어렵지 않은 느낌이지만, 실제로는 스트라이크존 근처로 집어넣기가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었다.

정찬헌은 “느린 커브는 정상적인 밸런스에서 던지는 공이 아니다. 평소 릴리스포인트와는 타이밍이 달라서 제구 잡기가 어렵다. 그래서 가끔은 몸 맞는 볼이 나오기도 한다”

마침 이날 경기에는 ‘느림의 미학’으로 유명한 유희관 해설위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소식을 들은 정찬헌은 “유희관 선배는 보통 감각이 아니다. 투구폼 자체는 제구가 좋아 보이는 유형이 아닌데 손 감각이 워낙 뛰어나서 기본적인 제구가 좋고, 100㎞도 안 되는 커브도 스트라이크로 꽂을 줄 안다. 나와는 레벨이 다르다”며 웃고는 회복 훈련을 위해 그라운드로 뛰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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