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외야수 황성빈.
▲ 롯데 외야수 황성빈.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경기 마치면 바로 이동해야겠죠?”

프로야구 통산 최다안타의 주인공이자 LG 트윈스에서만 20년 가까이 전설로 자리 잡은 박용택(42)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에서 은퇴식 겸 영구결번식을 치른다.

모두의 축하를 받는 자리다. 2002년 LG 유니폼을 입고 데뷔해 2020년까지 통산 2236경기에서 타율 0.308 213홈런 1192타점 1259득점이라는 뛰어난 업적을 쌓은 박용택. 특히 2236경기와 2504안타, 9183타석, 8193타수는 모두 KBO리그 최다기록이고, 역대 최초 200홈런-300도루, 10년 연속 3할 타율, 7년 연속 140안타라는 대기록도 함께 지니고 있다.

2020년을 끝으로 은퇴한 박용택은 이날 잠실구장에서 LG팬들의 축하를 받으며 선수로서의 진정한 마침표를 찍는다. 또, 김용수의 41번과 이병규의 9번의 뒤를 이어 자신의 백넘버 33번은 LG 구단의 역대 3번째 영구결번으로 지정된다.

박용택 은퇴식 열기는 벌써 뜨겁다. 2만여 좌석은 이미 대부분 팔렸고, 온라인상에선 웃돈을 주고라도 경기 티켓을 사고 싶다는 팬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날 행사를 기다리는 이들 중에는 팬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박용택과 함께 뛰었던 동료들, 또 박용택을 보며 자랐던 LG 혹은 다른 소속팀의 후배들도 진심 어린 축하를 앞두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이가 바로 올 시즌 롯데의 주전 외야수로 활약 중인 황성빈이다.

1997년생으로 관산초와 안산중앙중, 소래고, 경남대를 거쳐 2020년 롯데 유니폼을 입은 황성빈은 박용택과는 프로에서 큰 접점이 없다. 데뷔 직후 곧장 군 복무를 이행해서 박용택이 마지막으로 뛰었던 2020년에는 1군에서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황성빈은 누구보다 박용택의 은퇴식을 기다리고 있다. 이유는 하나. 어릴 적 우상으로 여겼던 이가 바로 박용택이기 때문이다.

▲ 박용택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 포스터.
▲ 박용택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 포스터.

황성빈은 “아버지께서 워낙 야구를 좋아하셨는데 나보다 동생이 먼저 야구를 시작했다. 그래서 나도 부러운 마음이 들어 부모님을 졸라 초등학교 때 야구부로 들어가게 됐다”고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이어 “어릴 적부터 좋아하는 선수가 있었다. 박용택 선배님이다. 야구도 잘하셨지만, 특히 누구보다 오랜 시간 꾸준하게 활약하시는 장면이 정말 멋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롤모델 박용택과 같은 좌타 외야수로 성장한 황성빈. 성장 과정에서 본받은 이 역시 박용택이었다.

황성빈은 “선배님께선 마음먹은 대로 밀어치고, 또 당겨쳐서 안타를 만들어내시지 않나. 그 부분이 같은 선수로서 꼭 따라 하고 싶은 장점이었다. 또, 무엇보다 프로야구 최다안타 보유자 아니신가. 이 점만으로도 본받을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2년 전 은퇴한 박용택은 현재 해설위원으로서 이따금 현장을 누비고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황성빈은 “한번은 선배님께 ‘어릴 적부터 팬이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선배님께서도 기쁘셨는지 타구 방향과 관련된 조언을 해주셨다”고 수줍게 웃었다.

공교롭게도 박용택은 황성빈이 뛸 롯데-LG전에서 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다. 플레이볼 전 은퇴식을 먼저 진행하고, 경기 종료 후 영구결번식을 치른다.

황성빈은 “우연처럼 선배님의 은퇴식이 우리와 경기하는 날로 잡혔더라. 정말 기뻤다. 그날 함께할 수 있게 돼 영광이다”면서 “비록 경기 후 이동 관계로 영구결번식 행사까지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날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설렌다. 후배로서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싶다”고 대선배를 향한 마음을 수줍게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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