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잠실, 고봉준 기자] “전광판이요? 종종 맞췄어요, 하하.”
요즘 LG 트윈스 팬들은 이 거포 유망주가 크는 재미로 야구를 보곤 한다. 1999년생 외야수 이재원(23).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해 조금씩 잠재력을 뽐내고 있는 이재원은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홈경기에서 동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대형홈런을 터뜨렸다.
이날 7번 지명타자로 나온 이재원은 2-0으로 앞선 6회말 2사 1루에서 쐐기 2점홈런을 때려냈다. 상대 선발투수 구창모의 시속 145㎞짜리 직구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그런데 이 타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내야와 외야를 빠르게 통과한 공은 전광판 근처까지 날아갔다. 비거리 135.7m의 대형 아치. 이를 지켜본 동료 박해민은 “맞바람만 아니었다면 전광판을 맞혔을 것이다”고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다음날인 29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재원은 “솔직히 공이 맞는 순간에는 펜스를 때리거나 담장 앞에서 잡힐 줄 알았다. 맞바람이 워낙 셌기 때문이다. 그래서 홈런이 선언될 때까지 열심히 뛰었다”고 멋쩍게 웃었다.
경험담도 이야기했다. 이재원은 “강화구장이나 고양구장 등 2군 경기장에선 간간이 전광판을 강타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아직 1군 구장에선 전광판을 맞힌 적은 없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재원은 LG가 공을 들여 키우고 있는 유망주다. 신장 192㎝·체중 100㎏의 건장한 체구와 타고난 파워가 일품. 그간 우타 거포가 부족했던 LG로선 이재원이 빨리 1군에서 자리 잡는 그림을 꿈꾸고 있다.
그렇다면 거포 이재원은 어떻게 해서 탄생했을까.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인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재원은 “사실 어렸을 때 정말 많은 곳에서 야구를 했다. 먼저 제주남초 2학년 때 처음 배트를 잡은 뒤 2년 뒤 대구 옥산초로 전학을 갔다. 이어 청주 석교초와 청주중, 서울 경원중을 거쳐 서울고까지 계속해 학교를 옮겨다녔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잦았던 전학의 이유는 하나. 아버지의 지론 때문이었다. 이재원은 “아버지께서 ‘이왕 야구를 하려면 큰 물에서 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다. 그래서 제주도에서 함께 살던 가족들도 나를 위해 계속 이사를 했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또래들보다 한 뼘 이상은 더 키가 컸다는 이재원. 그래서인지 힘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우타 거포’ 이재원은 자칫하면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은사의 조언이 없었다면 말이다.
이재원은 “어릴 적부터 좌타자가 되고 싶었다. 특히 2008베이징올림픽을 보면서 그 꿈이 더욱 커졌다. 당시 이승엽 선배님부터 김현수, 이용규, 이종욱 선배님 등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좌타자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멋있는 좌타자가 되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웃었다.
이어 “그런데 제주남초 권기범 감독님께서 ‘너는 절대로 좌타자를 하면 안 된다. 지금의 파워를 살리려면 우타자로 뛰어야 훗날 훌륭한 거포가 될 수 있다’고 극구 반대하셨다”면서 “감독님의 말씀을 듣고 나도 마음을 바꿔 우타자가 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내 인생을 바꾼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뒷이야기를 통해 거포 유망주로 성장한 이재원은 1군 무대에서 조금씩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62경기를 뛰며 타율 0.247 5홈런 17타점 22득점을 기록했고, 올 시즌에도 35경기에서 벌써 8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그러나 성장 과정은 만만치 않다. 아직은 1군에서 완전히 주전을 꿰차지 못했고, 최근에도 2군을 다녀오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이를 두고 LG 류지현 감독은 “강등의 개념보다는 재정립을 통해 반등할 수 있는 시간을 주려고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사령탑의 배려를 잘 알고 있는 이재원은 “2군으로 내려갈 때 힘든 것은 사실이었지만, 오히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감사하게도 감독님께서 딱 열흘 뒤 1군으로 다시 불러주셨다. 지금은 보답하겠다는 마음으로 뛰겠다는 마음뿐이다”고 힘주어 말한 뒤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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