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외국인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곽혜미 기자
▲ 두산 외국인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평범한 타구는 쫓아가지 못한다. 어렵지 않은 송구 역시 받아낼 수 없다. “갈수록 1루 수비가 중요해진다”는 뻔한 말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한 번쯤은 되짚어봐야 할 장면이 연달아 나온 하루였다.

두산 베어스는 1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전에서 순조롭게 1회초 공격을 풀어갔다. 상대 에이스 고영표를 상대로 선두타자 안권수가 중전안타로 출루한 뒤 양찬열이 우익수 옆으로 빠지는 2루타를 터뜨려 홈을 밟았다. 이어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왼쪽 파울라인을 타는 적시타를 때려내 2-0으로 도망갔다.

공세는 계속됐다. 계속된 1사 만루 찬스에서 박세혁이 2타점 우전 적시타를 터뜨렸고, 강승호의 3루수 땅볼 때 3루 주자 김재호가 홈을 밟아 5-0까지 달아났다.

이렇게 5점차 리드를 잡은 두산. 그러나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곧바로 이어진 1회 수비에서 3실점했기 때문이다.

kt는 두산 선발투수 로버트 스탁을 상대로 선두타자 김민혁이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어 앤서니 알포드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강백호가 좌전안타를 때려내 1사 1·3루를 만들었다.

실점 위기.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의 장면이 나왔다. 박병호의 4구째 파울플라이를 1루수 페르난데스가 놓쳤다. 타구가 뒤로 살짝 넘어가기는 했지만, 웬만한 1루수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뜬공. 그러나 특유의 ‘뒤뚱뒤뚱’ 걸음으로 타구를 쫓은 페르난데스의 미트에는 공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는 결과적으로 뼈아픈 실책이 됐다. 아웃 위기를 면한 박병호는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어 1사 만루에서 장성우가 유격수 땅볼을 기록해 3루 주자 김민혁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만약 박병호의 파울플라이가 아웃이 됐더라면, 두산은 1회를 실점 없이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kt의 공격은 계속됐고, 황재균이 중견수 키를 넘기는 2타점 2루타를 터뜨려 3-5까지 추격하게 됐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한 번쯤은 할 수 있는 실수로 여길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결이 비슷한 미스는 3회 다시 나오고 말았다.

선두타자 알포드의 땅볼. 유격수 안재석이 잡아 1루로 뿌렸다. 그러나 이 공 역시 페르난데스의 아웃으로 처리되지 못했다. 바운드가 되고 미트를 맞은 뒤 바로 앞으로 떨지면서 세이프가 됐다.

물론 이 장면에선 안재석의 송구가 아쉬움으로 남았다. 실책 역시 안재석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이 또한 1루수가 쉽게 잡아낼 수 있을 정도의 바운드였다. 물론 페르난데스에겐 해당하지 않는 수비였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 실책은 3회 역전 허용의 불씨가 됐다. 선두타자를 실책으로 내보낸 스탁은 강백호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무사 1·3루로 몰렸다. 이어 박병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장성우에게 볼넷을 내줘 1사 만루를 허용했다.

역전 주자까지 내보낸 스탁. 다행히 황재균은 헛스윙 삼진으로 유도했다. 1회와 마찬가지로 알포드를 아웃으로 처리했다면 3회가 끝났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이어진 2사 만루에서 배정대와 오윤석, 장준원의 연속 적시타가 나오면서 3-8 역전을 허용했다.

3회 수비에서 분위기를 내준 두산은 결국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7-11로 졌다. 최근 3연패 사슬도 끊지 못했다.

두산의 현실은 이날 기록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선발 마운드를 맡은 스탁은 총 8실점을 기록했는데 자책점은 하나도 올라가지 않았다. 1회와 3회 나온 실책 때문이었다. 두 실책만 없었다면, 모두 이닝이 끝날 수 있는 상황으로 판단돼 스탁에겐 모두 비자책점이 주어졌다.

페르난데스의 1루수 수비는 물론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두산 이적 후 간간이 1루수 미트를 끼고 경기를 뛰곤 했다. 2년 전 연습경기에선 2루수로도 나선 적이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수비가 어렵다고 판단돼 대부분을 지명타자로 나왔다. 최근에는 주전 1루수 양석환의 부상과 체력 안배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수비를 보고 있는 형편이지만, 이날 장면은 많은 실망감만 낳았다.

물론 태생적으로 느린 걸음은 손을 쓸 방도가 없다. 많은 병살타를 치고도 타격 능력이 좋은 페르난데스와 두산이 4년 동안 동행하는 이유다. 그러나 기초적인 풋워크와 포구도 어려운 1루수는 내야의 구멍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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